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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Jun 07. 2018

직업군인의 휴가

군대상식


휴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단어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게 슬슬 계곡으로 바다로 혹은 해외로 휴가 계획을 잡으며 벌써부터 엔돌핀이 상승할 것이다. 

사회에서의 휴가도 좋지만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군대에서의 휴가가 얼마나 달콤한지 알 것이다. 특히, 신병 위로휴가를 나가기 전에 나가서 먹을 것들, 만날 사람들, 갈 곳 등등을 리스트업 하며 가슴 두근거렸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직업군인들의 휴가는 어떠할까? 병사들의 휴가처럼 달콤할까?

물론 간부들도 휴가를 좋아하지만 병사들만큼 간절하진 않다.


사실 직업군인의 휴가는 병사들의 휴가보다 그 의미가 덜 하다. 아무래도 부대에만 있는 병사들에 비해 출퇴근을 하다 보니 바깥세상에 대한 그리움이 적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할 기회가 비교적 많아 병사들만큼 간절하지는 않다.

물론 GP·GOP에서 근무하는 간부들은 주말에도 거기서 잘 못 나오기 때문에 휴가가 간절하겠지만 근무지가 도시에 가까울수록 굳이 휴가가 아니라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 그렇게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다. 

직업군인에게 휴가라 하면 위수지역 외 지역을 갈 수 있는 기회 정도랄까. 밖에 돌아다니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일을 안 나가고 조용히 쉴 기회 정도 되겠다.     


간부들에게 주어진 휴가는 1년에 21일이다. 21일이면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걸 다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통 한 달에 주말+휴가 1일 붙여서 2박 3일씩 쓰고 많이 써봐야 3박 4일이다. 그 이상 휴가 낼 때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눈치 보이기도 하고 혹은 눈치 주는 경우도 있어 잘 안 쓴다. 눈치 안 보고 4박 5일 휴가를 낼 수 있을 때가 한 번 있는데 하계휴양이 그렇다. 하계휴양은 상급부대에서부터 무조건 4박 5일씩 나가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이때는 오히려 휴가를 안 나가면 문제가 된다.

정기휴가 뿐만 아니라 포상휴가도 있는데 병사들에 비해 흔치 않고 어차피 21일도 다 못 소화하는 마당에 포상휴가를 받는다고 더 많이 나가는 것도 아니다.(이론상은 가능하다고 할까...) 그래도 받으면 기분은 좋다.     

보통 한 달에 2박 3일씩 나가는 짧은 휴가지만 어떤 달에는 그마저도 못 나갈 때가 있어 21일을 온전히 다 소화 못 하는 경우가 많다.(주요 직책을 맡을 수록 휴가를 잘 못 나간다)


휴가를 못 내는 경우는 여러 가지인데 보통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훈련 기간이나 훈련 전 주말에는 휴가를 내지 않는다. 남들 훈련할 때 휴가 간다고 빠진다면 형평성에 안 맞고 훈련 전에는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 대부분 그 기간에는 피한다. 그래서 만약 3주 훈련 같은 게 잡히면 그 달은 대부분 못 나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휴가 나가 있는 동안 대리업무 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규정상 휴가를 같이 나갈 수 없는 사람이 있다.(예로 들면 소대장이 나가면 부소대장이 대리 임무를 해야 돼서 겹칠 수 없다) 그 사람과 겹치지 않게 조율을 해야 되는데 만약 그 사람이 나보다 짬이 높으면 짬에서 밀려 못 나가는 경우도 있다. 

어떨 때는 휴가 전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못 가는 경우도 있다. 휴가를 보통 한 달 전에 종합을 하는데 원래는 예정에 없던 훈련이나 사열, 파견 같은 게 생기면 어쩔 수 없이 휴가를 취소하거나 주말만 갔다 오는 경우가 생긴다. (예전에는 규정상 주말에 반차라도 붙여야 휴가를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반차 내고 정상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요새는 연가를 미공제하고 주말만 휴가를 갈 수도 있어 억지로 반차를 쓸 필요는 없다.)


이렇게 못 쓰고 남은 휴가는 반기마다 연가보상비로 지급한다. 보통 1년에 11일 정도 연가보상비로 지급을 하는데 예산이 좀 남으면 더 많은 일수를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예산이 부족하면 더 적은 일수를 보상해주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남기는 것도 좋지 않다.


휴가를 갔다고 해서 완전히 자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직장인도 마찬가지겠지만 휴가를 가기 전에 중요한 일을 어느 정도 끝내 놓고 인수인계를 해야 되며 휴가 중에 업무 때문에 전화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게다가 군인들은 휴가 중에도 무슨 일이 생기면 복귀해야 돼서 항상 전화 대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직업군인이 휴가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면 군인공제회에 가입한 사람은 거기서 제공하는 숙소를 싸게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휴가철에는 경쟁률이 세서 초급간부들이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군인공제회 가입 기간이 길수록 우선 제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군용 헬기를 이용해서 제주도를 갈 수도 있는데 현역 중에서도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고 본인과 직계가족만 이용 가능한 데다 날짜도 따로 정해져 있어 이용이 쉽진 않다.


해외여행도 갈 수는 있는데 (병사들도 가능하다) 장관급 이상 지휘관의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 주 전부터 공문을 올리고 결재를 받아야 한다. 즉, 사단장이나 여단장 등 장군들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 때문인지 눈치가 보여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신혼여행이 아닌 이상 해외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해외에 나가도 전화 대기는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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