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IMF #제주도 #김녕해수욕장 #묘산봉 #유락시설
요즘 동해의 파도는 서핑족의 즐거운 놀이터다. 한반도 삼면의 바다 중에 유독 서핑하기 딱 좋은 파도가 온단다. 물론 나는 서핑족이 아니다. 그래서 해본 적 없다. 그렇지만 인생살이에서 마주친 아주 큰 파도를 만나 서핑한 적이 있다. 인생을 걸고,
내게 기술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회사가 있다. 당시만 해도 전라도권 건설업계 1군 업체로 나름 잘 나갔던 회사였다. 언론사까지 계열사로 갖고 있던, 내 눈에는 최고 일류 기업이었던 L 건설이다. 여러 지역에 아파트 공사 및 도로나 교량 공사도 많이 하고 있었지만, 특히 제주도 김녕 해수욕장에서 묘산봉 사이 120만평 부지에 72홀의 골프장과 호텔, 콘도 등 유락시설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내가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제주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최고의 자부심이었고,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깨뿜뿜했었다.
내 업무는 본격적인 공사 전에 120만 평에 공사용 가설도로 및 지형측량을 실시하면서, 바위 형태나 수목 종류 등을 파악하는 업무였고, 그리고 더욱더 중요한 것은, 골프장에 맞는 잔디를 찾는 업무였다. 수많은 종류의 잔디 중에 골프장 티잉 그라운드를 시작해서 페어웨이, 러프 그리고 그린에, 각각의 장소에 맞는 잔디를 찾아야 했다. 어떤 잔디가 이 땅에서의 생존력이 좋은지, 농약과 비료는 어떤 게 궁합이 맞는지를 관찰 기록하는 일을 했다. 잔디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이때 처음 알았다.
현장에서 작업 중에 눈에 보이는 여러 나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방문, 그리고 현장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일을 했다. 특히나 많은 지역 현장 중에 유독 회장님과 부회장님의 관심이 크셨던 만큼 자주 제주 현장을 격려 방문해주셨고, 회사의 미래가 달린 대형 프로젝트로, 타지에 선발대로 와서 고생한다고 맛난 음식도 자주 사주셨다. 완공되면 승진도, 그리고 제주에 남겠다면 하고 싶은 업무를 할 수 있게 우선 배려해준다는 회장님의 약속은 정말 내 마음을 설레게 했고 그래서 본격적인 공사를 기대하며,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1997년 악몽의 시대가 도래했다. 정치를 잘해 나라 곳간을 잘 운영해야 할 악마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나라를 경영했고, 이로 인해 외화가 떨어지고, 그래서 IMF(국제통화기금)라는 먹구름이 한반도에 몰려왔다. 매일 자부심을 느끼며 근무하던 제주 현장도 먹구름을 피할 수 없었다.
내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회사는, 막다른 길목에서 부도처리냐 법정관리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었고, 직원들은 정리해고로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1차 정리해고, 2차 정리해고, 정리해고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던 나는 여러 지역의 공사현장으로 파견 나가 마무리 공사를 전담했다. 그리고 3차 정리해고 명단 속의 나, 회사에서 내 자리는 더 이상 없었다.
IMF라는 대형 악재의 파도는 많은 건설회사와 다른 제조 기업들을 도미노처럼 삼켜나갔고, 많은 사람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 고통은 상실감으로 직접 몸으로 부딪쳐야 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