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라 Sep 11. 2018

오늘은 올레길 걷기

제주살이 이레

오늘부터는 올레길을 걷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슬슬 꽤가 난다.

동네 찻집 찾으러 갈까?

이 근처에 있다는 작은 서점 구경 갈까?

핑계거리 찾느라 머릿속이 바쁘다.


그런데

아이 학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펼쳐진 풍경


어두운 하늘, 바다, 무심한 들판,,,

아… 나 제주에 살고 있구나!

올레길 찾아 걸어야겠다.



마음 먹었더니

집 앞 골목에서 간세를 발견했다.

놀라운 동시성


마음 먹으면 펼쳐지니

참 감사할 따름이다.


그럼 집앞에서 시작하면 되는구나.

미루지 말고 시작하자.


18 올레길을 걷는다.

길을 가다가 멀리 보이던 곳이 이곳이구나!

공사중이라 황량하다.

멀리서 볼땐 무지 운치있어 보였는데,,,



오늘

만난 올레는

아름답기 보다는

황량하고 거칠고 지저분하고 투박하다.



가식을 덜어내고

내 맨얼굴을 찾고 있는 나에게

선물같은 투박함.



무언가 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나로 존재하는 것.



나를 찾아가는 길.



익숙한 나의 대처방식 대신

마흔 다섯 현재를 살고 있는 나에게

걸맞는 길로 이끄는 길.


오늘의 올레는 그랬다.


나에게 꼭 들어맞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이 있었다.





.

.

.

10키로쯤

너끈히 걸을 줄 알았는데

7키로 걸으니 다리가 뻣뻣하고 오금이 당긴다.

버스타고 집으로 돌아 옴.



그런거지?

이제 늙어가는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정해가며 살아야 하는 거지?


아니면

성실하게 꾸준히 훈련을 하던가,,,


이것이 현실인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 탐험 - 용눈이 오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