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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방이 Mar 03. 2024

D-27 누군가를 사랑할 때가 아니야

강한 마음을 가지려는 스물 여섯의 나



나를 아는 줄 알았는데

나는 반딧불


  요즘 한시간, 두시간 계속 듣는 노래가 있다. 중식이라는 가수의 [나는 반딧불]. 당신께서도 들어보시길.

  나는 연기도 하고, 글도 쓰고, 나의 시도 쓰는 스물 여섯 살 아이다. 내 꿈은, 나의 작품에 진정으로 예술적인 의식과 영혼을 담을 줄 아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다. 꿈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한참이나 부족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언젠가 진짜 예술가가 되었을 때,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모르는 타인일까? 아님 주변 지인들일까,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가 인정해주는 날이 올까? 무엇을 지향하는 지 모른 채, 나는 나의 큰 꿈을 오늘도 기대에 찬 채 곱씹고있구나.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_중식이 '나는 반딧불' 中

 Youtube노래 영상 링크



  2019년 대학생이 된 뒤, 나에겐 크지만 세상에겐 작은 그 울타리 안에서 나는 열심히 살았다. 이보다 더 열심히 생활할 순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그 바쁨을 즐기던 학생이었다. 그때부터 작년까지 난 스스로를 소개할 때면 '사랑'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새로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을 좋아했고, 조금의 장점이 내게 포착되면 그 친구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욕도 쓰지 않고, 헤벌레 웃는 아이였다. 그리고 연애를 할 때면 늘 사랑이 넘쳐나 당시 남자친구들과 결혼할 줄 알았다. 순수하다고 보면 되는 것일까? 원래 청춘의 어린 나이에 다들 그러한건가?

  지금의 나는, 사랑이고 뭐고 홀로 선 이 세상에서 강한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발버둥이라... 애처로운 상황 속에 놓인 것처럼 보이지만 물 속에 빠진 내가 살아남기 위한 첫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강해지려 애쓰다보면 어느 날 문득 깨우치리라 믿으며. '발버둥 쳐서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는다면, 우선 몸에 힘을 빼고 물결에 둥둥 나를 맡겨야 한다는 것을.'

  

  고향을 떠나 홀로 생활하게 된 지 7년차인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의지를 많이 해왔던 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는 정신적인 의지. 그러나 점차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아질수록 내 감정이 피폐해지고 있었다. 그래,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다. 의심할 이유가 딱히 없었다. 몰랐다, 난 내가 별이 아닌 벌레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런데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처럼 '그래도 괜찮아 나는 눈부시니깐'에 도달하기까지는 홀로 당당하게 날개를 펼 자신이 부족하다. 그렇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약하다.

  멋드러진 말을 하고, 내가 쓴 시를 사람들께 들려주며 활짝 웃는 사이에 나는 나를 내팽겨쳤다. 의도할 생각이 없었는데 보여지는 것에 중시하는 나의 태도에 진짜 나로서 성장할 기회를 많이 놓쳤던 것 같다.

 


  때때로 지나칠 정도로 나보다 타인을 더 사랑하는 습관이 있다. 그게 친구든, 연인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그것을 깨달은 작년 가을 즈음, 내게 단호한 약속을 했다. 지금의 나를 사랑하자고. 제발 나부터 먼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그렇게 나를 똑바로 살펴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과거의 무엇에 아직도 매달리고 있는 지. 앞으로 진정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현재 나를 가장 힘들 게 하는 것이 뭔 지. 하나 하나 마주할 때마다 소름끼칠 정도로 난 너무 약한 인간이더라. 나에 대해 관심있게 살펴보고 인정할수록 내가 더 좋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진심에 대해 깨달을 때마다 당시에 내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력하며 산다. 지하철을 탈 때 옆 사람과 부딪히는 게 싫은 사람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지나다니는 것처럼. 선배가 부조리하게 행동하는 것이 싫은 사람일수록, 후배들에게 더 존중하고자 신경쓰는 것처럼. 질투나는 상황이 싫은 사람일수록, 연인에게 능동적으로 신뢰를 쌓으려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의 결핍에 반응하듯 사람들의 생활에는 노력으로 가득하다.

  약한 인간이라는 나의 인정 뒤엔 무엇이 와야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추구하는 좋은 사람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태도가 와야할까? 아님 이런 게 나이기 때문에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답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하게 살 줄 알아야겠지. 그래 나는 그 적당함을 배우고싶다.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을 테지만, 아직은 사랑받고 싶어 애달픈 나에게 오늘도 응원을 노력한다.

  

  긴 연애를 끝낸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어떤 친구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그 진심어린 표현에 무척이나 고마웠지만, 나는 도저히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이 없었기에 큰 거부감이 감돌았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의 나조차 사랑하지 못하기에, 이런 나이기에, 사랑에 불신이 생겼으니깐. 예전에는 내가 나를 사랑하냐 하지 않느냐에 관심이 없었다. 누군가가 좋으면 타인을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가 곧 나 스스로에 대한 애정의 크기와 동일한 줄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긴급하다. 나는 나를 사랑해주어야한다. 반드시.

  그래서 그 친구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지금 너무 약한 인간이고,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그러나 나의 장점을 늘어놓으며 나의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해주더라. 그 말들이 참 고마웠다. 어쩌면 나는 지금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며, 나를 더 채찍질하는 탓에 오히려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멀어지고 있음을. 그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D-27 (D-기준, 2 28) 강한 사람 되기,  네번째의 노력.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새로운 도전은 브런치에서 나의 솔직한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는 일이었다.  순간 나의 진솔한 글을 써나가고 싶었다. '스치는  생각조차, 글로 쓰여지는 순간 내가 되어버리기에' 과거의 나였다면  이야기를 쓰는 데에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했겠지만, 지금 반드시 필요한   불안함조차 허용하면 아니 된다는 것이다.

  2 28 이후부터, 5일이 지난 지금까지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하기  잘했다는 마음이 크다. 다행이더라. 약한 나의 모습들을 글로 한바탕 쓰고 나니, 부끄러울  알았지만 실은 오히려 통쾌하다는 것! 입고있던 옷들이 계절과 어울리지 않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는데,  무거운 겉옷들을 벗어던진 기분이랄까.


  아쉽지만 앞으로 나의 이야기에 긍정과 성공으로만 가득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런 평범한 인간이지만, 나의 작은 희망이 결국 나를 사랑하는 길로 이끌어주길 매일 조금씩 믿으면서 나아가볼 예정이다. 이런 약한 나의 개똥벌레가 끝끝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주길. "그래도 괜찮아, 나는 눈부시니까. 윤방."



From. 윤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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