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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Sep 26. 2018

한라산 사라오름

제주살이 스무사흘

아침 9시 30분

성판악 휴게소를 출발한다.


집에 있는 아이들

아침, 점심, 간식 까지 챙기고 오느라

좀 늦었다.


내일 부턴 학교 가야하니

꿀 같은 추석연휴의 마지막날은

집에 있고 싶다는 녀석들.


아이들도 나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의 날.


한라산 국립공원 표지석과

기념사진 찍기~


오늘은

사라오름으로 간다.

왕복 12km정도 되는 코스

시간은 4시간~ 5시간 예상.



비도 조금씩 내리고

출발 시간도 늦어서 천천히 사라오름을 향해

걷는다.



천천히 걷다가 생각이 바뀐다.

백록담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몰라.

부지런히 3시간 안에 진달래 대피소까지 가보자!


걸음을 빨리 걷기 시작한다.

앞서 가던 사람들을 추월하며 속도를 낸다.

숨이 좀 차지만 이렇게 쭉 가면

12시 30분 까지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그렇게 한참 가니 힘들어서 자꾸 쉬게 된다.

쉬다 보면 내가 앞질러 갔던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간다.


조금 쉬다 또 속도를 내서 빠르게 올라간다.

그런데 아까보다 훨씬 빨리 지친다.

쉬다 보면 아까 그 사람들이 또.나를 지나쳐간다.



어,,,

이건 몇 년전 상황과 오버랩 되는데!!

.

.

.

막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둘째가 3살 쯤 되었을 무렵

혼자 제주 여행을 왔었다.


그때도 한라산을 오르고 있었다.

오늘 처럼 빨리 힘껏 오르다가 쉬고,

또 힘내서 올라가다 숨차면 쉬고,,,


그렇게 반복해서 올라가다가

계속 마주치는 나이가 지긋하신 일행분들이

말을 거신다.

빨리 가다가 쉬지 말고

당신들과 천천히 함께 가지고.


사실 속도는 똑 같았다.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만나면서 갔으니까.


나는 숨이차고 다리가 아프고 힘든데,

그 분들은 여유있게 이야기도 나누시면서

올라가고 있었다.

그길로 그분들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함께 가자고 청해주신 분은

제주도에 있는 많은 산악회들의 총 회장님이란다.

지인 몇 분과 산행을 하러 오셨단다.

그날 그분들과 함께 해서 무사히 정상까지 갔다가 관음사로 하산할 수 있었다.


그분 말씀이

숨차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올라가라고.

빨리 가다 쉬고, 빨리 가다 쉬는 것 보다

훨씬 빠르고 덜 피곤해서 오래 갈 수 있다고.


그날 이후로는 힘들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산행한다.


나이 먹고, 체중이 늘어난 탓에 무릎이 아파서

중간에 내려온 적은 있어도

체력이 방전되서 포기한 적은 없다.



그런데

12시 30분 안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고 싶은

욕심에 속도를 내니

내 페이스를 잃고 너무 힘들었다.


한참을 쉬면서

내가 앞질러 온 사람들이 다 지나가는 것도 보고,

내가 욕심을 내서 힘든 것도 알아치리고,

오늘은 사라봉만 다녀오자 마음을 비우니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 온다.


안개가 바람에 몰려와 숲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행복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찰떡파이 하나 까먹고 충전 완료.


이제 다시 내 속도대로 천천히 걸으니

피곤하지 않다.


멋진 풍경에 그저 감탄,,,


사라오름 갈래길.


2년 전에 가족들과 이 지점에서 사진 찍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참 사건 사고 많은 날이었는데!



사라오름 산정호수.


그렇게 멋지다는 산정호수 경치는 안개속에

아스라히,,,

안개 속의 산정호수도 충분히 멋있었다!

다만

전망대에서 보는 한라산 정상을

보지 못 한 것이 아쉽다.


담에 또 오면 되지~ ^^


한라산 사라오름 소요시간.


2시간 20분 정도 올라가고

산정호수에서 30분 정도 쉬면서 구름속 산책.

하산은 2시간 쯤.

총 4시간 50분.




오늘도 한라산에서

여러가지 선물을 많이 받았다.

감사한 날!!


회장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셔요!


오늘 제주 신촌포구에서 본 해질녁.

은혜로운 제주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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