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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Nov 01. 2020

"그렇지만 이제 나는 게이처럼 죽어가고 있어."

수잔 스트라이커, 《트랜스젠더의 역사》

  역사학자이자 트랜스젠더 활동가인 수잔 스트라이커가 쓴 《트랜스젠더의 역사》에는 FTM(Female to Male) 트랜스 게이 남성이었던 루 설리반Lou Sullivan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스스로를 게이로 정체화했지만, 끝내 인정받지 못하다가, 죽음으로서 게이임을 증명했다. 트랜스베스타잇이자, FTM 남성이자, 게이 남성이자, 활동가·저술가였던 그를 추모한다.


  설리반은 1951년에 태어났고, 1991년에 서른아홉의 나이로 죽었다. 그는 1973년에는 자신을 게이 남성과 양성애 남성에게 끌리는 '여자 트랜스베스타잇'으로, 1975년에는 FTM 트랜스섹슈얼로 정체화했다.


  그는 성별 재지정을 위해 스탠퍼드 대학교의 젠더 위화감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그를 거부했다. 그의 '공공연한 게이 남성 정체성' 때문이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바꾼 FTM 트랜스섹슈얼은 여성을 좋아해야만 한다는 편견, 즉 트랜스섹슈얼은 동성애자일 수 없다는 편견이 설리반을 가로막은 것이다(여전히 동성애자 트랜스섹슈얼들은 '그냥 원래 성별로 살지 왜 굳이 성별을 바꾼 채 동성을 사랑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다행히도 설리반은 자신의 게이 남성 정체성을 문제 삼지 않는 전문가를 만나 1979년부터 호르몬 투여를 시작했고, 1980년에는 가슴 수술도 받았다. 그러나 1986년부터 크게 아팠다. 가슴 수술을 받은 후 게이 섹스 클럽에 갔다가 HIV에 감염됐는데, 1986년의 성기 수술 이후 합병증이 도지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즈 진단 후, 설리반은 트랜스 게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거부한 젠더 위화감 프로젝트의 담당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상상을 하며 일기를 썼다. 그 일기의 내용은 이렇다. "당신은 내가 게이 남성으로 살 수 없을 거라고 했지. 그렇지만 이제 나는 게이처럼 죽어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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