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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침 Apr 06. 2024

가두산고(街頭散考)

- Kyoto 

ⓒ 스침

- 이번엔 꼭, 하다가 인연이 닿지 않은 곳이 있다. 메이지 유신으로 수도가 도쿄로 이전하기 전까지 헤이안 시대의 중심이었던 천년고도 교토. 빗대자면 경주 같은 교토에 마침내 발을 들였다. 전날밤 계획은 이랬다. 오사카 호텔 옆 클래식한 반지하 카페에서 커피를 곁들인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우메다역에서 교토행 한큐선을 타고 교토로 향한다. 


- 브레이크 타임인 탓에 겉멋들인 조식은 건너뛰고 열차에 올랐다. 조종실이 개방돼 지나온 길과 향할 길을 정면으로 직시할 수 있었다. 삶이야 그럴 수 없으니, 열차라도 그렇게 만들어준 이에게 감사했다. 어떤 구조물이 신선한 인식을 담고 있다면 반드시 고개를 숙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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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국가를 침략할 때 전략적으로 해당 국가의 문화를 분석하기 마련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교전국 일본을 분석하고자 했던 미 국무성은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에게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 일본을 단 한 차례 방문하지 않은 그는 자료와 증언만으로 일본문화를 정교하게 해부한 명저 <국화와 칼>을 집필했다.  


- 그는 수동적이면서 동시에 공격적이고, 호전적이면서 심미적이며 무례하면서 공손한 일본인의 모순된 태도와 성격을 '국화'와 '칼'을 양손에 든 모습이라고 비유했다. 일본의 상징 중 하나인 가부키(歌舞伎)의 창시자라는 무용수 이즈모노 오쿠니(出雲阿國)가 국화 대신 부채와 칼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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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은 교토를 가로지르는 얕고 좁은 가모가와(鴨川) 천변에 서 있다. 대교 위에 서서 실연을 본 적도 없고, 관심도 가져 보지 않은 가부키 대신 정지용의 시 <압천(鴨川)>을 떠올린다. 교토 도시샤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시인은 이 천변을 걸으며, "제비 한쌍 떳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압천 십리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라고 노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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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조대교로 압천을 건너면 한껏 기모노를 차려입은 남녀노소가 눈에 들어온다. 경복궁 근처에서 한복을 자주 볼 수 있듯 여기도 그런 모양이다. 전통의상은 일상복의 기능성을 잃고 행사복이 된다. 


- 좌우 길가 상점에선 기모노와 19세기 양장을 대여하고 있었다. 메이지 유신으로 아시아 최초로 빛나는 근대화를 이뤘다는 자긍심이 강한 일본인들에게 당시 복식은 일종의 훈장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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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슨 조합이람. 소바에 구운 청어가 올라가 있다. 호불호가 있다는 후쿠오카식 라멘에 대한 좋은 추억을 믿고 교토식 니신소바(鰊蕎麦)를 주문했다.


- 대개의 경우, 입맛은 보수적이다. 비위가 약하고 음식에 대한 탐구심이 결여된 편인데도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간장 베이스의 국물, 탱탱한 식감의 면과 어울렸고 전혀 비리지도 않았다.  


- 도보로 가장 가까운 일본 3대 신사 중 한 곳인 야사카 신사(八坂神社)를 향한다. 신사야 뭐 그렇고, 바로 연결된 마루야마 공원(円山公園)을 산보했다.


- 반나절만에 체력을 소진하고 오사카행 열차에 오르며 다짐했다. 기필코 교토엘 다시 오리라. 그렇게 오매불망하던 교토기행은 짧디 짧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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