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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Sep 17. 2018

'잘' 한다는 것

군생활 이야기

군대에서 가끔 상급자가 격려 차원에서 악수를 청하는 경우가 있다. 

신고를 한다거나 표창, 상장을 받는다거나 등등

그럴 때면 대부분의 하급자들은 악수를 하고 이런 말을 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미군은 상급자와 악수하면서 뭐라고 할까?


처음 자대 배치를 받고 신고하는 날, 신고에 앞서 선배 장교는 충고를 해줬다.


"우리 대대장님은 열심히 하는 거 안 좋아하셔. 잘 해야 돼. 그러니까 절대 열심히 한다고 말하지 마."


하지만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고 신고를 하고 악수를 나누면서 자동반사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열심히!!!...."


다행히 '열'이라는 글자가 튀어나옴과 동시에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올라 말을 중간에 바꾸었다.


"... 하되 잘하겠습니다."


지켜보던 선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대대장님은 고개를 끄덕거리곤 말했다.


"아주 중요한 말을 하는 구만."


신고가 끝나고 차를 한 잔 하면서 대대장님과 면담을 나누는데 이런 말을 했다.


"열심히는 누구나 열심히 한다. 그러니까 잘 해야 된다. "


그때는 그 말이 맞는 것이라 생각하며 잘 하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했다.


군대에서나 사회에서나 '열심히' 보다는 '잘'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제 막 들어온 소위가 혹은 신입사원이 잘하면 얼마나 잘 하겠는가. 

우리는 장교후보생 과정을 거치면서 교육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필드에서 겪는 실전은 달랐다. 대학 전공 4년 열심히 해서 관련 전공으로 입사했는데 회사에서 하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른 것과 마찬가지였다. 후보 생떼 중요한 것과 소위 때 중요한 것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소위 때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지만 행동은 욕심을 따라가지 못했다. 미숙한 부분이 많았고 실수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을 잃어갔다. 어떨 때는 정말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하면서 이러려고 장교로 임관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다. 


출근하기 전에 오늘은 욕먹지 말자는 다짐을 하기도 했고 부족한 만큼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보통 1년이 지나면 군대가 돌아가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익숙해진다고 말하지만 1년 뒤에도 여전히 부족한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은 성장 속도가 다 다르다. 심지어는 분야별로 다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생각해도 취약한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부족하다고 느낄수록 더 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잘 하는 것 까진 모르지만 잘 해 보이는 정도는 됐던 것 같다. 


그러면서 다시 그때 대대장님이 했던 말을 떠올려보니 그 말이 맞는 말 같지만 틀린 말이기도 했다.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누구나 잘 하긴 힘들다. 

물론 타고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부족한 점이 있고 실수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통해 열심히 자신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성장을 하는 것이다. 그 성장은 오래 걸리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하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계속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결국, 열심히 해야 잘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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