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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r 20. 2020

우아한 형제들의 매출에서 확인하는 가치사슬의 특성

개별 업체, 그리고 플랫폼

일전에 우아한 형제들의 매각 이슈에 관해 다룬 적(1편 보기 / 2편 보기 / 3편 보기)이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주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오늘은 여담으로 우아한 형제들의 매출액에서 확인할 수 있는 Value chain에 관해 다뤄보겠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우아한 형제들의 2019년 매출액이 5,654억 원이라고 합니다.


2018년도 매출액이 3,193억 원이었으니 대략 80% 정도 증가했습니다. 그 전 2년을 봐도 매년 90% 이상 증가를 해오고 있으니 대단한 속도의 성장입니다. 최근에 쿠팡 정도를 제외하고 이 정도의 규모에서 이렇게 빠르게 외형적 매출이 증가한 업체가 있었나 싶을 정도네요.


매출액에 대한 감탄을 하려고 쓴 글은 아니고, 우아한 형제들이 매출액과 함께 발표한 것들 중 눈에 띄는 숫자가 있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1. 자영업 매출액과 우아한 형제들


우아한 형제들은 자사를 거쳐간 자영업자들의 매출액이 8조 6천억 원이라고 합니다. 그 전년도의 5조 2천억 원에 비해 3조 4천억 원가량 늘어난 수치라고 하지요.


이 발표와 통계청의 서비스업조사-음식업점 관련 통계를 좀 비교해 보면 재밌는 점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아한 형제들의 발표는 2019년에 대한 것이고 통계청의 현재 가장 최신 음식업점 관련 통계는 18년이니 보정이 좀 필요해서 그냥 간단히 과거 추세선으로 연장했습니다.)


우리나라 식당들의 업체당 매출액은 약 2.3억 원인데 (통계청 기준) 비용을 제외하고 수익으로 남는 것은 2천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입니다.

 

비용 항목에 식당 주인의 인건비가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저 정도 이익액이 큰지 작은 지는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대형 식당들은 저 보다 월등히 큰 수익을 남길 것입니다. 반면에 1년 내내 불과 몇 백만 원도 못 남기는 영세 식당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저 2천만 원이라는 통계의 평균치는 금액이 아무래도 너무 적다 싶기도 합니다. 업종 평균만큼 벌어봐야 5년에 1억 원 겨우 모을 수 있다는 뜻인데, 이 정도 축적 가지고는 인테리어 손보거나 좀 더 좋은 상권으로 이동하는 권리금 맞추기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사실 통계청의 영업이익 계산에 대출 이자 비용 지급이 빠져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순이익은 거의 마이너스 근처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식당들 대출액이 정말 많거든요.)


여기에 우아한 형제들의 매출액 계산을 좀 해보겠습니다.


우아한 형제들의 2019년 매출인 5,654억 원은 8조 6천억 원의 자영업 매출에 기반한 것이고, 이는 자영업자 매출의 6.6% 정도입니다. 물론 여기 숫자에는 카드 결제에 따라 우아한 형제들 측이 내야 하는 카드수수료나 배달업체 쪽으로 넘어가는 비용들까지 포함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너무 크다고 욕할 정도의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인 건 분명하기도 합니다.

 

이는 전년도 5.2조 원에서 배민이 차지한 비율 6.1%보다 0.4 정도, 금액으로는 전년 동일 기준보다 373억 원 정도 더 받은 셈이 됩니다. 이 373억 원의 추가 금액을 배민의 예상 거래 업체수와 그 업체들이 가져가는 영업이익과 비교해보면 5%가량이 됩니다. 위의 통계를 가지고 몇 가지 비교를 해보면 3만 4천 개 내외의 업체가 배민과 거래 중이고, 이들 업체가 업종 평균만큼 이익을 남긴다고 가정하면 대략 연간 7,200억 원 정도의 이익을 남기게 됩니다. 373억 원은 그에 대해 5% 라는 뜻입니다.


지금까지의 복잡한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게 되겠네요.


1. 우아한 형제들은 19년에 거래하는 식당들 매출액의 6.6%를 매출로 받았고

2. 이는 18년도에 받은 매출액의 비중 6.1%보다 높아진 것이며

3. 이 차이 금액은 19년도에 거래 식당이 올린 영업이익의 5%에 해당하고, 업체별로 따지면 연간 평균 약 100만 원 정도의 이익금이 18년도에 비해 19년에 배민으로 더 넘어갔다는 뜻입니다.



