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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비행기 Dec 12. 2018

소설, 한 페이지_셋_커피

한 장의 소설로 만나는 세상의 모든 숨은 이야기

커피향이 그윽하다.


모두 퇴근한 심야의 사무실.

여기서 난 모니터를 붙잡고 있다.     

이거, 당장 내일까지 처리해야 할 텐데.

입으로 계속 중얼거리지만 정작 모니터에는

단 한 글자도 채워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대로 밤새 채워지지 않을 수도.     

눈이 감기려 한다.

어쩌면 감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탕비실에 가서 커피를 끓였다.

부장님이 애지중지 아끼는 원두를 마음껏

커피메이커에 들이부었다.

진하고 시큼한 커피향이 사무실 구석구석

자리를 채워나갔다.      

오늘밤, 커피와 함께 잠들지 않겠구나! 했으나,

이것이 오늘밤 나의 마지막 기억 속

한 장면이 되고 말았다. 남은 건 커피향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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