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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an 11. 2021

십 년 만에 머리 스타일을 바꾸었다.

스스로가 만든 한계와 틀에서 벗어나 진짜 자유와 만나기로 했다.  

십 년이 넘게 고수해왔던 긴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잘라버렸다. 


가끔씩 단발머리를 한 멋진 여자들을 보면 나도 충동적으로 단발머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단발머리가 어울리지 않아”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참아왔다. 이런 단발병이 역시나 올해도 갑작스럽게 발발했고, 일주일 정도 고민하다가 덜컥 미용실을 예약해버렸다. 그렇게 십 년이 넘게 고수했던 긴 머리와 이별했다. 


단발머리는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다. 바뀐 헤어스타일을 보고 부모님도 깜짝 놀라셨다.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은 요즘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스스로를 꽤나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항상 열려 있고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단발머리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단정했었다. 단발머리는 얼굴이 화려하고 예쁘게 생긴 사람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다. 


 긴 머리가 나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긴 머리가 주는 여성스럽고, 착한 이미지를 지키고 싶었다. 은연중에 타인에게 비치는 인상과 이미지에 연연하고 있었다. 


 막상 헤어 스타일을 바꾸고 나니 가볍다. 머리도, 마음도 가볍다. 자유롭다. 짧고 시크한 테슬 단발 커트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다 보니 심플한 무채색 오버핏의 옷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액세서리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포인트가 되는 유니크한 것들을 착용하게 되었다. 

 예전의 긴 머리가 주던 착한 인상과 여성스러움은 없다. 아빠는 차갑고 도도해 보인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제는 타인에게 어떤 이미지와 인상을 주느냐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스타일의 변화는 나의 태도와 마음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스스로 결정짓고, 단정 지어 놓은 틀에서 벗어나니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결코 할 수 없어, 내가 그걸 어떻게 해” 하면서 지레 겁먹고 단정 짓고 시도하기 망설였던 것들에 기꺼이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긴다.

 

 이제 실제로 겪어 보지도 않고 섣불리 스스로를 단정 짓고 규정짓지 않으려고 한다. 스스로 한계와 틀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이미 내가 만들어 놓은 틀을 조금씩 무너뜨려 보려고 한다. 

 

 매트 위에서도 삶 속에서도 과감하게, 도전적으로 움직여 보려고 한다. 그런 삶이 진짜 자유로운 삶이 라면 기꺼이 그 속으로 뛰어들어 그 자유를 누리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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