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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가야 하나요? 어떤 응급실로 가야 하나요?"

[응급실이야기] 응급실 이용 팁 #10 응급실 이용 요령

브런치를 통해 응급실이야기를 쓰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입니다. 응급실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갈래에 선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현장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응급실이 어떤 공간인지 알리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멀어 보이는 시민과 의료진 사이를 이어주는 따듯한 소통의 장이 되리라 꿈꿔봅니다.


응급실 이용 팁 마지막 순서로 응급실 이용 요령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긴급한 순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내용들입니다.







- 이런 증상은 응급실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될 때가 있어요.


응급실에 방문해야 할 증상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남이 보기에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환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면 응급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몇 가지는 미리 알고 오시는 것이 좋겠다 싶어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응급실은 외래와는 진료를 보는 역할이 다릅니다. 간혹 외래에서 받던 약이 떨어졌어요, 외래에서 받았던 시술을 응급실에서 받고 싶어요, MRI 빨리 찍으려고 왔어요 등 응급실의 역할을 넘어서는 문제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위해 응급처치를 하는 곳이지 본인의 낮 일과를 마치고 밤에 진료를 받거나 검사를 빨리 받기 위해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따라서 약은 1일-3일만 처방이 가능하여 외래를 대신하는 약 처방은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시술도 마찬가지로 응급실에서는 대부분의 외래 시술은 시행하지 않습니다. 또한 MRI 도 응급실에서는 뇌경색 감별을 위한 응급 뇌 MRI 만 처방하고 시행할 뿐, 외래에서 예약해서 시행하는 기타 부위의 MRI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응급실은 진료를 하는 순서도 외래와 다릅니다.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생명에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우선 진료하고 그 외의 환자는 중한 순서대로 보게 됩니다. 가령 응급실 안에 심폐소생술 중인 환자가 있을 때는 모든 응급실 자원을 동원해 심폐소생술을 우선하게 되므로 다른 환자의 진료가 30분-1시간 정도 지연되게 됩니다. 또한 보호자가 보기에 급한 증상도 의료진 판단에서는 비응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가령 기침, 가래소리가 심해지면서 아이가 호흡곤란이 있다고 하여 빠른 초기 평가를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확인 결과 산소포화도가 99%이고 빈호흡이 없어 비응급으로 판단하고 잠시 더 기다려달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이런 경우 초기 평가를 먼저 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슴통증처럼 정말 급한 증상을 의료진이 인지하지 못해서 환자가 위험에 빠지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중한 환자가 없는 경우 경한 환자는 접수 순서대로 봐드리고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환자 취급 못 받는다고 섭섭해하지 마시고 나는, 또는 우리 아이는 아주 긴급한 응급환자가 아니구나 생각하고 한시름 놓고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럼 많이 아프면 무조건 큰 응급실로 가면 되나요?


어떤 응급실을 방문해야 할지도 고민될 수 있겠죠? 아무래도 응급실에 오실 땐 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대형병원 응급실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흉통,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 당장 긴급한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근처 응급실에서 초기 처치와 검사를 시행하고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이 더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병원 별로, 응급실 규모 별로 역할을 제대로 분담하고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환자가 원하기만 하면 대학병원 응급실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말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경한 환자와 섞여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나온 보완 제도가 응급의료 관리료 제도입니다. 응급실은 크게 다섯 분류로 나눠집니다. 2017년 3월 기준 권역응급의료센터 33개소, 전문응급의료센터 2개소, 지역응급의료센터 115개소, 지역응급의료기관 263개소, 그리고 평가를 받지 않는 응급의료기관 외 응급실 120여 개소가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정기적으로 평가를 시행하여 응급실에서 준비해야 할 인력과 장비를 규정하고 심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따라 응급의료 관리료라는 소위 응급실 기본 이용료를 차등하여 지불하게 함으로써 규모와 역할에 따라 적절한 환자가 배치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비용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응급의료 관리료를 모든 환자가 전액 지불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 지정되어있는 응급증상 또는 응급증상에 준하는 증상으로 오신 경우는 의료보험공단에서 응급의료 관리료의 50%를 대신 지불하게 됩니다. 따라서 환자는 나머지 50%를 병원에 지불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평일 낮 진료에 비해 밤 시간과 휴일에 응급실에서 받는 진찰과 검사, 술기에는 30-50%가량의 추가 비용이 청구됩니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어떤 응급실이 있는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겠죠? 그럴 땐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만약 급박한 상황에서 근처 응급실을 알아봐야 한다면 119 상황실을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E-gen : http://www.e-gen.or.kr/







- 119에 신고해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요?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비용도 따로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응급실로 이동하는 동안 처치가 필요하거나 이동하면서 손상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들, 예를 들면 의식저하나 호흡곤란으로 산소처치가 필요하거나 흉통으로 심전도를 확인하면서 이송되어야 하는 경우 등은 당연히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 외에 발목 손상이 심한데 도와줄 인력이 없어서 요청하거나 허리 통증이 심한데 전혀 움직일 수 없어서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땐 정말 필요한 경우이니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오세요.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보호자가 구급차를 타고 같이 오시는 것도 빠른 환자 상태 파악과 처치를 위해 중요합니다.


다만 119 구급차량이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상당히 비싼 자원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계셔야 합니다. 보통 구급차량 한 대에 운전하는 대원 포함 세 분이 탑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응급상황에서 사용하는 여러 값비싼 장비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 구급차량이 평균 한 번 출동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50만 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이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값비싼 자원의 낭비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외래에 방문하기 위해, 택시가 안 잡혀서 등 꼭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119 구급차량을 이용한 경우 정말 비싼 택시 이용하신 거라고 넌지시 얘기하곤 합니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픈 사람이 없는 세상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이송을 통해 적절한 응급실에서 처치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 적절함을 찾기 위해 응급구조사, 응급실 간호사,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지금도 뛰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226607
응급실이야기와 응급실 사용 설명서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사랑과 배려로 지켜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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