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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an 11. 2021

그렇게 흐르고 흘러서 요가강사가 되었다.

 요가와 함께 그냥 흘러가 보기로 했다. 

 며칠 전에 영화 “라라 랜드”를 다시 보았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순간에 “우리는 어디쯤 있는 거지?라고 미아가 묻는다. 세바스찬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그렇게 미아와 세바스찬은 흐르고 흘러서 결국 각자의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흐르고 흘러 요가 강사가 되었다. 아니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요가 강사가 되어 있었다.


 스물아홉, 지독하게 불안하고 방황하던 시기에 요가를 만났다. 안정된 직장도 없었고, 오랜 기간 동안 만났던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주변의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직업적으로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친구들에 비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지 못한 채 나이만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고 두려웠다. 슬픔과 허무함, 시기와 질투, 외로움 불안함, 자책감, 피해의식 등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들의 소용돌이가 나를 감싸고 있던 때였다. 


 혼자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갔다 오기도 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영화를 보고 책을 읽기도 했다. 사람들을 만나서 왁자지껄하게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주는 위로와 즐거움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 삼아서 꾸준히 해 왔던 요가가 갑자기 새롭게 다가왔다. 어디선가 종이 울리거나 머리카락이 쭈뼛하게 섰다 거나 갑자기 번갯불 같은 섬광이 지나가는 등의 현현의 순간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어느 순간 매트 위에서 나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내가 나 자신을 알아봐 주고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위로의 시간이었다.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의 나는 정말로 요가에 진심이었고 몰두했었다. 그렇게 요가는 점점 나의 일상에서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고, 나의 삶도 서서히 변해 가기 시작했다,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좋아하는 요가 선생님을 만났고, 좋은 요가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서른 하고도 네 살. 낮에는 중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영어를 가르치고, 저녁에는 요가를 가르친다. 지금은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세 개가 될 수도 있고 네 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십 대와 이십 대를 함께 보냈던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 아이의 엄마가 되었거나, 만날 때마다 항상 퇴사에 대한 바람을 늘어놓지만 행동으로는 선뜻 옮길 수는 없는,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은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있다. 그들의 삶과 비교하면 나는 "안정"이라는 단어와는 담을 쌓은 삶이다.  


  서른이 넘어서 걷게 된 프리랜서의 삶. 생각보다 녹록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이라는 단어에 대한 집착은 점점 줄어들고, '불안'이라는 녀석과 어떻게 친구가 되어 잘 지내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가끔은 친구처럼, 가끔은 원수처럼 티격태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소위 말하는 컴포트 존을 벗어난 후,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했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났으며, 좋은 기회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내가 포기했던 것들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없을 만큼 나는 예전보다는 많이 성숙한 사람이 되었고, 매일 조금씩 천천히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계속 나는 흘러왔고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 흘러간다는 것.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갈아 넣으면서 무리하면서 치열하게 애쓰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마주하는 매 순간 집중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해 내면서 그렇게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그런 순간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서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가를 통해서 파도를 타듯이 삶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긴 채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가보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치열하게 나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애쓰며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흐르고 흘러서 나는 요가 강사가 되었고,

매 순간순간 요가와 함께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현재 나의 꿈은 요가와 함께 즐겁고, 아름답고 풍요롭게 흘러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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