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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25. 2020

       방, 방,   나의 카톡방!!!!

따뜻함이 그리운 계절이다.

길을 걷다 집 안의 포근하고 따스한 불빛은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네모난 공간, 우린 흔히 방이라 이름 부른다.    

어릴 때 나만의 방을 갖고 싶었다.

3남 2녀에 할머니도 계실 때라 막내인 내 방 차지는 어림없었다.

흙 밭에서 공기놀이, 소꿉놀이하며 방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그 작은 개미들의 방을 궁금해했다. 개미들이 부지런히 드나드는 굴 앞에 한참을

들여다보며 파 보는 일도 있었다. 파면 팔수록 구멍 속의 방은 드러나지 않고

흙이 와르르 무너져 내려 개미네 방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개미네 방도 내 방도 끝내 보지 못한 채 초등 5학년까지 지냈다.

   

엄마, 아부지와 같은 방을 쓰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내 방이 생겼다.

기와집의 제일 뒤에 자리한 골방 같은 할머니 방이었다. 혼자 쓸 수 있는 방이 생겨 좋았다기보다 골방이라 싫었다. 할머니께서  꽤 오래  편찮아서  누워  계시던 방이라 더 무서웠다.  지나고 보니 돌아가시기 전  날인데,  할머니랑  같이  자자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씀 하셨다.  어린  맘에  귀신  처럼  보였다. 싫다는  말은  못하고  엄마 방에 가서  자  버렸다.

할머니가  쓰던  방을  내  방으로 사용하면서

꽤 오래 무서웠고,  할머니랑  같이  자자는  그 소망을  들어주지  못한  죄책감에  힘들어 했다.

 그 후  할머니께서  내  꿈 속에  나타나셨다.  하얀 소복을 입고  우리 동네 뒷산 어딘가 자리했던 절  속으로  스윽  들어가셨다.  엄마한테  말했을  때  할머니께서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말해 주었다. 그 후  할머니께  미안했던 맘이  가셨던 거 같다.


언제부터인지 눈에 보이는 벽과 칸막이가 없는 방이 하나, 둘 생기더니  지금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여럿이 동시에 만나지 않고 바로 앞에 앉혀놓고 이야기하듯 생방송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방이다. 못할 게 없는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춘 방 같은, 특히 대중교통에선 소리 내지 않고

맘을 전할 수 있으니 좋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나가 있는 이들과 같은 방에 앉아 이야기 나누듯 돈 또한 들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방 크기 가늠하기 쉽지 않다. 아주 큰 방은 천명, 만 명 수십 명이 들어가고

작은 방은 나 혼자 들어갈 수 있다.

방마다 특색이 달라서 축하해 줄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폭죽이 매일 터지는 축제 방,

 얘기 나누다 훌쩍훌쩍 눈물 훔치고, 금방 으하하핰핰 웃음보 터트리는 아랫목 있는 구들방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부동산 정책에 갑론을박하는 복덕방.


빠른 해석과 설명에 보수 공사를 하다 방 안의 자료들이 뒤죽박죽 재정리를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아리송방,


느린 삶을 향유하듯 좋은 글과 시가 배달되고

향긋한 차 향기 가득한 방에서 심신을 안정시키는 다방.    


앞으로 나아가고 싶긴 한데, 희뿌연 안개로 답답할 때 뭔가 부여잡고 싶은 젊은이가 많은 뜨겁다 못해 데일 거 같고  정보 탐색하다 질문하고 뻥 뚫리는 답을 하는 이가 있으면  24시간 소통이 오가는 방,


소식을 전하는 속도가 엄청 빠르고 방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질문도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는 이들이 많아 군불을 아주 세게 때는 뜨거워 발을 디딜 수 없는 온돌방.

서로의 관심사가 다를 때 만남이 줄어들듯 방 온기도 금방 식어버리는 싸늘하고 얼음장 같아 문조차 열지 싫은 냉방도 있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말이나 나누는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고 딴소리하는

어릴 때 할머니가 쓰던 골방에 떨어진 기분이 이랬을까(?)   

 

엄마 아부지가 쓰던 제일 큰 방과 오빠들이 쓰던 작은방과 더 작은 방은 대청마루를 딛고 이방 저 방 오갈 수 있었다.

할머니가 쓰던 방까진 부엌이 가로막아 쓰레빠를 신어야 했으니 물리적 거리만큼 소식과 소통이 한 템포 느렸을 거다.   

 

스마트하 못하고 폰의 활용능력이 원활하지 못한 나는 뜨거운 방에선 주춤 나도 모르게 골방에 동떨어진 기분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할라치면 또 다른 질문들이 쏟아지고 그에 대한 답들이 주르르 달려간다.

나는 멍~ 뒷북도 못치고 멈칫 해버린다. 잘못하다 웃음꼴 될까 염려되는 것이다.    


속도나 감각이 비슷하거나 배려있는 사람을 만났을 땐 이불하나 나눠 덮고 안방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마냥 신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돌아보면 여지없이 방 리더를 잘 만난 덕분이다. 보이지 않는 방향 설정의 숨은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요즘같이 마주하는 만남이 통제되고 있는 이 때,

여럿이 동반성장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 뿜뿜인 방들이 많아서 좋다.

센스 있고 재빠르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을텐데... 그래도 함께인 방이 많아 좋다.  

때때로 가끔 혼자만의 공간도 필요할 테니 어릴 때  갖고 싶었던  나만의  방을 꾸며볼까나.

괜히  맘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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