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하사
유급지원병제(有給志願兵制) 또는 전문병제(專門兵制)가 제도의 공식 명칭으로, 2008년 병 복무기간 단축에 의해 숙달된 인원들이 빠져나가 병력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
-출처 : 나무 위키-
전문하사는 쉽게 말하자면 병으로 복무기간이 끝나고도 하사로 지원하여 군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제도이다. 전문하사와 유급지원병 두 분류가 있는데 전문하사는 일반적으로 입대하여 복무기간을 만료하고 하사가 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라면 유급지원병은 입대 때부터 복무기간이 끝나면 하사가 되기로 내정되어 있는 것이다.
부대 입장에서는 전문하사를 권장하고 한 명이라도 더 임관시키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가 전문하사 한 명은 어마어마하게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군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작업들은 간부의 통제하에 진행해야 되는데 휴가나 근무 등 이런저런 이유로 간부들이 빠지고 나면 작업을 통제할 간부들이 부족해진다. 그러다 보면 간부가 없어서 작업을 못 하는 경우도 생겨 한 명이라도 많은 간부가 있어야 부대 운영이 수월하다. 물론 간부가 없어도 분대장급에게 지시하고 병사들만 보내도 작업은 된다. 하지만 작업을 하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처가 힘들어지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지휘관에게 돌아온다. 지휘관 입장에서는 차라리 작업을 좀 늦어지는 게 낫지 괜히 간부 없이 작업하다가 문제가 생기는 게 훨씬 골치 아파진다.
뿐만 아니라 전문하사는 초임 단기하사 보다 숙달된 인원이기 때문에 주특기 및 작업에 능해 부대 적응기간도 필요 없다. 그래서 부대에서 전문하사를 하겠다고 하면 쌍수 들고 환영한다. 아니 전문하사를 시키려고 꼬시기도 한다. 하지만 병사 입장에서는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다.
모진 군생활 이겨내고 병사들 사이에서 왕고가 되었는데 전문하사를 할 경우 간부 중에 막내가 되기 때문이다. 만렙 찍고 전직 퀘스트를 하고 나니 다시 레벨 1이 되는 기분이랄까? 물론 전직 퀘스트를 한 대가는 주어지지만 레벨이 오르려면 훨씬 많은 경험치를 얻어야 한다. 게다가 전역을 하게 될 경우 동원훈련을 2년 더 가야 한다. 따라서 군생활이 적성에 맞거나 직업군인 할 마음이 있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한다.
전문하사가 정말 필요한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대장으로 부임하고 수연(가명)이는 초도 면담 간에 전문하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상병이었고 분대장을 달고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군생활을 해왔기에 전문하사를 한다면 포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한 가지 흠이라면 그가 관심병사에 선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사회에 있을 때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손목에 상처를 낸 적이 있었으나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얕은 상처였다. 지금은 부모님과 사이도 괜찮고 군생활도 잘하고 있어서 병력 결산할 때마다 딱히 할 말은 없었지만 자살 시도라는 이력 때문에 관리를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가 전문하사를 한다고 했을 때 워낙 열심히 하는 친구라 과거와 상관없이 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병장 달기 한 달 전에 사고가 터졌다.
인근 부대에서 전문하사 한 명이 자살을 한 것이다. 같은 사단은 아니었지만 거리상 그리 멀지 않은 부대였다. 그 여파로 군단에서 전문하사 자격 판단을 강화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리고 두 달 후.
수연이의 전문하사 지원서를 보며 많은 고민이 들었다.
분명 수연이는 겉보기에 아무 이상 없이 군생활을 잘 해왔다. 그는 자신의 자살시도를 후회하고 자신의 흑역사라고 하지만 과연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 물론 다시 자살시도를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문제는 거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연이가 임관을 해도 될 만큼 간부로서의 자질이 있냐는 것을 따져봤을 때,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봤을 땐 문제가 없지만 서류상으로는 불합격이었다. 행보관 역시 같은 생각이었고 우리는 이 사항을 대대장님께 보고했다. 결국 우리가 판단하기 애매하여 책임 소지를 대대장님에게 넘긴 것이다. 대대장님 역시 고민을 하다가 임관을 시키지 말라는 결론을 내렸고 지원서는 제출을 했지만 임관을 하지 못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문하사 지원 결과 발표가 있던 날 수연이는 포대장 실을 찾아왔다.
"포대장님. 혹시 제가 왜 떨어진 건지 알 수 있습니까?"
많은 고민이 들었다. 과연 뭐라고 해야 이 친구가 납득을 할 수 있을지 생각나지 않았다. 어영부영 적당히 둘러댔으나 그 역시 전문하사는 정말 문제 있는 사람이 아니고선 다 임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납득하지 못했다. 더 이상 어떻게 둘러대야 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좋겠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수연이의 임관을 막은 것은 나였기에 그러지 못했다. 상급부대의 지시가 있었지만 사실 상급부대는 중대급 부대에 있는 전문하사 임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 말은 결국 중대장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대대장님께는 임관시키겠다고 적당히 보고만 하고 지휘관 추천서를 써줬다면 그는 임관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 나 하나 피본 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나야 전역하면 그만이지만 군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행보관은 직격타가 될 것이고 어쩌면 대대장님이나 주임원사도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직접 설득시키기보단 행보관에게 넘겼다. 다행히 군생활 많은 행보관이 알아듣기 쉽게 잘 설명해줘서 수연이는 납득을 했고 무사히 전역했다.
사실 수연이 같은 경우는 운이 나쁜 케이스지만 애초에 전문하사를 아무나 시키지는 않는다. 수연이 이후 유급지원병이 3명이 있었으나 그중 임관을 한 것은 1명뿐이었다. 나머지 2명은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유급지원병을 취소시켰다. 아무리 간부가 부족하더라도 부대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임관시키지 않아야 한다. 자격이 안 되는 간부 때문에 가장 힘들어지는 것은 병사들이기 때문이다. 간부는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시켜서는 안 되는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