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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Feb 20. 2022

초콜릿 속 사랑의 커플링

최장수 커플로 이어나가길

등원 후 자랑삼아 얘기한 걸 미리  알고 계신 고운 선생님께선 교실에 들어서는 나를 보자.

“P가 반지 선물 받았대요. P야, 선생님께 그 반지 얘기 좀 해 드려.”

며칠 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담임인 고운선생님 등 뒤에서  할 말 남은 듯 맴도는 P를

돌아보며 말씀하셨다.


한 사람이라도 더 알리게 된 게 신이 난 P군,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J가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 선물을 줬는데요,

초콜릿 속에 뭔가 들어 있다고 엄마가 말해줘서 보니까

커플링이 들어 있는 거예요.”

“꺄아악!!!!!!!!!!!!!!!!!!”


고운 선생님과 함께 감탄과 부러움의 탄성을 지르며 P는 뭐해 줬냐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꼬옥 안아 줄 거예요.”

“꺄오오옥!!!

네가 안아주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선생님들이야.”


보석을 좋아하는 P군이 아껴두고 있을  문방구용 토파즈 알을 주든 안주든 알아서 할거다.

J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해주는 게 좋을 거라며 속웃음을 참고 고운선생님께서 말해 주었으니.

그 말의 의미를 알겠다는 듯  빙긋이 웃어보이는 P군의 표정이 더 재미있다.


아이들의 말과 몸짓에서 나오는 찰나의 순간이 참으로 우습고 재밌고 부러울 때가 많은.

부러우면 지는 건데,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그 어떤 금은보화를 갖다 준다한들 비길 바가 못 되는 것이다.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럽기만 할 뿐.


지난 월요일이 발렌타인데이. 가게나 백화점에서 초콜릿을 진열해 두고 사랑의 고백 타임을 가지길 바랐지만, 그 어느 때와 다르게 불붙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집이나 유치원, 학교, 직장 등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고  바짝 가까이 와 있으니 딴 곳으로 눈 돌릴 수 없는.                       

아이들이 초콜릿을 가끔씩 내밀기도 하는데, 올해는 어른들만큼 잠잠했다.


그냥 넘어가면 서운해 할 아빠와 동생에게 줄 초콜릿을 울 따닝은 퇴근길 소소하게 준비해 왔다.

달달한 걸 못 먹어서라기보다 가족들이 항상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랄까.

두 사람은 편의점 초콜릿을 받고도 흐뭇해하는 것이 아이처럼 관심 받고 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울 따닝 센스있다 싶었다.


오미크론의 기세 등등 확산세에 눌린 기쁨과 이벤트의 날은 그런 날이 있기라도 한 듯

서서히 묻혀가고 있었다.

P군을 만나기 전까진 그런 줄 알았다.


2년 동안 유치원 공식 커플이었던 J에게 발레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선물 받았고,

그 속에 커플 반지가 들어 있었다는.

원 선생님들과  아이들 모두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알리고 다녔다.


먼거리로 주로 차량을 이용하는 반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마당에 집이 가까워 같은 초등학교 배정 받은 것도 P군과 J 둘은 기뻐하고 있다.

이대로 계속 두 집이 이사 안가고 그 곳에서 산다면, 둘의 인연은 오래 계속 될 거 같은 예감.

P군의 여자친구 J는 또래에 비해 진중하고 속이 깊은 편.

P군은 원장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께 특유의 유쾌함과 친근감으로 다가가고, 2년 넘는 동안

 J랑 커플 유지하고 있음을 자랑하듯 말하고 있으니. 그 누구도 딴지 걸거나 놀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낚지볶음 가게 운영하시는 바쁜 부모님 대신해 2월 마지막 날까지 등원하는 P군을 며칠 더 볼 수 있다는 건 반갑고  기쁜 일이다. 늘 붙임성 있게 말 걸어오고 할 말 끊이지 않는 P군의 통통한 두 번째 손가락이 유난히 반짝거리는 날.


둘의 사랑스런 순수한 사랑이 계속 이어진다면 저보다 더 깊고 고운사랑은 없을 거 같다.

두고두고 할 말 많고 추억거리  가득할.


초콜릿 속의 반지가

둘의 사랑 이어질 수 있게 씨앗 물어다 줬으니 초등학교 가서도 할 공부 다해가며

여섯 번의  봄 계절이 바뀌는 동안 싹 틔우고 고운 꽃 피우며 예쁜 사랑 이어가길 바란다.

그나저나 P군과 J야

'너네들  유치원 졸업하는 거 맞지,

유치원생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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