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페이지 맥비. 《맨 얼라이브》(2020)
FTM 트랜스젠더 남성인 토머스 페이지 맥비가 묻는다. 무엇이 남자를 만드는가? 《맨 얼라이브》는 이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그에겐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토머스는 그 문제를 마주하고 넘어서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첫 번째는 강도가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눴던 사건이다. 그날 밤 강도는 몇 명의 사람이 죽었는데 죽은 사람은 모두 남자였다. 여자들은 전부 살았다. 즉 강도가 토머스를 남자가 ‘아닌’ 존재로 오인했기에 토머스가 살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FTM 남성인 토머스는 자신의 몸에 남아 있는 ‘여성스러움’ 때문에 늘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긴장을 안고 살아왔다. 즉, 토머스에게 남아 있는 여성의 표지는 그의 존재를 위협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여성의 표지가 토머스를 살렸다. 토머스는 ‘계집애 같은 남자’와 ‘사내처럼 보이는 여자’ 사이에서 생겨나는 긴장과 함께 살아간다. 그중 무엇이 폭력의 근거가 될지, 무엇이 생존의 이유가 될지는 모른다. 남자다움이란, 삶이란 그런 것이다.
두 번째는 유년기에 있었던 아빠의 성폭행이다. 토머스는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다. 아버지의 가족을 찾아가 보고, 어머니와도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당사자다. 아버지를 마주한 토머스는 괴물이 아닌 한 연약한 인간을 본다. 어색한 표정과 몸짓으로 반성하며 사과한다는 말을 주절거리는 아버지를 보며, 토머스는 “착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 또한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깨닫는다. 토머스는 아버지 역시 연약한 인간이었다고 말함으로써, 아버지가 자신의 연약함을 자기 앞에 보일 기회를 줌으로써 그를 용서한다.
토머스가 마주한 두 가지 거대한 폭력은 남자로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곧 남들의 자비에 자신을 맡긴다는 뜻이었다. 칼날 앞에서는 불편한 현실이지만, 내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지시를 내릴 사람을 선택할 권리는 내게 있었다.
혐오범죄로 목숨을 잃은 트랜스젠더 남성 브랜든 티나가 왜 대도시로 이사하지 않았을까를 궁금해하는 물음에 대한 토머스의 대답이다. 토머스가 두 번의 큰 사건을 겪으며 ‘여자로 보일 수 있는 남자’라는 취약성을 받아들이고, 성폭력 가해자인 아버지를 용서했듯이 우리 모두는 알 수 없는 폭력과 우연 속에서 자신을 지키며 앞으로 나아간다. 브랜든도 자기의 자리에서 이 일을 해나간 것이다.
하지만 토머스는 살았고, 브랜든은 죽었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면서도 사소하다. 어쩌면 정말 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우연이 누군가의 생과 사를 가르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 알 수 없음의 공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존재의 취약성을 받아들이고 괴로워하며 사랑하는 일.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일. 이것이 토머스가 들려주는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