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 학교
몇 해 전 지인의 소개로 순례길 학교에 들어갔다.
경기도 평화의 길을 걸었고 수도권에 있는 둘레길도 걸었는데,
작년 연말에는 가야순계길도 걸었다.
단톡방에 있는 회원은 70명이 넘지만
실제로 모임에는 20명 이상, 적게는 10명 내외가 모인다.
한번 걷기 시작하면 3만 보 이상을 걷고 또 걷는다.
처음에는 평지길만 걷게 거니하고 입학했는데
의도치 않게 트레킹도 자주 했다.
가끔은 행정구역을 넘나들기도 했으니 종일 앉아서 일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걷는 것 자체가 노동에 가까웠다.
순례길 학교는 열심히 걷고 잘 먹는 게 사명과도 같다.
그렇다고 여느 동호회처럼 끝난 후 모여서 1차부터 시작해서 3차 까지는 가지는 않는다.
열심히 걷고 점심은 영양가 있는 메뉴로 맛점을 하고
걷기가 끝난 후 마음 맞는 사람들만 모여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 하는 정도인데
이건 내가 모임을 자주 나가는 이유이다.
각자의 일상을 끝낸 후 토요일에는 걷고 또 걷는다.
두 명씩 짝을 지어서 걷기도 하고, 여럿이 함께 걷기도 하지만
혼자 걷는 것도 이상할 게 없어서 난 이 모임이 꽤나 마음에 든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면 주저앉고 싶고
그만 걷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앞서 걷는 사람의 뒷모습이 내게는 나침판 같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의지가 돼서 지친 다리가 힘을 내기도 한다.
그렇게 걷다 보면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는 에너지도 생기고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힐링을 느끼기도 한다.
매일 아는 얼굴들과 익숙한 대화가 오가는데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익명이 보장되는 모임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는
나에게 힐링이 되기도 한다.
내년 9월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열흘간 갈 계획인데
가고는 싶지만 긴 휴가가 가능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