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투자자로서의 첫걸음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마지막 찐 글의 날짜를 확인하니 3월 초였구나.
그동안 정말 바빴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가장 큰 일은 4월 말 기존에 갖고 있던 주택을 처분하고, 좀 더 큰집으로 갈아타기를 한 것.
현재 갖고 있던 집은 내가 홍콩에 있던 3년 동안 나에게 생활비를 벌어다준 아주 고마운 집이었다.
하지만 서울의 역세권에 위치해도, 도시형 생활주택(원룸형 아파트)이라는 이유로 시세차익은 크지 않았고 내 논지 7개월 동안 팔리지 않았었다.
이번 기회에 아파텔,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 주택은 싸다고 함부로 사는 거 아니라고 제대로 배웠다.
부동산 여러 군데에 살고 있는 원룸을 내놓고 사장님들에게 계속 상황을 여쭈었지만, 규제 때문에 잘 안 팔린다 둥 소극적인 모습만 보이셨다. 결국 2달 뒤 보다 못한 내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세미 리모델링 후 부동산 카페에 직접 홍보를 하여 결국 직거래로 팔게 되었다.
그리고 집이 팔린 바로 그 주 주말에는 그동안 임장 다녔던 지역에 계속 연락을 드리던 부동산 사장님에게 갈아탈 집을 구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서울은 이미 내가 살 수 있는 물건이 없었고 고려한 지역은 분당, 하남, 용인이었다.
3 지역 모두 내가 집을 팔기 위해 7개월을 고군분투하는 사이 1억 가까이 올라있었다.
분하고 억울했지만 다시 그 가격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동안 데이터를 봐온 결과 나의 소견이었다. 3 지역 중 인프라, 향후 재건축 가능성 = 시세차익 가능성, 주변 환경, 입지를 고려했고 물론 이전에 나의 고려 조건이었던 부동산 매매 시 고려조 건도 모두 감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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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와의 거리는 1시간 내외일 것: 회사와 20분 거리
2. 아파트 세대수는 500세대 이상일 것: okay
3. 10평대 후반에서 20평대 초반 (최소 방 2개일 것): okay
4. 교통이 편리할 것 (역세권이 아니어도, 마을버스 등등): 역세권은 아니나, 버스가 잘 되어 있음
5. 근처에 마트나 상권 등이 잘 형성되어 있는지: 마트 역세권
6. 구릉이 아닌 평지에 있을 것 : 평지임
7. 주변 환경이 쾌적하고 신혼부부, 아이가 있는 집이 살기 좋은지 (학군): 신혼부부들과 아이들이 많이 거주
8. 그 지역에 추후 공급계획 (아파트 공급) -> 공급이 없어 가격이 떨어질 염려는 상대적으로 적음
9. 수요가 계속해서 일어날 지역인지 : 회사 사옥 지속 공급 예정 (수요가 증가할 예정)
이렇게 9가지의 조건을 모두 고려하고 거기에 재건축 시기 도래, 용적률, 입지를 고려하여 3군데 중에 한 군데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렇게 올해 모두가 매수를 망설이는 타임에 나는 다시 한번 베팅을 했고, 영 끌의 현상에 탑승을 하게 되었다.
MBA의 학자금을 2020년 말에 겨우 다 갚았는데, 그 MBA 학비의 몇 배가 되는 빛이 다시 생겼다.
가계약금을 보내고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 하루에도 몇 번식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요동을 쳤다. 기쁨, 희망보다는 우울함과 압박감이 나의 마음을 짓눌렀다. 이놈의 빛은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부터 쉬지 않고 나를 따라다닌다.
빨리 태어나 호시절에 부동산에 투자한 어른 세대들이 부러웠고, 왜 하필이면 집을 여유 있게 마련할 수도 있었던 시기에 홍콩에 가서 굳이 MBA까지 했는지 나 자신에게 속상하기도 했다.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어린 나이에 부동산을 매수하여 진짜 좋은 매물들을 놓친 것도 아쉬웠다.
주식도 현금화하는 5월 중순의 시기에 조정이 와서 결국 -3~4%의 손절을 하게 되었다.
영 끌을 안 해도 되었다면 두었을 텐데 타이밍의 문제로 지금 당장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것도 억울했다.
하지만 집이라는 재화는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하기에 결단을 내렸고, 특히 한국은 부동산을 해야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물론 부동산이 폭락의 장이 올지도 모르고 난 더 힘들어질 수 있겠지만 추이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러 갔는데 매도인 아주머니가 나를 보시더니 이렇게 젊은 아가씨가 집을 사냐고 하며, 부동산이 결국 돈을 벌어다 준다고 하신다.
집을 파시는 아주머니는 위례에도 집이 있었고, 세입자가 나가는 주공아파트를 나에게 파셨다. 아주머니의 나이는 53년생. 우리 엄마보다도 10살 정도 많으셨는데 굉장히 젊고, 날카로운 느낌을 풍기셨다.
나에게 무기가 있다면 아마 시간일 것이다. 아주머니의 나이만큼 인생을 살게 되면 더 많은 자산을 거래하게 되고 그만큼 지혜와 지식이 쌓이지 않을까?
아직 잔금일까지는 시간이 남았고, 주택담보대출도 실행해야 하지만 예전에 부동산을 거래해보았던 경험 덕분에 준비는 예정대로 스케줄에 맞추어 진행하고 있고, 이번 계약을 통해 투자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고 관심도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
20대에는 미치도록 해외에 나가고 싶었고, 커리어에 내 온 열정을 바치며 살았었고 내가 스스로 정해 놓은 목표는 6-7년 안에 다 해본 것 같다.
30대에는 부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 아직 30대는 충분히 남아있고 30대 끝자락쯤에는 그 목표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로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열심히 투자 공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