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와 이병 박은왕

군기 충만한 이등병이지만 뭔가 부족하다

by 청출어람

이등병 계급 때는 평상시 걸어 다니기보다는 항상 뛰어다녀야 했다. 걸어 다니다 선임에게 눈에 띄는 날이면 군기 빠졌다는 둥, 개긴다는 둥 온갖 잔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이등병 박은왕은 귀에 이상이 있어 전입 초기에 고생 좀 하였다. 고참들이 휴가 나가면 꼭 보청기 사 오라고 당부를 할 정도였다.


박은왕 이병이 취사장에서 막사로 뛰어가고 있었다. 마침 ‘장군이’라는 진돗개가 막사 쪽에서 취사장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이때 최얼음 상병이 장군이를 불렀다.


“장군아!”


들은 척도 안 하는 개.


잘 못 듣는 박은왕.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장군이.


뛰어가다 얼음 상태가 되어 소리를 빽빽 지르는 박은왕.


“이병! 박! 은! 왕!”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서로 남이었다. 우리 둘의 애칭이 생기는 순간 존재의 이유는 더 생겼다.


#장군이 : 사단장님께서 키운다는 진돗개라는 소문만 있었을 뿐, 개 이름은 없었음. 그렇게 추측하다 보니 병사들 사이에서 ‘장군이’로 자연스럽게 부르게 되었음

#개기다 : 명령이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반항하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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