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너를 힘들게 할지라도 그저 춤을 춰라
- Shonna Leiker
강사 시험을 2개월 정도 앞둔 어느 날. 아직 날짜가 확정된 건 아니었지만 두 달 뒤쯤이 될 거라니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 원장님은 심각한 얼굴로 시험이 조금 앞당겨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험은 우리 세명뿐만 아니라 협회의 다른 지부의 지원자들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과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시험 날짜가 원래 예상보다 한 달 정도 빨라질 거라고 했다. 대신에 시험 과목을 조정할 거라며, ‘안무 짜기’를 빼겠단다. 다른 과목은 오랫동안 연습했기에 거의 준비가 되었고, 팬베일을 쓰는 개인 안무만 좀 더 익숙해지면 되는 상황이었다. 남은 2개월은 ‘안무 짜기’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가장 부담스러웠던 안무 짜기를 뺀다니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었다. 겉으로는 엄살을 떨며 걱정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잘 됐다’ 생각하고 개인 안무를 좀 더 연습하기로 했다.
당시에 나는 출판문화진흥원의 우수콘텐츠 제작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글을 쓰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원고의 대부분을 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미리 써 둔 글이 하나도 없던지라 일주일에 2-3 편의 글을 써야 했다. 마침 하던 일에서도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눈, 코 뜰 새 없이 숨 가쁜 한 달이 지나고 드디어 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토요일에 학원에 모여서 마지막으로 준비를 하고, 일요일 오후에 시험을 보기로 했다. 금요일 오후 일을 마치고 전화기를 보니 원장님으로부터 몇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급한 일인 것 같아 바로 연락을 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정말 죄송한데 내일 시험을 봐야 할 것 같아요. 어떡하죠? 내일 오전에 시간 되세요?”
세 명의 심사위원들 중 두 명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워크숍이 일요일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워크숍 날짜를 토요일로 착각해서 시험을 일요일로 정했던 거라고.
시간이야 물론 있었다. 오전부터 모여서 같이 마무리 연습을 하기로 했으니까. 그 시간에 연습 대신 시험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 전날 갑자기 연락해서 다음날로 시험을 옮기겠다니...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마지막 정리 없이 시험을 볼 수도 없는 일이라 안 되겠다고 했다. 미안하다며 심사위원들과 다시 논의하고 알려주겠다는 원장님과 전화를 끊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연락해 봤다. 지혜 씨와 선미 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며 다음날 그냥 시험을 보겠다고 다. 감안해서 심사를 좀 더 너그럽게 하지 않겠냐면서...
잠시 후에 심사위원 중에 한 명인 협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정중한 사과와 함께 오전이 안 된다면 오후는 어떻겠냐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때도 이미 다른 두 심사위원은 워크숍 준비로 참가를 할 수 없지만, 시험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평가하겠단다. 여전히 화가 났고 이해가 안 되었다. 하지만 평소에 카리스마 넘치고 범접하기 어려웠던 협회장이 직접 연락해서 사과와 함께 대안을 제시한 거라 거부하기도 쉽지 않았다. 시험에 통과해서 강사가 된다 해도 어차피 협회 안에서 활동하게 될 텐데 밉보여서 좋을 게 없을 듯했다. 잠깐의 생각 끝에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혜 씨와 선미 씨는 그대로 오전에 시험을 보지만 나는 혼자서 따로 오후에 보기로 했다.
'그냥 처음부터 너그럽게 양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전에 볼 걸 그랬나?' 후회가 잠시 들었다. 괜히 심사위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나의 결정이 심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걱정이 됐지만, 공정한 심사를 할 거라 믿기로 했다. 안 믿으면 어쩌겠는가? 시험만으로도 스트레스인데 걱정거리가 더 얹어져서 짜증이 났다. 이런 상태로 제대로 시험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