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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Dec 19. 2021

양초 놓을 소품 하나 만들어 볼까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 나누기

“연말에 홈 파티할 건데, 자기는 나한테 줄 선물 준비해도 괜찮아.”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자다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가 싶어 하는 그이 아니랄까 봐 돌아오는 답 좀 보소.

“내가 왜?”

'난 그런 거 모르는 사람인데.'라는 얄미운 표정까지 지어 보인다.


“목걸이나 반지 선물도 좋아.”

무심하고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사 줄 사람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셔댔다.

던져보고 하나라도 얻어걸리면 좋은 거고, 아님 말고의 심산이 작용했나.

그냥 들이대듯 말이 마구 나왔다.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 즐기러 밖을 나가는 일은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바깥 만남이 쉽지 않아 졌다.

식구들끼리 집에서 보내기로 맘먹으며 조촐한 파티를 하는 것도 괜찮을 성싶었다.


말이 파티지 따닝이 직장에서 받아온 와인도 있겠다. 그이 회사에서 보내준 포항 피대기도 남았겠다.

분위기 돋울 소품 하나 마련하면 파티 준비 끝.

거실 바닥 가득 신문지를 깔고 모아놓은 자연물을 꺼내 놓았다.


크리스 트리는 못 하더라도 촛대 놓을 자리 하나 꾸며 불 밝히면 주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집을 순식간에 엉망진창으로 만드는구먼.”

솔방울, 솔가지, 이름 모를 넝쿨로 널브러진 거실을 보더니 그이는 한 마디 했다.


지금이야 어쩌다 한 번 꺼내 집을 엉망으로 만들지만, 몇 년 전까진 매달 또는 계절별 소품 만드는 게 일이었다. 아이들을 챙기면서 하다 보니 큰 쇼핑백에 짐을 넣어 다니며 만드는 일이 허다하게 이루어진 거.

특히 이맘 때면 반 아이들에게 줄 카드와 트리 또는 리스 마무리하느라 밤을 꼴딱 새기도 했다.


“이런 자연물로 만든 걸 돈 주고 사려면 십만 원 줘도 못 사.”

집을 엉망진창 만든다는 말을 듣곤 소품들 값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대충 말해버렸다.

“어디 한 번 팔아 돈으로 가져와 보슈.”

“으이구, 또 수익창출을 눈으로 증명해 보이라는 얘기?”


그이는 그게 무슨 돈을 주고 살 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는 듯 말했다. 언젠가 우영미 패션 디자이너의 언니, 동생의 하는  공간 디자이너 일이 tv에 소개되었다. 더 현대 백화점의 실내 장식물 중 식물과 자연물로 꾸며놓은 분들이라고 하였다. 떡 하나도 자연물인 나뭇가지에 꽂아 접시에 담아내 놓으니 근사한 손님맞이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수익창출까지 하는 그 사람들처럼 하려면 밤낮 주야로 매달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연구했을까. 취미도 아니고 맘 내킬 때 어쩌다 한 번으로 수익을 보이라고 하는 건 좀 그렇고. 돈으로는 매길 수 없는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업 시킬 소품이라!]

 그 이름 만으로도 수익은 이미 창출된 것이기에.


길을 걷다 보면 발코니 창으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불빛이 보일 때가 있다. 따뜻함과 평온함이 창 밖으로 올려다보기만 해도 느껴진다. 톡톡 문 두드리면 낯선 이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내놓을 수 있는 넉넉함도 있을 거 같은. 소품들이 주는 정겨움이랄까.


얼기설기 엮은 넝쿨에다 솔방울을 얹어 촛대 놓을 자리를 만들었더니 제법 분위기 있어 보인다.

허전하고 헛헛할 수 있는 연말연시에 잘 이용하여 가족들과 다 함께 주변을 돌아보며 감사하고 고마운 맘을 나눠보는 시간 가져봐도 참 좋을 거 같은 소품 만들기 완성은 아직 아니구나.


나뭇가지 몇 개 더 주워 와 밑받침을 받치면 그 땐  연말이 다가와 있겠지. 소망 한 가지, 가족에게 힘 되는 한 마디만 준비물로 챙겨서 둘러앉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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