2. 국내 요식업 시장에서의 가치사슬


직장 생활하며 다들 한 번쯤 가치사슬, 혹은 Value chain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경영학에서는 산업 내 플레이어들 사이의 복잡한 거래 관계가 이뤄져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Value chain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런 가치 사슬이 형성되면 그 사슬에서 생성되는 총 부가가치는 각각의 플레이어에게 균등하게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특정 업체에 이익률이 극단적으로 쏠리게 됩니다. 


아이폰을 예로 들어봅시다. 연구개발, 설계, 핵심부품조달, 재고책임, 판매, 마케팅, A/S와 관련 소프트웨어 제공 등 대부분은 애플이 담당합니다. 대만에 있는 폭스콘은 제품을 제조하고 애플에 납품만 할 뿐입니다. 때문에 폭스콘의 아이폰 관련 영업이익률은 1% 남짓이라고 알려져 있고, 이 금액은 아이폰이 벌어들이는 총 부가가치에 대비해보면 정말 보잘것없는 숫자가 됩니다.


아이폰이야 애플이 거의 다 하니까 이런 분포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설명을 통해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산업 가치 사슬에서 부가가치, 즉 이익의 분포는 많은 경우 힘이 센 쪽이 월등히 더 많이 가져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고 명쾌한 사실이죠.


장사하다 보면 조금 더 가져갈 때도 있고 덜 가져갈 때도 있는데 불과 1~2년 데이터 가지고 뭘 그리 심각하게 이야기 하나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앞으로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초라고 생각합니다. 자영업 식당들은 앞으로 플랫폼 업체들에게 계속해서 이익을 조금씩 더 넘겨주게 되리라는 것이지요. 산업구조상 배달의 민족, 그리고 요기요와 배달통 등의 3개 업체가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데 반해 배달을 의뢰해야 하는 업체들은 거의 6만 개가 넘거든요.


개별 업체나 웬만한 음식업 연합회라고 해봐야 이들 배달 플랫폼 업체와는 협상 자체가 안됩니다. 아마 라이더들도 이런 논리로 보면 마찬가지이겠죠.

 

플랫폼 업체들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6.5%까지 올라간 수수료나 광고 수입 등을 낮춰서, 가령 6% 미만으로 낮춘다면 식당들 입장에서는 월 10만 원, 연간 120만 원 이상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뜻도 됩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힘든 자영업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낮춰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 이렇게 독과점 상태의 상대에게 호의를 기대하면서 지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비참한 겁니다.

 

왜냐면 가치사슬에서 이익의 비균등 분포가 의미하는 것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업체'란 음식점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뜻이거든요. 만약 어떤 음식점에서 파스타를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만든다면 우아한 형제들 같은 업체에 1원도 주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매일매일 가게에는 손님이 넘쳐날 테니 말입니다. 다른 말로는 고객이 인정하는 가치를 오롯이 이 파스타집이 창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아한 형제들과 거래하는 식당이 가져가는 총부가가치가 7,300억 원 정도인데 비해 배민은 373억 원, 그것도 이익이 아닌 매출로 더 가져간 것인데 너무 오버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거래 식당들이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금융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거의 한계치에 이른 업체가 많다는 걸 생각하면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농심과 이마트가 신라면 가격 때문에 한 판 붙은 적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싱겁게 농심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농심이 이마트에서 신라면을 아예 빼버렸거든요. 이마트에서 필요한 것을, 그것도 국내 1위인 신라면을 살 수가 없으니 당연히 이마트는 고객이 줄어들었고 컴플레인은 증가했습니다. 이마트에서는 불과 일주일 만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죠.


개별 음식점이 농심 같은 전투력을 보유하지 못하는 한 우아한 형제들 같은 플랫폼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야 연간 100만 원 정도의 작은 돈을 우아한 형제들에 더 지불할 뿐이지만,  금액은 매년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게  것입니다. 우아한 형제들이 얍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가치사슬이 이런 구조로 형성되었고 최종 소비자가 이를 용인하는 한 개별 음식점 레벨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요.




결국 음식점들은 미친듯한 차별화로 '연돈'같은 수준이 되거나, 아니면 플랫폼에 돈을 더 내게 되더라도 다른 비용을 효율화해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일전에 썼던 코로나 19 이후의 온오프 변화를 언급한 글에서 식당 간 극단적인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씀드렸던 근거가 바로 이것입니다.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지건, 일단 이놈의 코로나 19는 제발 좀 빨리 끝나면 좋겠습니다. 누구가 이익을 더 챙기건 일단 벌어야 살아남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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