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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l 25. 2021

물은 생명입니다.

불쌍한 지렁이들을 어떡하나요?

“지들도 살으라고 손으로 잡아넣어준대요.”
 “으악, 손으로요?”

저도 엊그제 하도 딱해 보여 꼬챙이 하나 들고 시도해 보려 했습니다. 온몸을 뒤틀며 꿈틀대는 몸놀림에 저의 온몸도 뒤틀렸습니다.

“세상에서 이것들보다 깨끗한 게 어디 있냐면서요.”

지렁이 한 마리 한 마리 손가락으로 집어 그들이 살 수 있을 만한 곳으로 던져주는 여인이 이 숲길에서 유명하단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두마리도 아니고 매일 같이 나와서 그렇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침 산책길 숲 벤치에서 젊은 아가씨의 핸드백과 휴대폰이 널브러진 채 자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깨어줄까 망설이던 차 그분도 같은 맘이었나 봅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는데, 밤새 저런 모습으로 자고 있었을 걸 생각하면 딸 키우는 엄마 맘이라 편치 않았습니다.


같은 맘으로 느낀 분과 같이 걷게 된 것입니다. 어머님 나이까진 아니어도 저보다는 연세가 드신 분이었습니다. 한 말씀마다 새겨들을 게 많습니다. 길 가다 여기저기 꿈틀대는 지렁이를 밟지 않으려 피하는 정도인데, 그 여인은 손가락으로 집어던져준다는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주셨습니다. 그 여인과 산책길 스쳐 지났는지 모릅니다. 모르긴 해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귀히 여기는 사람임에 틀림없을 겁니다.



요 며칠 억수로 뜨거운 날이 계속됩니다. 울 사람들 못지않게 살아있는 생명체가 축축 몸을 늘이는 게 보입니다. 산책하러 나온 강아지나 개들도 혀를 길게 내밀고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조금 멀리까지 들려옵니다.


땅 속에 사는 지렁이도 못 견딜 정도인지 위험천만한 땅 위로 자꾸 기어 나옵니다.

‘에이, 그곳에 그냥 있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흙길이면 그나마 다행인 것을. 도시란 이름이 달린 곳엔 시멘트가 섞인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를 깔아놓은 곳이 많아서 불안해 보이기 그지없습니다.


불쌍해 보이는데, 징그러운 마음이 더 크게 느껴져서 그분처럼 안전한 곳으로 던져주지 못함이 안타깝습니다.

비 내리지 않는 날이 계속되며 물기 하나 없는 보도블록 위. 뙤약볕이라도 내리쬘 때면 죽을 게 뻔한 그 생명체들을 어찌해 줘야 할지 발만 동동 구릅니다.


산책길 사람들 마시라고 구청에서 냉장고를 설치했습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손안에 쏘옥 들어가는 물을 손에 들며 생각했습니다.

‘그분도 사람을 존중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일 거라고.’

하지만, 사람만 물이 필요한 게 아닐 겁니다.


곳곳에 아파트가 세워지고 흙길이 아닌 다니기 편하다는 이유로 아스팔트나 시멘트 길이 깔리는 곳. 지렁이가 지금 살 곳을 찾아 헤매다 죽어가는 것처럼 훗날 우리 사람들의 모습일 수 있겠습니다.


길가의 심은 꽃들 물 줄 때라도 지렁이들 같이 마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은 생명입니다.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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