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상태로 어두운 천정을 바라본다. 그리고 바라보고 있는 천정은 조금씩 환해지고, 그러다 보면 휴대폰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린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켜고 아침 6시 뉴스를 통해 사람의 말소리가 나온다.
나는 상대방을 알지만, 상대방은 내가 누군지 모른 채로 친절하게 내게 사회 이슈와 일기예보 등을 낭랑한 목소리로 말을 해준다. 그리고 나는 이불 밖의 세상으로 몸을 힘겹게 탈출시키고, 용변을 보고 양치질과 세수를 한다. 그리고 차가운 냉수를 몇 컵 마신다.
옷을 입고, 텔레비전에서 떠드는 아침 뉴스를 끈 채로 집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출근을 해 보니 아침 7시도 되지 않았지만 업무는 시작한다. 그리고 저녁 8시나 9시까지 그냥 주어진 일을 한다.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바로 퇴근이다. 그리고 용변을 보고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친절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오늘 이슈가 무엇인지를 나에게 말을 해준다. 그리고 엘이디로 환해진 천정이 어둠 속으로 변하고, 어두운 천정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잠이 든다.
눈을 뜬 상태로 어두운 천정을 바라본다. 그리고 바라보고 있는 천정은 조금씩 환해진다. 어느 순간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이 시끄럽게 우는 것을 달래서 멈춘다. 그리고 그대로 이불속에 누운 채로, 텔레비전을 켜고 아침 뉴스를 본다. 오늘은 뭐하지 쉬는 날인데.
씻고, 청소하고, 빨래를, 그리고 산책을.
먹는 것은 귀찮다. 주중에 하루 두 끼씩 먹었으면 주말은 한 끼나 아예 안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집에서 차려 먹으면 준비해야 할 반찬과 햇반, 먹고 나면 설거지, 그냥 귀찮다.
간단한 라면을 먹으려고 하면 물을 끓이고 계란도 풀고 파도 송송 넣고, 먹고 나면 설거지, 그냥 귀찮다.
누군가가 내게 주말에 산악이나 마라톤이나 여타 모임에 들어가서 사람도 만나고, 그러다 보면 좋은 여자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냥 나는 나의 루틴이.... 나도 나를 모르겠다.
억지로 인연을 만들어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척 에너지 소비일 것 같다. 회사에서 업무로 인해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난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로는 언쟁도 하면서 상대방이 하는 말의 속내가 무엇인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계산해야 하고,
그래서 주말에는 그냥 그냥 있는 게 좋기도 하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느껴지는 게 있다.
어떤 사람은 말하는 입에서 사랑의 향기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살기가 가득한 매서운 향기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무미건조한 향기가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귀가 썩을 것 같은 악취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아마 살아온 환경 때문이 아닐까.
나는 어떤 유형일까 하는 그런 고민을 항상 한다. 분명히 나는 사랑의 향기가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의 향기를 풍기면서 말을 하는 사람은, 확실히 살아온 환경이 따뜻하고 사람 냄새가 가득한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많았다. 내 주변에서 보면.
나는 내 주변의 풍경을 바꾸기 위해 엄청 노력을 하면서 살았다.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나는 항상 참고 살았다. 학교에서 친구와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들은 꼭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는데. 나는 오실 분이 없었으니까.
부모님이 오지 않는 아이는 잘못을 하지 않았어도 잘못한 아이가 돼버린다. 그래서 나는 말썽을 부리지 않는 그런 조용한 아이로 자랐다. 그러나 이상하게 아이들이 나를 건들지는 않았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린 나의 눈빛이 그리 따뜻해 보이지 않아서였을까.
중학교 때부터 우유배달과 신문배달을 새벽에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뛰어다녔다. 평범한 다른 아이들은 매일 우유를 먹고 키가 커졌는지 모르나, 나는 우유 먹을 만한 형편이 안되었고 아침은 거의 걸렀으니까, 어쩌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우유를 먹으면 배탈이 나서 어른이 된 지금도 우유는 잘 먹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때가 되었어도 변함없이 나는 주경야독으로 직장과 학교를 병행하면서 다녔다.
수십 년 전 내 인생의 한 곳이었던 국민학교 때부터 지금의 나까지, 매일 일찍 일어나서 집 밖으로 나가서 무언가를 하고, 그 무언가가 끝나야 집에 왔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업무적인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웃고 떠들고, 기쁨도 슬픔도, 괴로움도 함께 나눠질 수 있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요즘 들어 그런 나를 내가 바라보면, 다른 사람들은 혼자 있으면 외로움이 많이 느껴진다는데, 나는 외로움이란 게 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정말 사랑과 외로움은 무엇일까.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 나도 내 아이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끊을 때 사랑한다고 말을 그냥 하는데, 내가 말하는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사랑도 외로움도 잘 모르는 그냥 무미건조한 그런 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그런 질병을 앓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로봇 같이 내 가슴이나 마음에 뜨거운 무언가가 없는 마치 사막과 같이 메말라 있는 것인가.
내 인생에 대해 누군가를 원망해본 적은 없지만,
고아처럼 자란 사람들은 아마도..... 아니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그래 내 경우가 그런 것일 거다. 그래서 가끔 누군가에게 내 증상을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용기는 나지 않는다. 큰 병이라고 할까 봐....
"당신은 누구를 사랑하지도 못하고, 그냥 혼자 즐겁게 살다가 인생 정리하시면 됩니다"
라고 진단이 내려질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