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길지 않거나 R&D 분야 근무 등으로 인력 관리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창업자들과 1:1로 만나서 코칭을 할 때 조직 관리에 대해 물어오면 의외로 '스스로 불안하거나 불편해지지 않는 수준까지 마이크로 매니지하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직원들 입장에서 기겁할 이야기지만 조직 관리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픈 Delegation 은 권한을 나눠서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대학교 동아리로 만들어 버린다. 죽도 밥도 안되고, 돈은 돈대로 나가고, 대표자와 직원들 사이에 부딪혀서 조직 분위기 엉망인 경우가 훨씬 많아지는 셈이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마이크로 매니징 자체가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여파는 그렇게 크지 않다. 특히 직원들은 경험이 부족하고 대표자는 경험이 많다면 이런 차이가 나는게 당연한거다. 그런데 마이크로 매니징이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혹은 '나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합니다' 같은 모순된 소리 또는 일종의 남탓을 하면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니들이 미숙해서 사고치니까 내가 마이크로 매니징하는거다.")
창업자가 마이크로 매니징하려고 할 때 딱 한가지만 주의하면 생각보다 조직 대미지 많지 않다. 바로 '내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이유는 내가 미숙하고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도와줘' 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이 인정이 있으면 마이크로 매니징은 직원들에게 짜증은 좀 나지만 못견딜 것은 아니다. 그냥 그 사람 특성인 셈이니. 그런데 남탓하거나 앞뒤 다른 소리를 하면서, 그게 마치 직원들 때문인 것처럼 말하면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니 조직에 파열음이 생기는거다.
창업자가 자기를 인지하고 자기에게 솔직한 것이 중요한 이유고,
자기 능력이 안되는데 직원들에게 욕먹기 싫고 나이스한 사람으로만 인식되고 싶어서 어설프게 권한 위임을 하는 대표자는 비겁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