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좋은 인재
좋은 인재의 기준에 있어서 역량도 중요하지만 attitude도 중요하다는 말은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 각각 필요로 하는 역량과 attitude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뭐, 대기업도 (대외적으로는) 패기있고 열정넘치고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attitude를 필요로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튀지않으며 주어진 업무를 늘 해오던 방식에 맞게 해내는 다소 수동적인 attitude를 유도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패기있고 열정넘치고 창의적이며 능동적인 사람의 지향하는 인재상으로 이야기한다. 음..쓰다보니 늘 그렇지는 않았던 것같다. 회식, 워크샵 등 업무 이외의 활동에서는 패기있고 열정넘치고 창의적이며 능동적인 사람을 좋아하는것 같기는 하다. 예전에 폭탄주 마는 도구를 들고 다니며 회식때 주목을 받던 어떤분이 떠오른다.
옆으로 샜지만;
확실히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이, 소위말하는 "좋은 인재"를 구하기는 힘들다. 일단 이력서 화려한 그 "좋은 인재"는 대기업(재벌계 대기업이던 카카오, 네이버같은 IT계 대기업이던)으로 쏠린다. 그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억울해하고 한탄할 일이 아니고 그냥 fact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경험상 "좋은 인재"는 이력서가 화려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내가 몸담고 투자/M&A업무를 했던 2개 회사를 비교해보겠다. 두 회사 모두 공통적으로, 나랑 함께 일하게 된 멤버들의 숫자도 비슷했고, 그들 모두 투자나 M&A에 대한 직접적 경험은 없었다.
A사: 벤처계열, 서울안에 있는 대학교 출신들
B사: 대기업계열, 미국MBA 출신이 대부분
공통: 전체 인력 1천명~2천명 수준, IT기업
두 그룹 모두 그때까지는 직접적인 투자나 M&A경험은 없었지만,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을 돌이켜보면 그 차이는 엄청났었다. 이야기의 흐름상 뻔하게 예측이 가능했겠지만, A사의 멤버들이 압도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똑같은 방식으로, 아니 학습상황을 고려하여 B사의 멤버들에게는 보다 구체적으로 가이드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확실히 A사에 있던 멤버들은 1년 정도 지나니 대부분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리드해도 될 정도가 되어 있었고, 심지어 내가 놓쳤던 부분까지 이야기해줘서 내심 뜨끔하게 하기도 했었다. 한명이 2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핸들링할수 있었다. 그런데 B사의 멤버들은 2년이 넘어도 여전히 프로젝트를 독립적으로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처음에는 2명에게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기는 수준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하나의 프로젝트에 팀장포함해서 4~5명을 붙여줘도 맨날 사고가 났다.
무슨 차이였을까? 분명, 흔히들 말하는 "좋은 인재"에 해당하는 것은 B사의 멤버들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그 원인이 "attitude"에 있다고 본다. A사의 멤버들은 한가지 challange를 하면,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공부포함)을 해서 그 한가지를 해결해오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그치지 않고 다른 고려요인까지 들이미는 태도를 보였었다. 마치, '너가 그걸를 지적해? 그럼 난 그 이슈를 해결하고 너가 아직 생각치못한 다른 이슈들도 해결해내겠어!'라는 듯.
한편 B사의 멤버들은 (전부 다 그렇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이었다) 한가지 challange를 하면, 그걸 바로 답하지 못하는 수많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먼저 늘어놓았었다. 그리고는 돌아가서 내가 예시로 말한 딱 그 부분에 대해서만 추~웅~부~운한 시간을 가지면서 답을 준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좋은예: 이러이러한 이슈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A,B,C의 방법이 있고, 이러이러한 이유때문에 이 중 A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좋은예: 이러이러한 이슈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A,B,C의 방법이 있습니다.
더 안좋은예: 지난번 지적한 이 이슈는 어떠어떠한 내용이고, 지난번 (예를 들어) 제시한 해결방법은 가능할 것같다는 것이 법무팀 의견입니다.
가장 안좋은예: 아, 지난번에 시키신게 그거였어요?
각각 이런 세월들을 보내고 나니, 마치 토끼와 거북이 경주 우화처럼 시작지점에서는 B사 멤버들의 역량이 뛰어날지 언정 뒤로 갈수록 A사 멤버들의 역량이 더 뛰어나 지는 것이고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질수 밖에. 스스로 고민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점점 성장하게 되는데, 그 원동력은 초기에 가진 역량이 아니고 attitude이다.
그러니 스타트업은 소위말하는 "좋은 인재"를 구하지 못한다고 속상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학벌이나 초기 역량은 다소 부족하다 하더라도, 문제의식과 열정적인 attitude가 있다면 어느 대기업의 인재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로 성장할수 있으니 말이다. 겪어보니 진짜로 좋은 인재란, 이력서에만 존재하는 화려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 기본은 하는 역량과 목표의식과 열정 넘치는 attitude를 가진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