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무는 시간, 초저녁 오타루에서

by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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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처음 오타루에 갔을 때에는

눈이 어느 정도 녹은 3월 초였다.


그때 나는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았고,

이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잠시 그를 만나 마음을 정리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래서일까?

하얗고 아름다워서 위로받았던

삿포로와 비에이와는 달리

오타루는 나에게 그저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싶은 곳이기도 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설렘이 오히려 잔인하게 느껴졌던 때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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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홋카이도를 몇 번 더 다녀왔지만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어서인지

오타루에 다시 간 일은 없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오타루의 늦여름 저녁.

이렇게 예쁜 곳이었구나.. 오타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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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비록 습기 때문에 얼굴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을지언정.


바람이 불 때마다 오르골 소리와 풍경 소리가 들렸고,

적당히 코를 자극하는 해산물 냄새가 참 좋았다.


그때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여유로웠더라면

봄이 오고 있는 오타루를 다른 시선으로 보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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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것 같았던 오타루에서의 시간들,

한동안 - 오타루는 별로야, 예쁘지도 않은걸!

이라고 했던 나에게 <괜찮아~, 지금이라도 내 아름다움을 알면 된 거야~>

라고 해주는 것 같았던 오타루의 초저녁.


당분간 내 기억 속 오타루는

늦여름 초저녁 시간, 풍경 소리와 함께

아름답게 기억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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