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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Sep 08. 2023

첫 만남의 비밀
Secret of First Meet

첫눈, 첫사랑, 첫인상, 그리고 첫 만남.


어떤 단어 앞에 ‘첫’이 붙으면 의미가 더욱 특별해진다. ‘첫’이 붙으면서 그 단어는 우리에게 떨리는 설렘과 기대를 한껏 품게 한다. 이처럼 모든 것의 시작, ‘처음’이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강렬하다. 어쩌면 ‘설레고 부푼 마음’의 또 다른 이름이 ‘처음’ 일지 모른다. 그래서 첫 만남 역시,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비밀이 된다.


소년은 개울가 징검다리에 앉아 물장난을 하는 소녀를 처음 만난다. 소녀는 세수를 하다 말고 물속에서 조약돌 하나를 집어 “이 바보!” 하고 던진 후, 갈밭 속으로 사라진다. 소년은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주워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다음날 소년은 개울가로 나와 보았으나 소녀는 보이지 않는다. 그날부터 소년은 소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에 사로잡힌다.


황순원의 단편 소설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의 첫 만남은 매우 짧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주워 자기 주머니에 넣는 소년의 행동은, 소녀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보인다. 개울가의 첫 만남 이후, 둘의 애틋한 사랑은 ‘소나기’처럼 짧고도 강렬하게 끝을 맺는다.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 과정은, 첫 만남을 통해 강한 ‘첫인상’과 ‘끌림’으로 시작된다.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있다. 누군가를 만나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그저 그런 우연히 아니라, 만날 수밖에 없는 ‘필연’이 숨어 있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외모나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것도 필연의 이유 중 하나이다.


내가 커피와 책을 무척 좋아하는데, 상대도 나처럼 커피와 책을 즐긴다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통하지 않겠는가. 또 이와 반대로, 나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이의 ‘다른 매력’에 끌리기도 한다. 내성적이고 잘 나서지 못하는 내가, 외향적이고 쾌활하여 주변인에게 인기 있는 사람을 만나면 부러움과 함께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이처럼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 통하는 사람, 반대로 내가 가지지 못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에 끌리면서 인연이 되기도 한다.



전설의 그룹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은 1966년 11월 런던의 인디카 갤러리에서 전위 예술가 오노 요코를 처음 만났다. 미술관에 들어선 존은 요코의 작품 「못을 박기 위한 페인팅 Painting To Hammer A Nail」을 감상했고, 관장이 데려 온 요코에게 “제가 여기에 못을 박아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존이 누구인지 관심 없던 요코는 “5실링을 내면 그림에 못을 박을 수 있다”고 했고, 이에 대해 존 레논은 “내가 5실링을 주었다고 상상하고, 상상 속의 못으로 박으면 되겠군요!”라고 위트 있게 받아쳤다.



존과 요코는 첫 만남에서부터 불꽃같은 사랑을 예감했다. 미술관에서의 첫 만남을 계기로 1969년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존 레논과 요코는 서로의 집과 작업실, 거리에서 음악과 미술, 퍼포먼스, 반전 시위 등을 함께 하며 예술과 사랑의 교감을 나누었다.


“매일같이 나는 신에게 감사한다. 네가 내게로 온 것을, 운명이 두 영혼을 맺어준 것을, 내가 태어난 건 오직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고, 내가 어른이 된 건 네가 내 아내가 된 순간부터다.”


마흔 살이라는 나이에, 한 광팬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존 레논. 그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태어났노라! 살았노라! 요코를 만났노라!”


누군가의 연인이 되고, 친구가 되고, 지인이 되고, 또는 평생의 반려자가 되기도 하고...

그러기에 한 사람과의 인연을 결정하는 ‘첫 만남’은, ‘첫인상’으로 뚜렷이 각인되고 강렬하게 남는 것이다. 이러한 ‘첫 만남’을 시작으로, 살면서 두고두고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가리라. 첫 만남의 비밀은 ‘첫인상의 강렬한 끌림’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활력소가 되는 수많은 만남들. 나아가 누구에게나 작은 설렘과 관심, 열망을 불어넣는 ‘첫 만남’이 찾아 올 것이다. 이 첫 만남은, 어느 날 문득 당신에게 비밀처럼 찾아올지 모른다.

만약 당신이 존 레논과 요노 요코처럼 평생의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면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나는 태어났노라, 살았노라. 그리고 너를 만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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