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볶음탕
닭볶음탕 먹을래 감자탕 먹을래
우리 둘째 이모는 요리를 못한다. 하지만 맛이 없는 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맛은 있다. 첫 글에서 말했듯 나에게는 4명의 이모가 있으며 큰할머니, 외할머니인 지 여사님을 비롯하여 엄마, 이모 모두 요리를 잘한다. 하지만 그중 둘째 이모는 잘 못한다. 아니, 할 줄 아는 게 없으신 것 같다.
둘째 이모네를 가면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은 두 가지이다. 닭볶음탕 아니면 감자탕. 게다가 감자탕은 직접 해주시는 게 아니라 단골집으로 가 먹는 거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둘째 이모를 놀린다. 왜 혼자만 요리를 못하냐고 말이다. 그런데 조카인 내가 보기에 이모는 그냥 하기 싫어하시는 것 같다.
누구를 닮아 요리를 못 하겠어?!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내가 직접 요리를 해드린 적이 없는데 가족들 사이에서 "혜민이가 요리를 잘한대"라는 이야기가 나왔나 보다. 그때 , 둘째 이모가 말하기를 "누구를 닮아 요리를 못하겠어? 이모들이 다 잘하는데"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 참을 웃었다. 요리 천재 넷째 이모가 그렇게 이야기했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가끔가다 맛있는 닭볶음탕을 먹으면 제일 먼저 둘째 이모가 생각난다. 특히 당근이 들어간 볶음탕을 먹으면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익은 당근을 못 먹는데 이모는 항상 당근을 넣고 끓여 주셨다. 그리고서는 남기지 말라고 다 먹으라고 말하면 나는 당혹스럽다. 오늘은 요리 바보 둘째 이모가 생각나 나 혼자 닭볶음탕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중에는 내가 이모한테 닭볶음탕 해줘야지 라고 말이다.
닭볶음탕 재료
닭 반마리 (혼자라서 반마리만..)
감자 1개
양파 1개
청양고추 1개
홍고추 1개
대파 2/1개
우유 한 컵 (닭 누린내 잡는 용)
간장 1컵
고춧가루 1컵
설탕 1큰술
올리고당 2큰술
1.
찬 물로 한 번 헹군 뒤 우유 한 컵을 넣고 누린내가 없어질 수 있게 10분간 재워둔다.
2.
10분 뒤 우유를 버리고 다시 한번 찬물로 헹구어주고 물을 부어 한소끔 끓여준다. 그래야 양념이 살코기 안 쪽으로 잘 스며든다.
3.
끓어오르면서 생기는 불순물을 중간중간 걷어내어 준다.
4.
살코기가 익으면 또다시 한번 찬물로 헹궈 준 뒤 살짝 식혀준다. 그래야 조금 더 쫄깃함이 살아난다.
5.
채소는 먹기 좋은 사이즈로 컷팅해 준비해준다.
6.
닭을 팬에 담고 물을 자박하게 넣어 끓인다. 이때 설탕 한 큰 술을 같이 넣어주면 미리 단 맛이 스며들어 감칠맛이 좋아진다.
7.
물이 끓어오르면 감자를 가장 먼저 넣어준다.
8.
간장을 한 컵 넣어주며 어느 정도 간을 맞춰준다.
9.
그 뒤 바로 고춧가루 한 컵을 넣어 끓여준다. 국물이 졸으면 짠맛이 생기기 때문에 계속 간을 보고 맞춰준다.
10.
다진 마늘도 한 큰 술 넣어준다.
11.
젓가락으로 감자를 눌렀을 때 쑤욱 들어가면 나머지 고추, 양파를 넣어 끓여준다.
12.
여기서 나만의 팁은 올리고당을 두 큰 술 넣어준다. 그러면 국물에 점성이 생겨 밥에 비벼 먹을 때 최고!
13.
마지막으로 대파를 올려 마무리해준다.
당근 없는 닭볶음탕
둘째 이모는 항상 당근을 넣어 싫었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가득 넣은 닭볶음탕을 완성했다. 이걸 보여드리면 또 누굴 닮아 내가 요리를 못하겠냐고 하시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분명한 건 둘째 이모를 닮은 건 아닌 것 같다. (이모 죄송해요. 크크) 그래도 요리에 흥미 없는 이모 덕분에 내가 직접 닭볶음탕 해 먹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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