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위로 잔별이 총총했다. 칠흑의 밤을 가르는 비행 불빛에 마음이 따라가고 있었다. 먼 길을 동경하다 보면 끝내는 저승길마저 감미로울 수 있을듯했다.
비렁길은 '사방사방 걸어도'라고 했지만, '어기적 어기적 걸어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여수는 너무 멀었고, 바다 밖의 금오도는 한 번 더 멀었다.
차와 함께 신기항에서 여천항으로 들어갔다. 동백꽃이 핀 해안도로를 한번 달린 후에 5코스부터 1코스 방향으로비렁길을 걸었다.
바다를 끼고 낭떠러지를 따라 작은 산을 하나 넘으면 마을이 나오고, 다시 벼랑을 따라 산을 오르고 마을로 내려가고의 반복이었다. 비렁길 코스의 분기점인 장지마을, 학동마을, 심포, 직포, 두포 등의 정감 있는 이름을 머리에 담았다.
대숲을 지나고 동백 터널을 걸었다. 물광 피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해풍을 받으며 남해 청정 지역을 터 삼은 동백은 마요네즈로 잎을 문지른 것 같았다.윤기 좌르르 한 잎들을 무수히 달고 있었다. 꽃을 달지 않은 어느 동백은 나무의 석녀인지궁금했다.
"저기, 갈치가 헤엄친다!"
바다가 은빛 비늘을 떨고 있었다. 아름다운 윤슬이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애기 고래가 노닐었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다도해 풍경'이라든가, '환상적인 절경'이라고 운운하는데 나의 감상과는거리가 좀 있었다.
그러나. 에메랄드 물빛만은 시각적 쾌감이었다. 인도네시아프라이빗 해변에서감동했던 옛날의기억이 금오도에서되살아났다. 더욱이. 봄날 같은 2월의 나른한 햇살이 바다에 내려앉아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었다. 한 치의 삿된 마음이 스밀 틈이 없었다. 아기의 티 없는눈빛과 마주할 때 정화되는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