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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Nov 02. 2022

제4회 KIEFF 한국국제민족지영화제 톺아보기

제4회 한국국제민족지영화제


세계 가장 높은 곳의 버섯

(The Mushroom at the Top of the World)

마티야즈 핀터(Matjaž Pinter) 감독 작품┃2021┃44min     


야차굼바 버섯(동충하초)은 ‘히말라야의 황금’으로 불린다. 네팔 중서부의 마이콧 마을은 야차굼바를 채취해 생계를 이어간다. 기후 변화와 무차별적 채취로 수확량은 점점 줄어드는데, 전쟁 등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모인다. 마을 사람들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야차굼바 채취 인원을 관리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마을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시장과 규범의 확립이 마이콧 마을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줄지 자못 궁금하다.          


오우 사: 불이 잡아먹다

(Ougn Sa: Eaten by Fire)

세자르 콜망(César Colmant)┃2020┃31min     


베트남 산악 지대의 주민들은 정부에게서 숲을 떠나 현대식 삶을 살라고 채근당한다. 땅은 거대 자본이 매입하여 급격한 변화를 겪는 중이다. 그러나 영화가 그리는 풍경이 삭막하지 만은 않다. 여기서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도 있고, 느리게나마 변화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보스(The Boss)

메흐디 발라미사(Mehdi Balamissa) 감독 작품┃2019┃11min     


화덕에 빵을 구워내는 작고 허름한 빵집. 한 남자는 규칙적인 리듬으로 빵을 굽고, 누군가는 갓 나온 빵을 박스에 담아 마을로 배달을 나간다. 물건이 이토록 단순하고 소박하게 유통된다면 소외의 공간은 더 좁아질지 모른다.     


오자크

(Ocak)

제이넵 카세르키(Zeynep Kaserci) 감독 작품┃2020┃28min     


튀르키예 북동부의 시골 마을. 농촌의 노동은 젠더화되었고, 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젠더에 따라 다른 가치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누가 마을을 만들었는가!”라고 묻는 한 중년 여성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표면의 권력을 거스르는 심층의 권력이 있다. ‘오자크’는 헤이즐넛 나무, 화로, 가족/혈연의 의미라고 한다. 오자크는 여성의 것이다.     


공존

(Coexistant)

코메일 소헤일리(Komeil Soheili) 감독 작품┃2020┃13min     


이란 남부 호르무저섬에 사는 시각장애인 어부가 있다. 이름은 ‘델라’다. 델라는 물고기가 꼬리를 움직이는 소리와 갈매기 소리로 어디서 물고기를 잡을지를 판단한다. 비장애인은 결코 가질 수 없는 능력이다.     


와인

(Vinho/Wine)

안드레 라란진하(Andre Laranjinha) 감독 작품┃2018┃57min     


대서양 한가운데의 아조레스 제도의 피코섬. 이곳 사람들은 돌 위에 포도 농사를 짓는다. 흙도 없을뿐더러 “바다는 언제 화를 낼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손가락만 한 나뭇가지를 날카로운 도구로 다듬어 접목한 후 끈으로 묶고 테이프를 감는다. 그 조그만 나뭇가지가 덩굴이 되고 포도를 만들어낸다. 마을의 일상은 포도를 키우는 일, 포도를 와인으로 만드는 일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나무를 태운다. 아마도 내년 농사를 위한 양분을 마련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허무하지 않고 우울하지 않은 시지프 신화가 이 작고 조용한 섬에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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