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아비가 05화

'왕당파'와 '공화파'

by 스침

현재 이 땅엔 정치적으로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어 보여. 하나는 군주제를 지향하는 ‘왕당파’이고, 반대편에는 민주정을 옹호하는 ‘공화파’가 있다는 얘기지. 왕정이 아닌데, 무슨 왕당파가 있냐고? 왕에 버금가는 거대권력의 그늘 안에서만 자유를 느끼는 유전적 인자를 가진 무리가 있다는 거야.

역사적으로 보면 그런 자들의 뿌리는 오래되었어. 대륙을 차지한 지배세력에 사대하던 이들이 득세했던 오랜 시기가 있었잖아. 급기야 조선의 왕을 버리고 일왕을 추앙했던 그들은 해방 후 척결되지 않았고, 미국이라는 새로운 제국과 군부독재라는 절대권력 뒤에서 기득권을 유지했어. 그들이 왕당파를 선택한 이유는 어쩌면 간단할지 몰라. 다수의 민중보다 소수의 권력자에 봉사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자기 이익에 충실할 수 있어서겠지.


해방 이후, 미군정은 고등교육을 받은 친일세력을 통해 혼란을 막고자 했고, 그들은 일제 강점기에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이익에 복무했어. 이어진 군부독재 시기에도 그들의 행동패턴은 변하지 않았지. 자국민을 학살을 자행한 권력자들은 정상적 처벌을 피했고, 다시금 내란으로 이어진 거야. 그런데도 극우 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 곳곳을 멍들게 하고 있어.

일제가 강점기에 한국을 근대화시켰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를 주장하는 뉴라이트가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비뚤어진 이념교육을 시키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아연실색할 일이야. 친구와 술자리를 하다가 “이해불가한 사건들의 기저에 일본 극우의 망령이 보인다”라고 한 적이 있어. 음모론처럼 들리겠지만 내 추론은 이래.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한일기본조약) 체결 이후 문부성 국비장학생이란 명목 아래 한국유학생들을 받아들였어. 신친일인사를 키우는 작업이 정부 차원에서만 이뤄졌을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일본 극우는 다각도로 한국 사회의 사상적 틀을 흔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어. 내 얘기는 그 선봉대로 한국의 뉴라이트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는 거지. 뉴라이트들의 주장은 한결같이 일본 극우의 논리와 맞닿아 있고, 최근엔 혐중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어. 어떤 주장과 논리도 혐오를 바탕으로 해서야 되겠어?


우리는 지난 몇몇 정권에서 비상식과 비정상의 반복을 경험했어. 부패, 무능, 무도란 단어를 접두사로 사용해야 할 만큼 참담한 정권을 봐야 했어. 급기야 계엄군의 국회침탈이 생중계되는 지경에 이르렀지. 공익보다 사익이 앞서고, 주권자인 국민보다 권력자에 아첨한 왕당파들의 만행은 다 밝혀지지도 단죄되지 않았어. 적법한 절차를 따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거야.

참혹한 경험이었지만 우리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전 세계에 증명한 계기이기도 하지. 철권을 휘두르며 장기집권을 노린 유신독재와 잔악한 군부독재도 극복한 우리의 공화주의자들은 결코 굴복하지 않았어. 오로지 이기적 유전자로 기생해 온 기득권과의 지난한 투쟁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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