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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라블리 Feb 22. 2020

나의 첫 술자리에서 만난 너

생생우동으로 만든 볶음우동



술 못해? 그럼 청하 마시면 돼



나는 알쓰다. 이건 집안 내력을 닮지 않았다. 나 어렸을 적 외할머니는 완전 술꾼 중에 술꾼이었다. 안주도 없이 앉은자리에서 소주를 거의 부어라 마셔라 하셨다. 엄마는 지금까지 술꾼이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술을 못 마신다. 마셨을 때의 입 안에서 느껴지는 소독약 냄새가 무척이나 싫다. 그래서 나는 학창 시절에 어른들 몰래 술을 마셔 본 적이 없다. 


갓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나는 일찌감치 알바를 했다. 사회생활에 빨리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자 저절로 첫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우후죽순 생겨나던 선술집이 내가 처음으로 술을 맛 본 곳이었다. 술을 잘 못 마신다는 나의 이야기에 같이 간 언니는 달달한 청하를 마시면 된다고 하더라. 나는 그 언니 말을 믿었다. 


하지만 역시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볶음 우동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청하와는 달리 이건 뭐지 싶었다. 볶아져 나온 가락국수 면발을 보며 과연 맛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풍겨 나오는 쯔유와 가쓰오부시 특유의 내음이 나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그렇게 맛있니? 하나 더 먹어 



   결국 술자리에서 진상 중에 진상이라는 안주만 먹고 있는 내가 되었다. 대화도 안 하고 볶음 우동만 먹는 나의 모습을 보던 언니가 한 접시 더 주문해주셔서 결국 내 앞에 두고 선술집에서 식사를 하고야 말았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라 얼마전부터는 내가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간편하게 생생우동 컵라면을 이용해서 말이다. 





볶음우동 재료


생생우동 1개 

새우 (생략 가능)

가쓰오부시(생략 가능하지만 감칠맛이 다름)

숙주

팽이버섯

느타리버섯(생략 가능)

마요네즈

고춧가루

올리브유








1.

팬에 올리브유와 고춧가루 반 스푼을 넣고 고추기름을 먼저 만들어준다.










2.

생생우동 안에 들어있는 액상 수프를 고추기름에 부어준다. (한봉이면 딱이다. 쯔유도 필요 없다)










3.

생생우동 용기에 물을 부어 면을 살짝 익혀 준 뒤, 물기를 빼고 양념과 함께 볶아 준다. 










4.

미리 준비해 둔 새우를 넣어 준다.

(생략 가능하며 기호에 맞는 해산물을 넣어주면 훨씬 풍족하게 즐길 수 있다)









5.

새우가 어느 정도 익으면 버섯, 숙주도 함께 볶아 주며 숙주의 숨이 죽을 때까 지가 딱 적당하다. 










6.

꾸덕하게 볶아진 볶음 우동을 접시에 담아준다. 











7.

짤주머니에 마요네즈를 담은 뒤 먹음직스럽게 뿌려준다. (짤주머니가 없을 경우에는 비닐에 넣고 모서리 끝을 살짝 잘라주면 된다)









8.

볶음우동의 하이라이트인 가쓰오부시를 뿌려 마무리해준다. 












청하가 생각나지 않는 볶음 우동

    





쯔유가 없어도 생생우동 하나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난 그 후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만들어 먹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술을 마실 수 있지만 (소주 반 병) 나는 그래도 청하보다는 볶음 우동에서 오는 기쁨이 더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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