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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숲사진가 Apr 18. 2022

결과 아닌 과정으로부터 받는 희열

여정 속에 함께 호흡한다는 기쁨

오픈키친의 식당은 단순한 신뢰감의 부여  아니라, 부엌에 있는 이들의 모든 호흡과 열정, 진지함이 함께 온전히 존재한다.



날이 채 풀리기 전인 몇달 전 이야기이다. 범바스틱에게 서울 신사동의 한 이자카야를 가자고 연락이 왔다. 12년째 녀석을 보고 있지만, 난 이 친구가 골라오는 맛집과 메뉴에 단 한번도 실망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는 없었다. 아직은 조금 두께감이 느껴지는 옷들과 함께 신사동으로 퇴근 후 달려갔다.


부엌의 온기와 집중력, 따스함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가던 길에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이 집이 예약을 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가게 안에 들어서자 웜톤의 조명이 은은하게 뿌려지고 있는, 조금 어둑어둑한 실내 분위기가 추위를 잊게 해주었다. 시끄럽고 허름한 노포집들이 최근에는 더 익숙한 나였기에 잠시간 이질감과 어색한 공기를 감지하지만 이내 자리를 잡는다.


이자카야라는 형태의 식당들을 자주 다니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아주 큰 기대까지는 하지 않고 왔지만, 이내 식탁들과의 사이에 경계면 하나 없는 뻥 뚫린 부엌을 바라보고 있자니 즐겁다. 혹자는 밥만 맛있게 나오고 맛있게 먹으면 된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결과물이 셰프의 손으로부터 어떤 과정과, 어떤 호흡 속에 어떤 수 많은 표정들이 교차해가는지를 지켜 보고 있자니 먹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그들의 온전한 과정을 지켜보고 간접적으로 함께 동행하고 있음이 좋다.


꼬치를 정말 잘 구워주셨다

살짝 그을려 구워낸 타다끼를 입에 넣으며 생각에 잠겨 지난 대숲사진가 활동들을 잠시 같이 떠올려보았다. 스냅 촬영 프로젝트였던 나의 대숲사진가는 수치상 결과만 봤을 때는 스스로에게 냉철하게 진단 했을 때 성공적인 프로젝트라고 이야기 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쩌면 나도 단순히 누군가의 인생샷을 찍어내고,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랜딩 하는 것보다 그 모든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찾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콘텐츠들을 직접 뚝딱 거리며 아이패드 노트에부터 끄적여보고, 의상과 소품 컨셉 등을 같이 고민 해보고 모델님의 캐릭터나 미세한 성격 등까지도 파악해보고, 그 과정에서 오고 가는 수 많은 대화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의미들을 곱씬던 시간들이 존재 해왔다. 좋은 결과물 이상으로 그 뒤에 숨겨진 수 많은 의미들과 이야기들은 결코 무의미 하지 않다. 누군가의 과정으로부터 전해지는 열기는 불과도 같아서 서로에게 옮겨 붙을 수록 더욱 커지며 또 다른 더욱 거대한 것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놀라움으로 가득 퍼져 나가는 순간들이 존재하게 된다.

조금씩이지만 이렇게 다 먹으면 엄청 배부르다


깊은 생각에 잠길 동안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한 메뉴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흠잡을데 없이 완벽했다. 즐거운 과정의 끝에 올라오는 접시들도 다채로운 감동들이 가득하다. 오늘도 범바스틱의 눈썰미, 부엌의 분주함과 열띈 시간들이 만들어낸 감동들에 감탄 할 수 밖에 없는 저녁이 되었다.


계속 해오던 사진과 더불어 이제는 글을 쓰기 시작한 대숲사진가이다. 오늘의 이 식탁 위에서 목도한 것처럼 나 역시 나의 손끝으로부터 시작해 놀라움과 감동을 다른 이들에게 주고 싶다는 늘 하는 그 다짐을 마지막 한 숟가락에 함께 음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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