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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람 Apr 11. 2024

'독야청청'의 비밀

소나무(Ⅱ)


 ‘독야청청(獨也靑靑)’이란 홀로 푸르게 존재한다는 뜻으로 소나무에서 유래한 말이다. 조선의 사육신 성삼문이 지은 시조에 등장한다. 모두 변해도 자신은 절대로 변치 않겠다는 곧은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가 ‘독야청청’으로 표현한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어디서나 홀로 서 있는 소나무를 만날 수 있고 늘 푸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독야청청을 ‘독야’와 ‘청청’으로 각각 구분해 보면 감춰진 것이 있다. 소나무가 홀로 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늘 푸르게 유지하는 모습도 본래 의미와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독야’에는 생존의 비밀이 있다. 험한 바위산에 홀로 사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소나무가 강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말한다. 이 말은 맞지만 틀리기도 한다.

 소나무는 햇빛을 많이 흡수하는 양수이다. 그래서 빛을 받는 데 방해되는 다른 식물의 발아를 억제한다. 이를 타감작용이라 하며 천연제초제를 분비해 다른 식물을 배척하고 자기 종족만의 독립된 공간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타감작용은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을 때 가능하다. 정작 자기 씨앗이 다른 숲에서 발아하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나무와 빛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설사 운 좋게 비집고 들어가도 제 수명을 다하기가 쉽지 않다.

 바위산 같은 장소가 다른 나무가 없어 오히려 정착에 유리하다. 그렇게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힘겹게 살아간다. 소나무는 홀로 사는 건 강할 수 있지만 함께 사는 것엔 약하다. 그렇게 투쟁보다 고독한 삶을 선택했다.          

 ‘청청’은 상록수를 상징한다. 사람들이 소나무를 좋아하는 이유가 잎이 늘 푸르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푸르름은 잘 보아야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여기서 갈잎이란 낙엽 진 마른 솔잎이다. 늘푸른나무인데 갈색 낙엽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늘 푸름은 맞지만, 가지에 달린 잎이 다 같지 않다. 한번 생긴 잎은 영원하지 않으며 생존 주기가 2~3년이다.

 1년 주기로 나뭇잎의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낙엽수에 비해 소나무잎은 봄에 나서 해를 넘기고 다음 해에도 가지 끝에 새잎이 또 돋아난다. 한 나무의 솔잎이 그렇게 1년생, 2년생, 생육조건이 좋을 때는 3년생까지 공존한다. 시간이 지나면 묵은 잎이 먼저 갈잎이 되고 남아 있는 잎으로 푸르름을 유지한다. 눈에 보이는 푸르름이 잎의 세대교체로 이어진 결과였다.


 엄동설한과 비바람에도 소나무는 푸르름이 있어 더욱 돋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나무처럼 살고 싶다고 소망한다. 불확실한 세상에도 ‘늘 푸른’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다.

 오늘도 산행길에 위태로운 소나무 만났다. 흙이 흘러내리는 경사진 곳이다. 땅속에 있어야 할 뿌리가 지표면에 일부 드러내고 간신히 매달려 있다. 그래도 역시 푸르름은 잃지 않았다. 그런 곳에 터를 잡아 살고 있다니. 바라볼수록 놀라운 생명력이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나무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수명은 수백 년이 될 만큼 장수목이며 고정생장'을 한다목재가 단단하여 휘거나 갈라지지도 않고 잘 썩지도 않아 궁궐이나 사찰의 건축 재료로 사용했다예술작품뿐만 아니라전설에도 가장 많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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