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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중력
브런치 작가잖아!!
by
서비휘
Nov 20. 2020
나는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 했어.
어딜 가나 붙어있고 같이 다니기를 열 손가락으로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섯 번을 접었다 펴고, 그것도 모자라 다섯 손가락을 한 번 더 펴야 할 만큼 같이 다녔네.
단 한순간도 그녀랑 떨어져 지낸 적은 없었어.
모르긴 해도 그녀 맘속엔 내가 아주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해 주지 않을까
추측만 할 뿐.
집으로 돌아올 때 엘리베이터를 타면 가장 먼저 점검하는 그녀 버릇이 한 가지 있어.
오늘도 잘 살아냈는지를 나를 보며 판단하더라고.
그래 맞았어. 나는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억만금을 준다 해도 바꿀까 싶은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이지.
‘혹여 나쁜 생각으로 흐려지지 않았을까!’를 제일 먼저 점검하는 그녀에 붙어
죽고
못사는 두 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 거야. 반 친구들 중 친한 애가 안경을 꼈었는데,
그게 신기했던 거지. 친구한테 허락을 받아 한 번 껴본다고 하더라.
어이쿠, 내가 어지러워 비틀비틀했어. 뱅글뱅글 돌더라고.
그 후로 아무리 예쁜 안경을 봐도 강 건너 불구경해서 다행이다 싶었어.
내 친구 중엔 멀쩡했는데, 친구들 안경을 계속 빌려 끼다 안경 너머 세상을 들여다
보는 친구가 한 둘이 아니었거든.
나는 그녀 어머니 일을 참 많이 도와드렸어. 그녀가 막둥이니까 어머니께서
나이가 많으셨는데, 깔끔하고 부지런하셨던 분이셨어.
꿰매는 이불 홑청 그니까 이불 껍데기를 수시로 뜯어 빠시는 거야.
마르고 나면 바느질을 해야 하는 대공사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늘귀 끼는 일을 꼭 막둥이인 그녀에게 부탁하는 거지.
그녀 어머니가 노안이 와서 하얀 실이 바늘귀로 계속
헛발질했던 거 같아.
여러 번 시도하다 끝내 그녀에게 도움 요청하면 1초도 안 걸리는 거지.
나는 바늘귀의 구멍이 아주 잘 보였거든.
그녀가 온몸 신체검사를 받을 때면 내 온몸도 검사에 임하는데,
숟가락이 필요하더라고. 내 몸의 한쪽을 완전히 가리고
다음 한쪽도 검사를 하는 거지.
시력 판을 읽고 결과는 왼쪽 오른쪽 둘 다 매번 1.5가 나오더라고.
보통사람의 가장 안정적인 수치라며 좋아했어.
그녀가 아주 젊은 날,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한 적 있었어.
글쎄 그 초등 친구들과 이런 수업을 진행하더라고.
교실 전체 양 사방을 뻥 뚫리게 해 놓고 한 명의 내 친구에게
빛줄기 하나 들어올 수 없도록 눈가리개로 완전히 가리는 거지.
그런 다음 그 친구들의 손뼉 소리만 듣고 그 친구를 찾아내는 미션이었어.
나와 같은 친구가 있어야 바로 찾아낼 수 있는데, 내 친구를 막아놓고
가까이 있는 이웃들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이었어.
선천적이든 후천적 불의의 사고로 나를 다친 사람들의
마음도 느껴보고 그들의 불편함도 이해할 수 있는 그래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울 수 있는 간접 체험의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
tv나 책을 많이 보면 내가 나빠진다고 얘기하는데, 예외도 있더라고.
그게 바로 나야. 어렸을 때 tv 프로그램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로
많이 봤을 텐데, 나를 잘 보존한 걸 보면 말이야.
내가 그녀로 인해 당황스럽고 황당할 때도 많았어.
영화나 tv에 슬픈 장면이 나올 때면 어찌나 눈물을 뚝뚝 떨구는지.
가족들이 띵~ 놀라워하며 그들의 안경 너머 내 친구들~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는 통에 눈물 콧물 때론 촉촉하게 젖다가
거두곤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
사람들과 말로 싸움박질을 못하니 속상한 일 있으면 울고, 애들이 아파도 울고,
매운 양파나 파를 까거나 칼로 쓸 때도 울고.
수도꼭지 달렸다면 고장 난 줄 알았다니까.
그녀 몸의 수분이 아무래도 내 중심에 다 모여 있나 봐.
사실 난 말야, 미세먼지, 매연 등 어떤 형태든 눈물 흘려주면
내 몸이 샤워한 듯 말끔해지고 상쾌해서 기분이 가장 좋을 때긴 해.
얘기하다 보니 그녀한테 붙어 내가 반짝일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겠어.
많은 내 친구들이 콘택트 렌즈나 인공 눈물이 들어올 때마다
몸을 움찔하게 된다더라고. 그녀는 아직 그런 걸 사용한 적 없으니
아주 고맙고 감사한 일이겠지?
그녀가 나를 가장 혹사한 적이 있었어. 그녀랑 함께 한 지 열 손가락을
다섯 번이나 접었다 펴도 모자란다 했잖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한다고
할 때 고생을 많이 한 거지. 멀리 있는 글자나 사물은 지금도 아주 잘 보여.
가까이 있는 책을 보기가 힘든 거야. 안경 중에 돋보기를 껴야만 책을 볼 수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그녀한테 미안한데, 오후 6시가 넘으면 나도 버티다
버티다 녹다운되어버리는 거지. 그러면 그녀는 안타까운 맘으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어. 가족들은 수험생이라면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저녁 6시쯤이면 땡치는
그녀를 정말 이상하단 눈으로 봤던 게 생각 나.
그녀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도 나를 통해 참 잘 찾아내.
바삐 걸어야 할 아침 출근길도 곧장 걷지 못하고, 멈칫멈칫 내 속에
담기가 버거울 땐 휴대폰 힘도 빌리더라.
그녀 딸이나 남편과 같이 외출하다가도 멈칫멈칫하는 일이 많았어.
어린아이 장난감 가게 앞에서 이것저것 사달란다고 손 놔 버리고
안 보이는 곳으로 사라지듯, 이해 못한 가족들 잔소리를 참 많이 듣더라고.
요즘 어떠냐고? 브런치 작가잖아.
작가의 사물에 대한 민감성과 예민성을 아주 쬐금이라도
이해해 주려고 노력 중인 그녀 가족을 볼 수 있어.
이젠 곧장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게 더 이상한 가봐.
오늘 아침에도 그녀를 통한 내 속에 많은 게 담겼어.
내가 그녀랑 함께여서 어떠냐고?
달달하고 달콤해. 사랑스러워.
그녀가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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