영어를 배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학생일 때는 문법책을 공부하고 단어를 외운 후 문제를 풀며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자 정석으로 통했다. 원서를 읽는 학생들도 있었다. 간혹 팝송이나 영화를 보며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팝송을 들었던 게 아니라 팝송을 듣다 보니 영어가 들리고 잘하게 되었다는 친구도 있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영어를 쓰는 나라에 가서 살며 공부하는 것이겠지만 시간, 돈 등의 이유로 누구나 쉽게 외국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국내에서 가능한 영어에 많이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있다. 영어 유치원이나 원어민 강사가 있는 학원에 보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된 때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영어를 접할 수 있다. 시간과 돈을 두배로 쓰지 않으면서 두 가지 교육을 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지훈이와 혜성이가 중학교 3학년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짧게는 어느 고등학교를 선택할지를, 길게는 어떤 형태의 삶을 살아갈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였다. 진로 캠프나 상담 등도 해봤지만 그때뿐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 검사나 대화를 통해 결과지를 받았지만 현실에서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진로 캠프나 상담을 매주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영어 공부는 늘 하고 있으니 진로 찾기를 영어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로 캠프와 영어 공부에 드는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하나로 합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무엇을 잘하고,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언제 가장 행복한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관련된 글, 질문과 답은 물론 모두 영어로 된 텍스트였다. 이미 진로 캠프 등에서 MBTI, 강점 등 자신에 대해 알아보는 테스트를 많이 해봐서였는지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결과를 찾은 후에는 이에 대한 글을 쓰면서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 이에 어울리는 일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탐험하는 시간을 보낼 차례다. 지훈이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이를 누군가와 나누고 칭찬을 받을 때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행복하단다. 그중에서도 글쓰기는 가장 자신 있고 잘하는 재능이었다. 전에는 숙제로만 여겼던 글쓰기가 이제는 진짜로 좋아진 듯하다. 실제로 처음에는 분량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했던 글쓰기가 언젠가부터 진심이 담긴 멋진 글이 되어 있었다. 글을 쓰는 직업은 다양하다. 소설이나 수필 등을 쓰는 작가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는 글을 쓸 수도 있다. 방송이나 영화의 스크립트를 쓰는 작가도 있다. 지훈이는 영화의 기본이 되는 스크립트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인이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그즈음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등을 수상했던 일도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꿈을 찾았으니 다음 단계는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를 디자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훈이의 꿈을 이루기 위한 로드맵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