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거주했던 공간들 (2-1)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7편 HK, Macau-06)

by SALT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Hong Kong, Macau



6. 홍콩에서 거주했던 공간들(2-1)


해외 주재 근무할 때 한번 집을 정하면 이사하기가 귀찮아 그 국가를 떠날 때까지 그 집에 계속 살곤 했었다. 그렇지만 홍콩에서는 5년 반 동안 몇 가지 부득이한 이유들로 이사를 다니기도 했는데 그 시절 초기 잠시 거주했던 호텔 포함 5개 거주지에서 살았던 경험과 기억을 글로 올린다.


1. Novotel Hotel

(238, Jaffe Road, Wan Chai)


법인이 있던 Wan Chai 지역의 Central Plaza 빌딩 인근 호텔로 홍콩에 부임해서 정식으로 거주할 아파트를 구하기 전까지 약 1달 정도 체류했던 곳이다. 법인 바로 앞에 있던 Renaissance나 Grand Hyatt 만큼 고 유명했던 호텔은 아니었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했으며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꽤 좋은 호텔이었다.


이 호텔은 영업을 너무 잘해서 그런지 내가 체류했던 약 한 달 내내 투숙객으로 항상 붐벼서 그렇지 않아도 다소 좁아 보이던 1층 로비는 언제나 들어오고 나가는 투숙객과 그들 짐으로 가득했었다.


아침 뷔페 식사도 다양하고 푸짐했으며 맛도 꽤 좋았는데, 단점이 하나 있었다면 메뉴가 통 변하지 않아 한 달 정도의 짧지 않은 기간 투숙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같은 음식들만 계속 먹으니 좀 물리기도 했었다.


(Novotel 소개 블로그)

1. https://blog.naver.com/tlaalfud/221508407419

2. https://blog.naver.com/annatomo/221770252154

3. https://blog.naver.com/ptvabene/220893392672


이 호텔에서 법인 사무실까지는 걸어서 10여 분 정도로 꽤 가까웠는데, 홍콩에 막 부임한 2008년 12월 호텔에서 출발해 법인 사무실로 걸어가면서 그 길을 찍었던 동영상이 남아있다. 아래 영상이 바로 그 동영상인데 홍콩이 아열대 지방에 있는 도시였고 당시의 실제 기온도 필경 영상 10도 이상이었겠지만 그래도 왠지 꽤 쌀쌀하게만 느껴지던 이른 아침 호텔의 뷔페식당에서 따뜻한 아침 식사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사무실로 걸어가면서 찍은 동영상이다.


사진) Novotel 호텔에서 법인 사무실로 걸어가는 길 주변 모습 (2008. 12월, 03:21)


이 호텔에는 매우 편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호텔 뒤로 2~3분만 걸어가면 작지만 꽤 맛깔스러운 메뉴가 많은 한국 식당이 하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식당 메뉴에는 해외 한국 식당에서는 웬만해서는 보기 어려운 참치 김치찌개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육고기를 못 먹는 나는 식당 덕분에 이 호텔 체류 기간 내내 먹고 싶으면 반바지 입은 채 그대로 호텔 방에서 내려와 약 2~3분만 걸으면 언제든지 얼큰하고 칼칼한 참치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큰 행복을 누릴 수도 있었다.


(Novotel 인근 한국 식당)

https://m.blog.naver.com/hongkongneo/220645316187


또 이 식당 반찬 중에는 역시 해외의 식당에서 보기 어려운 파김치가 나오기도 했는데, 파김치를 워낙에 좋아했던 나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그 파김치를 별도로 구매해서 호텔 방 안의 작은 미니바에 넣어두고서 휴일에는 컵라면과 햇반 및 참치 통조림 등과 함께 방 안에서 먹기도 했었다. 그렇게 먹으면 번거롭게 외출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점심 한 끼는 해결할 수 있었다.


