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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람 Aug 01. 2024

무궁화꽃이 '또' 피었습니다

무궁화


 지루한 장마가 끝났다.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와중에도 산책은 멈출 수 없어 잠시라도 비가 멈추면 밖으로 나갔다. 평소 다니던 미끄러운 산길을 피해 강변 둑길을 걸었다.

 길가에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진 아담한 크기의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세찬 비바람에도 큰 꽃을 활짝 피워 반겨주었다. 꽃잎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빗방울이 꽃을 더 돋보이게 한다. 더구나 매일매일 새 꽃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감성을 자극한 이 나무가 옛날 울타리 꽃으로 알려진 나라꽃 무궁화다.     


 다음 노랫말은 1959년에 발표되어 어린 시절 부르던 ‘무궁화행진곡’ 중 일부이다.      


「♪ 무궁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 꽃 ♬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     


 노랫말 중 ‘피고 지고 또 피어’라는 말 속에 무궁화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무궁화는 한여름에 100일 정도 꽃이 핀다. 꽃 한 송이가 오래 피어있는 게 아니고 꽃대가 계속 나와 새 꽃이 피면서 개화기를 길게 유지한다.

 새벽에 피어 오후에 오그라들기 시작하고 일몰 무렵에 낙화(落花)를 반복하는 하루살이꽃이다. 다 자란 나무에서 하루 약 30송이가 피어나 어림잡아 한해 수천 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 셈이다.

 식물의 생존 목적은 종족을 보존하는 생식이다. 그래서 무궁화의 피고 지는 개화 방식이 생식 효과를 높이는 수단이지만 비밀이 한가지 숨겨져 있다. 생식력이 왕성한 것이 아니고 사실은 뜻대로 안 되어 이를 만회하려는 의도된 작전이다.

 무궁화는 작은 나무라 큰 나무가 모인 숲에서는 빛의 경쟁에서 버틸 수 없다. 그래서 숲 밖 살만한 공간을 물색하여 정착한 곳이 마을 주변이다. 자생지를 만들지 못해 결국 사람에게 관리받는 재배 대상이 되어 무궁화동산이 생겨났다.      


 무궁화는 색깔과 모양은 다양해도 전체 경관은 미약하다. 나라꽃이면서 그 흔한 꽃 축제에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제한된 공간에만 볼 수 있다는 아쉬움도 있다. 화려한 한방을 선호하는 현대인에게 관심받기에는 다소 한계성이 느껴진다.

 1970~80년대 일본의 상징 벚나무와 비교당하는 수난도 겪었다. 당시는 일본의 국가 지표 대부분이 한국을 크게 앞서가던 시대이다. 그래서 무궁화에 대한 한국인의 평가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대세였다. ‘벚나무보다 훨씬 작다.’ ‘그늘이 없다.’ ‘꽃이 드문드문 핀다.’ ‘벌레만 득실거린다.’ 등. 열등감이 만연했다.

 오늘날은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이 앞선 분야도 많아졌고 무엇보다 관점이 달라졌다. 만개의 화려함이 강점인 벚꽃도 좋지만, ‘은근과 끈기’라는 꽃말을 가지고 릴레이식으로 개화하는 무궁화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 다른 꽃이 별로 없는 한여름에 오래 피는 것도 단연 돋보인다.

 꽃이 질 때 품격도 다르다. 벚꽃은 갈래꽃으로 꽃잎이 흩날려 길바닥을 덮는다. 꽃비의 아름다움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든다. 무궁화는 다르다. 꽃잎이 붙은 통꽃이라 꽃이 질 때 뭉쳐서 떨어져 뜨거운 햇살에 사그라진다. 마지막 가는 길이 깔끔하다.      


 무궁화(無窮花)는 아욱과 낙엽 활엽수이다. 무궁은 영원히 피고 지지 않는다는 의미이. 영어명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는 성스러운 곳에서 피는 아름다운 꽃이라는 이다.

무한대() 기호에 착안하여 88일은 무궁화의 날이다. 이 시기가 꽃이 가장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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