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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an 11. 2021

명상이라는 이름의 도구

명상이 뭐 별거인가요? 


 예전에 명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속세와는 단절된 깊은 암자 앞에 개울이 흐르고, 그 앞의 큰 바위 위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스님이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도를 닦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에게 명상이란 그런 것이었다. 종교적이고, 신비스럽고, 삶의 진리를 구하는 수행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명상이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되고 평가되고 있다. 동양적이고,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수행자들의 전유물이라는 무거운 옷을 벗고 힐링과 웰니스라는 시대적인 트렌드에 맞게 탈바꿈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와 같이 많은 유명인들이 꾸준히 명상을 실천해 오고 있고, 명상이 과학적으로 사람의 뇌와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밝혀지면서 명상은 세계적으로 대중화되면서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명상과 관련된 책과 영상 등의 콘텐츠들도 풍부하고 명상을 가이드해주는 어플도 있어서 누구나 쉽게 명상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명상 관련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다양한 명상의 종류와 방법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런 명상의 기법이나 테크닉보다 먼저 명상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꾸준히 일상 속의 루틴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요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명상을 접하게 되었다. 평소에 매일 10-15분 정도 가만히 앉아서 호흡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데 이것 또한 명상이라면 명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앉아 있다 보면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들을 없애려고 했고,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했다. 생각을 없애 보려고 앉았는데 오히려 생각이 점점 더 많아져서 답답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생각의 숲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생각들이 오고 가는 것을 그저 관찰하면서 나의 마음을 알아봐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아주 짧게 라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커피를 내리다가,  또 어느 날은 공원을 산책하다가 그러한 고요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문득  매트 위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아사나를 하거나, 커피를 내리거나, 다도와 같이 차를 우려서 마시고 음미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 바느질, 뜨개질, 그림 그리기, 청소하기 등과 같은 행위들도 잡념을 떨치고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명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이 뭐 별거인가?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일상 속에서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주의를 기울여 살펴 봐주는 시간을 만들고 그것을 일상의 루틴으로 만들며 습관화한다면 그것 또한 나름의 수련이자 명상이 아닐까? 


 물질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러한 풍요 속에서 정신적인 빈곤에 허덕거릴 때가 있다. 너무나 풍요롭기에 진짜 내가 아닌 것들로 가득 채워질 때가 있다. 그런 순간마다 언제든지 마음을 조금씩 비워내면서 평안과 고요함을 가져 줄 수 있는 요가와 명상이라는 이름의 나만의 무기를 단단히 쟁여 두고 오늘도 어김없이 매트 위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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