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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ul 08. 2022

조직내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하나의 착각


이성적, 합리적,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은 직장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죠. 


그리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잘 되고, 매우 자연스러운 일련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타인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면서도 이성적,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을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자들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아직 사람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데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높은 젊은 사람들의 경우엔 이러한 이성적,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에 '의존'을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성적,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는 것과 '의존'하는 것의 차이는 전자는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그 한계점도 알고 있는 반면에 후자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그렇게 하려고 하고, 그 방법에 대해 맹신하는 겁니다. 


맹신이 무서운 것은 무엇보다 자기의 단점조차 이성적,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이성적,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을 절대적 '선', 즉 '옳은 일'이라고 믿는 겁니다. 사실은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몰라서 자기에게 익숙한 방법만 '옳다'고 믿는 유치원 수준의 대인 관계 인식일 뿐인데 말이죠. 무언가를 옳다고 믿으면, 그걸 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게 아니라 '틀린 사람'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다를 땐 친구가 될 수 있고, 동료가 될 수 있지만 '나는 옳고 너는 틀리고'가 되면 피아가 갈려서 싸우게 될 수밖에 없죠. 


세상에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절대적 커뮤니케이션 원칙은 없습니다. 아무리 진화가 잘된 생명체도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역시 상황에 맞는게 더 '옳은' 겁니다. 


자기에게 익숙하고, 자기가 잘하는 대인 관계 방법만이 옳다고 믿으며 이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싸움을 잘해서 주변 사람 모두에게 싸움 순위만 정하려고 하는 중학교 싸움 짱과 똑같은 행태입니다. 미숙한거죠. 그러다 코피 몇 번 터져봐야 반성하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진화와 똑같이 절대적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회사는 조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로 사용되는 방법이 있기 마련이고, 투자 대비 성과를 따져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효율성을 중요시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없이 기계적인 효율성만 중요시 하는 조직은 성장할 때는 괜찮지만 주변 상황이 적대적으로 변하는 상황, 즉 성장 정체기나 위기 상황이 왔을 땐 그냥 와해되어 버립니다. 


자기에게 익숙하고, 자기가 잘하는 방법만이 절대라고 믿으면 그 사람은 긴 시간의 흐름에서 보면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Good to great' 같은 책에서 설명되듯 이성적이고 효율적인 사람은 유능한 참모일지는 몰라도 결코 조직의 장기적 발전을 이끄는 좋은 리더는 되지 못합니다.


왜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사고를 하는 유비가 유능하고 이성적이며 효율적인 제갈량보다 윗사람이었고, 애플에서 쫓겨나던 시절의 잡스와 15년 뒤에 애플로 복귀하던 시절의 잡스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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