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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를 앓고 있던 어머니가 갑자기 헛소리를 해요."

[응급실이야기] 응급실 이용 팁 #9 만성질환 관련 응급

브런치를 통해 응급실이야기를 쓰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입니다. 응급실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갈래에 선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현장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응급실이 어떤 공간인지 알리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멀어 보이는 시민과 의료진 사이를 이어주는 따듯한 소통의 장이 되리라 꿈꿔봅니다.







- 만성 질환은 어떤 질환이죠?


만성 질환이라 하면 보통 고혈압, 당뇨로 대표되는 내과계 질환들을 말합니다. 그 외에 만성 신부전, 갑상선 기능 이상, 간경변증,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을 추가할 수 있겠네요. 평소에 약으로 조절하면서 유지되다 어떤 이벤트로 인해 급성 경과를 보이는 질환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만성 질환의 급성 악화와 관련된 응급 상황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 그럼 먼저 고혈압과 당뇨에서 올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해 알려주세요.


고혈압 약, 주위에서 많이 복용하고 계시죠? 부모님, 조부모님 뿐 아니라 이제 30-40대 고혈압 환자도 흔해졌습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고혈압을 그대로 방치하면 혈관이 석회화되면서 딱딱해지고 좁아져서 혈압이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종국에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혈압약은 일시적으로 그 악화를 막아주는 임시방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근본적인 치료는 충분한 운동과 채식 위주의 식사, 흰 쌀, 밀가루 등 가공 탄수화물을 피하고 현미식을 생활화하는 것이겠죠. 고혈압과 관련된 응급 상황은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에서 설명드린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이 대표적입니다. 응급실 이용 팁 #1, #2를 참고해주세요.


당뇨에 의한 응급 상황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은 저혈당일 겁니다. 특히 인슐린을 사용 중인 분은 조금의 인슐린 변화나 식사 부족으로도 저혈당에 빠질 수 있는데요. 저혈당의 초기 증상인 식은땀, 어지러움이 있을 때 혈당 체크기로 BST 80 이하를 확인한 경우에는 사탕이나 설탕물을 먹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식이 저하되어 환자가 음식물을 스스로 삼킬 수 없는 상태에서 사탕이나 설탕물을 입으로 주는 것은 위험합니다. 기도 폐색이나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땐 일단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에서 고농도 포도당 수액을 맞고 의식을 깨는 것이 우선입니다.


약으로 당뇨를 조절하는 상황에서 저혈당에 자주 빠진다면 작용기간이 긴 약의 특성상 조절이 쉽지 않으므로 임의로 약을 건너뛰지 마시고 주치의와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의식 저하까지 발생했던 경우에는 입원을 통해 약 조절을 하고 퇴원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대로 고혈당에 빠지는 경우에도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단순한 고혈당인 경우도 있지만 생명에 위협이 되는 심한 탈수나 케톤산증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혼돈, 환각 같은 초기 의식장애에서 경련, 의식 저하의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어 응급실에서 다량의 수액 처치를 받아야 합니다. 요즘 혈당 체크기에는 혈중 케톤을 확인하는 기능이 있죠? 혈당이 250 이상이면서 케톤이 양성으로 나오면 당뇨 케톤 산증을 의심해서 응급실에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케톤이 음성이라 하더라도 혈당이 500 이상 또는 확인 불가로 나올 때에는 응급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 만성 신부전과 관련된 응급 상황은 어떤 게 있나요?


만성 신부전은 그 정도에 따라 신 대체요법이라고도 하죠? 투석 전 단계와 투석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요. 투석 전 단계에서 갑자기 신기능이 악화되거나 투석 단계에서 투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응급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신장을 통해 배설되어야 할 요독이 체내에 쌓이면서 인지 장애, 기억력 장애로 시작해 경련, 혼수까지 갈 수 있는 요독성 뇌병증, 부정맥과 심정지까지 일으킬 수 있는 고칼륨혈증, 조절 안 되는 악성 고혈압,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심부전과 폐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두 응급실에서 도움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만성 신부전을 진단받은 경우 소변이 잘 나오는지, 몸이 갑자기 붓거나 체중이 늘지 않는지 잘 확인하시고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주치의와 상의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 갑상선 기능 이상인 경우에도 응급 상황이 발생하나요?


그렇죠,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저하증 상황이 있습니다. 조절되지 않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갑상선 중독 발작(thyroid storm) 상태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감염이나 수술, 외상 등에 의해 갑상선에서 호르몬이 갑자기 많이 나오게 되면 발열, 빈맥, 구역 구토,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과거 전공의 시절에 구토하는 젊은 여자 환자에서 갑상선 질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진료를 보다 환자를 잃을 뻔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즉시 응급실로 내원해 산소와 수액치료를 하면서 갑상선 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해서 갑상선 중독 발작의 진행을 막아야 합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뇌경색, 저체온증, 감염 등으로 인해 갑상선 호르몬이 적절하게 생성되지 않아 저체온, 호흡저하, 의식저하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응급실에서 필요한 경우 기관삽관을 통해 호흡을 보조하면서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게 됩니다.




- 간경변증에 의한 응급 상황은 앞에서 설명해 주셨죠?


네, 응급실 이용 팁 #3, #4에서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한 간경변증과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합병증과 응급 상황에 대해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라, 이건 어떤 질환이죠?


담배를 오래 태우거나 광산일, 화학약품 다루는 일을 하셨던 분에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폐포와 세기관지에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지속되면서 폐의 기능이 떨어져 호흡곤란이 심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치료는 금연, 기관지 확장제,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사용하는데 악화된 폐기능을 살릴 수는 없고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만 있습니다. 심해지면 자가 산소치료와 양압환기요법이라고 마스크 형태의 기계를 달고 사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관련해 발생하는 응급 상황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이산화탄소 혈증에 의한 의식저하가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기관삽관과 기계호흡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인공호흡기로도 혈중 산소 수치를 올리기 힘들어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폐포가 터져 발생하는 긴장성 기흉으로 흉관이라는 튜브를 가슴에 삽입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만성 폐질환으로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서서히 의식을 잃는 모습은 곁에서 보기에도 참 안쓰럽고 견디기 힘듭니다. 혹시 담배 피우시나요? 금연, 지금 당장 꼭 하셔야 합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226607
응급실이야기와 응급실 사용 설명서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사랑과 배려로 지켜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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