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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도 전략이다

개미

by 서람


대전의 계족산 황톳길에 들어섰다. 우리나라의 맨발 걷기 코스로 가장 잘 조성된 곳이다. 비 온 뒤라 맨발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웠다. 나뭇잎 사이로 살짝 비추는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걸어 올라갔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땅을 향했다.

한참을 걷는데 길옆으로 작은 개미 떼가 줄지어 가고 있었다. 생소한 장면도 아니라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이 의심스러울 만큼 놀라웠다. 그 대열이 끊기지 않고 100m 넘게 이어진 게 아닌가. 엄청난 그 개미의 수가 궁금해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개미 숫자는 약 2경 마리(200조×100, 2022년)라고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가늠이 어려운 이 개미들의 몸무게를 더하면, 인간 전체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워낙 가벼워 웬만큼 높은 데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 미물이란 점을 고려하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다’라는 말은 이처럼 많고 흔하다는 전제에서 생긴 속담이다. 흔함과 함께 개미를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상징적 이미지가 ‘개미처럼 일하자’ 즉, 부지런함이다. 자기 체중의 약 20배까지 들어 올리거나 쉼 없이 돌을 날라 집을 짓는 모습, 더구나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 속 이야기가 그 상징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개미는 정말로 부지런할까?

개미 사회를 들여다보면, 모든 개미가 부지런하게 일하는 건 아니다. 전체 결과의 80%는 20%의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파레토 법칙’이 개미 관찰을 통해 성립된 이론이다. 개미 집단은 전체의 약 20% 정도만이 활발히 일하고, 나머지 80%는 조금씩 일하거나 거의 일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구조는 비효율이 아니다. 오히려 효율적인 대처 능력이다. 일하던 개미가 지치거나 위급 상황이 되면, 다른 개미들이 참여하여 집단을 유지한다. 예비 자원을 활용한 순번제 생존 전략이다.


개미는 부지런함보다 어쩌면 공존과 효율성의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이런 특성을 가진 개미와 사람이 이 문제로 나눈 가상의 대화이다.


(사람) “너희는 왜 대부분의 개미는 가만있지? 다 같이 일하면 더 효율적일 텐데.”


(개미) “효율은 모두 일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그러면 위기에 대비 못 해. 우린 역할과 협력으로 사회를 지켜.”


(사람) “인간은 경쟁하고 성취하며 발전해. 멈추면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개미) “너희의 발전은 때론 무리한 질주야. 우린 경쟁보다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택하지. 발전만이 생존은 아니니까.”


개미 생각에 빠져 맨발 걷기를 멈췄다. 돌아오는 내내 이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개미는 독특하게도 벌목(目), 개미과(科)로 한자는 의(蟻)이다. ‘벌레 충(虫), 옳을 의(義)’가 만나 옳은 벌레인 근면한 곤충이 되었다. 단것을 좋아하는데, 지방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기름이 떨어진 곳에 개미가 몰려든다. 또한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우는 자연 청소부다.

유인물질 페로몬을 활용하여 먹이를 찾고 짝짓기한다. 꿀벌이 춤으로 소통하듯 개미는 페로몬으로 한다. 몸은 머리, 가슴, 배가 뚜렷하고 배 끝에서 개미산을 배출한다. 개미의 똥꼬를 빨아먹으면 새콤함을 넘어 신맛에 몸을 떨었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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