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사람이 되려는, 나의 스물여섯 이야기
오늘의 도전은 SPOON라디오 방송을 해보는 것이었다. 1명씩 들어오고 나가다를 반복했고, 나 혼자 떠드는 시간도 많은 첫 도전이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긴장감이 신기했다. 사람들에게 좋은 표현을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에 라디오를 실시간으로 진행하려니, 떨 렸 다! 연습없이 내 재량 껏 해야만 하는 상태가 두렵더라. 그렇지만 막상 시작하니깐 두려움 보다는 생존본능 같은 것과 가까워졌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 지 막막하더라. 모든게 서툰 나의 행동에 당황했다. 그래서 잘하자는 생각보다, 목표시간에 도달할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 뿐이었다. 말도 더듬고, 뜸도 들였다. 내가 뭐라고 나불대는 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했던 것 같다.
여러 부분에서 엉성한 나의 모습을 마주하니깐 실망스러울 법도 한데, 마지막 청취자 몇분 덕분에 너무 즐거운 도전이 될 수 있었다. 고민을 꺼내 말한 청취자 한 분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는데 내가 진심으로 그 사람을 위해 들어주고 대화하려는 집중의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타인의 말을 얼마나 유심히 듣고, 얼마나 진정으로 생각할까? 오늘 나는, 엉성한 내 모습을 계기 삼아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집중했다. 엉성하지만 진심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한 나, 앞으로 엉성하지도 않고 진정성도 있는 그런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다.
생존본능이라고 표현했지만, 긴장감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순간의 내 흐름에 고도로 집중하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20분쯤인가? 잠깐 방송을 종료해버리고 싶은 순간도 존재했지만, 나의 도전을 이렇게 무산시킬 순 없어서 생존본능을 발휘했던 것 같다.
긴장감을 주는 일은 나를 힘겹게 한다. 하지만 대게 내가 하고싶은 일들은 대부분 나에게 긴장감을 주는 순간들이다. 도전이든, 목표든, 꿈이든. 글을 쓸 때 정도가 나를 겨우 긴장감에서 해제시켜주는 거의 유일한 순간이다. 하지만 긴장감은 좋은 발판이다. 그 긴장감을 발판 삼아 돋움질하면 더 짜릿하게 튀어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긴장감이 두려움으로 바뀌면 그 공간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조차 없게 되어버린다.
나는 오늘 아주 더디고 부족했지만, 긴장감을 발판 삼아 아주 조금 튀어올랐던 하루가 되었다. 스푼을 하면서 말하기와 표현력이 턱없이 모자란 스스로에 대한 자각을 하며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결핍을 채우고싶은 욕심도 동시에 생겼다! 내일 조금 더 성장할 나를 상상하니 오늘이 무의미하지 않았고, 도전하지 않은 어제보다 새로운 경험으로 채워진 나의 오늘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스푼라디오를 할 때도 그렇더라. 10분 전의 나보다 10분 후 나의 말솜씨가 아주 조금 성장한 것 같더라. 조금씩 나아지면서 붙은 자신감이 나를 상기시키더라.
D-7, 오늘 긴장했던만큼 뿌듯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