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시작된 지 이틀 지난 오늘, 구름 덩어리 한껏 안고 있는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석촌호수로 향했다. 거북이 마라톤 대회를 위해 전체 원생들이 나선 거였다. 원생들의 집 가까운 곳에서 행사가 열렸으니 많은 어머님과 할머님들 호수에 구경하러 나오셨다.
7세 형님반들이야 엄마나 할머니 발견하면 기쁘고 반가움에 폴짝 뛰다 못해 날아오르는 흥분이 인다. 네 살배기 울 반 쪼꼬미들 열에 열 명안 봐도 비디오다. 눈 뜨고 못 볼 몇십 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 상봉 이상의 눈물바다 기본. 행사 진행 끝이 돼 버린다.
누누이 울 반 엄니들께 눈에 띄지 말고 만약 오실 거면 숨어 보시라고 부탁을 드렸다.
007 첩보 작전이라도 하듯 슬금슬금 숨어 따라다니는 그림자만 보였다. 그분들 중 ㅎ이 할머님도 계신 거였다.
뜨거운 햇볕에 나왔다면 무지 더웠을 테다. 무거운 구름덩어리가 가려주니 든든한 차양막이 되었다. 석촌호수 한 바퀴를 형님 반들은 단숨에 돌 모양새다. 문제는 울 쪼꼬미들. 맘대로 가고픈 대로 가라면야 형님 반 못지않게 16단 분리로 날아갈 수 있다.
이게 이름하여 거북이 마라톤 대회! 뛰면 안 되고 엉금엉금 걸어가야 하는 거. 네 살이면 청개구리 띠들이라 걸어가라 했으니 당연히 뛰어가고 싶은 거다. 울 반만 있는 것도 아니고 8반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울 반만 무질서에 16단 분리, 통제 불능 배가 산으로 가는 건 순식간이고, 눈 깜짝할 새 아수라장으로 변할 수 있다. 긴장의 끈 놓치지 못한다.
세상에 태어나 걷기 시작한 지 불과 2~3년을 감안하면 쪼꼬미들 친구들 손잡고 줄지어 똑바로 걸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 엄마 아빠와 함께였다면 안기거나 목마 아님 유모차 타고 다녔을 테다.
친구들과 낯선 길 만나는 사람과 풍경들 상황이 어리둥절하고 얼떨떨하다. 다리 힘 조절이 고루 되지 않아 가끔씩 넘어지고 부딪히기도 하며 반 바퀴 돌고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걸로.
쪼꼬미들 표정 살펴야지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고 멈춘 쪼꼬미, 다다다 뛰는 쪼꼬미, 더 이상 못 걷겠다며 우는 쪼꼬미 달래 가며 겨우겨우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야호!!!!!!!!!”
그런 것쯤이야, 각오하고 가니까 좀 쉬면 괜찮아진다. 야외 활동할 때 줄을 못 세우고 다닌다며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똑바로 걸으라는 선생님을 볼 때면 맘이 참 힘들다.
나도 들여다보고 둘러볼 것이 얼마나 많은데, 쪼꼬미들 얼마나 궁금한 게 많을까. 나무도 나뭇잎도. 개미 한 마리 지나가면 우르르 쪼그려 앉아야 하고, 비행기 날아가면 올려다봐야 하고, 새 지저귀면 들어야 하고. 맘대로 하는 대로 다 받아준다는 식의 말이 들릴 때면 가시에 찔린 듯 맘이 아프다.
다행히 ㅎ이 할머니께서 숨어봤지만, 맘을 알아주며 하신 말씀에 고맙고 감사함의 눈물로 다시 힘을 얻은 날. 아자아자 울 쪼꼬미들 파이팅!! 잘했어!!!
세월이 9년 지난 뒤 ㅎ이 어머님께서 보내신 문자에 또 살아갈 힘을 얻고. 참 감사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