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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an 11. 2021

기브 앤 테이크의 원리

제대로 받고 제대로 준다는 것 

 요가원의 회원님께서 고기를 사 주셨다. 명절을 맞이 하여  요가원의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로 식사를 한 끼 대접하고 싶으시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중년의 경상도 남자분의 기준에서 특별한 누군가에게 식사를 대접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한 메뉴는 소고기였을 것이다.  회원님은 우리를 유명한 한우집으로 데려 가주셨다. 


 마치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와서 손수 고기를 구워 먹이면서 조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것처럼 흐뭇해하시는 삼촌의 모습과도 같았다.  평소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지만 그런 표정만으로도 요가원과 그곳의 사람들 그리고 요가에 대한 그의 애정과 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초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감사했기에 평소에는 그다지 고기를 즐기지 않았지만 그날은 결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덕분에 좋은 고기를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와 함께 커피와 디저트까지 대접받고 나서 우리는 감사의 마음과 함께 약간의 부담감마저 느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날의 식사 비용은 꽤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회원님께 감사의 의미로 선물이라도 사드려야 할까? 

받은 만큼 보답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문득 그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감사히 받는 태도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원에 와서 몸과 마음의 평안을 얻으면서 그만큼 이 곳의 선생님들에게 제대로 마음을 전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되돌려 받고 싶다는 의도가 아니라 요가원의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그저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면서 베풀고 싶으셨을게다. 


나도 그날 그분이 우리에게 따뜻하고 푸짐한 식사를 대접하며 베풀어 주신 것처럼,  나도 언젠가 나이가 들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안정을 찾게 되면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다해 베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멋있고 너그러운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받은 것을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 보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 다른 형태로 베푸는 것 또한 충분히 기브 앤 테이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받은 만큼 바로 상대에게 무조건적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오기로 했다. 상대가 주는 것에 대해서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의심 없이 있는 그대로 감사하게 잘 받기로 했다. 그리고 베풀 때는 제대로 바라는 것 없이 너그럽게 베풀기로 했다.  어떤 형태로든 삶은 기브 앤 테이크의 연속이다. 




당신과 나 사이의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내가 당신에게 주었던 그 어떤 것들, 애정이나, 호의, 친절, 배려 등에 대해서 

당신에게 그대로 돌려받으려고 하는 기대나 바람은 아주 오래전에 버렸다. 

그냥 준다는 것 그 자체만 생각하려고 한다. 

 

굳이 당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로부터, 예상치 않게, 어떤 형태로든 

다시 나에게 온다고 믿으니까.

 

세상은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진짜 기브 앤 테이크의 원리가 아닐까? 

 

그러니 받은 것에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만큼 또 다른 형태로 마음을 다해서 기대 없이 줄 수 있는 

그런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 너무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주는 것에 인색해지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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