방 안에서 그렇게 식사를 하고 난 이후에는 강한 한국 음식 냄새를 없애기 위해 라면 국물 등 남은 음식 찌꺼기는 바로 변기에 넣고 내려 보내는 등 나름 다양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좁은 호텔 방 안 구석구석까지 퍼진 라면과 파김치의 강한 냄새는 어차피 쉽게 빠지지 못했을 것인데, 나로서는 맛있는 한 끼를 쉽게 해결하긴 했지만 청소하시는 분들께는 꽤 죄송한 짓을 했던 것 같다. 한 달 정도나 그렇게 반복해서 먹었으니 당연히 그 냄새가 방 곳곳으로 스며들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체류할 아파트를 정하는 것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거의 한 달 가까이 이 호텔에 체류하게 되었는데 주방도 없는 좁은 호텔 방에 더 이상 체류하는 것이 너무 답답해 주방시설이 구비된 인근 서비스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 Novotel 호텔이 이후 5년 반이나 지속된 홍콩 생활의 첫 번째 거주지였던 셈인데 그래도 낯설고 어설픈 것이 많았던 부임 초기 내게는 이 호텔 방이 나름 평안과 안식을 주었을 뿐 아니라, 따뜻하고 맛있는 아침 뷔페 식사에 또한 얼큰한 참치 김치찌개와 쌉쌀한 파김치까지도 맛볼 기회를 제공해 주었으니 꽤 달달한 스위트 홈이었던 것 같다.



2. Fraser Suites

(74-80 Johnston Road, Wan Chai)


Wan Chai 전철역 인근의 Johnston Road에 있던 서비스 아파트다. 이전에 머물었던 Novotel 호텔이 법인의 동쪽에 있었던 반면, 이 아파트는 반대 방향인 법인 서쪽에 있었다. 하지만 역시 법인에서 걸어서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던 아파트였다.


(Fraser Suites 거리뷰)

※ 현재는 Johnston Suites로 이름이 바뀌어 있다.

https://goo.gl/maps/y7JWatwjhup5kefo7

(Johnston Suites 내부. 과거와 변한 것이 별로 없다)

https://www.sinosuites.com.hk/suites/en/thejohnston/


이 서비스 아파트에서 찍었던 사진은 아무리 찾아도 딱 두 장뿐인데, 참 묘하게도 두 장 모두 부엌을 찍은 사진들이다. 비록 좁은 아파트였지만 그래도 부엌뿐만 아니라 방과 작은 거실 그리고 욕실까지도 있었던 아파트였는데, 다른 공간의 사진들은 하나도 없고 유독 부엌 사진만 그것도 두장씩이나 남아 있으니 좀 우습기도 하다.


서비스 아파트라 방 안에는 그릇이나 냄비 등 간단한 식사 도구 및 세탁기, 냉장고, DVD Player, TV, Audio까지도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인가 청소까지 해 주었다.


사진) Fraser Suites 부엌 사진. 홍콩 부임한 지 한 달이 좀 지난 시점인 2009년 2월 8일 일요일 오후 4시경 찍은 사진


이 서비스 아파트로 옮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역시 주방, 식기 등이 모두 구비되어 있어서 집안에서 라면이나 간단한 찌개도 끓여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에서 나름 꽤 오랜만에 컵라면이 아닌 제대로 된 라면에 계란과 파도 송송 썰어 넣고 팔팔 끓여 먹으니 정말 맛있었고 그런 맛에 부임 초기 서먹하기만 했던 홍콩 생활에서 요즘 표현으로는 소확행이라는 나름 작은 행복감 같은 것까지 느끼기도 했던 같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던 시절에는 몰랐었는데, 상당 기간 그러한 기회가 박탈되었다가 또다시 주어지니 직접 끓여 먹는 라면과 같은 사소한 것에도 나름 만족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했었다.


이제 참치 통조림은 홍콩 마트에서, 김치는 한국 식품점에 가서 구매해서 참치 김치찌개 같은 것도 직접 끓여 먹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웬만한 홍콩의 마트에는 김치도 있어 굳이 한국 식품점까지 가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다.


90년대 중남미 모 국가의 주재원 부인들이 중국인 가게에 남은 마지막 배추 한 통을 가족을 위해서 서로 먼저 사려고 하다가 민감한 상황에까지 가기도 했다는 사례도 있었는데, 이제는 배추가 아닌 완제품 상태의 김치까지 해외의 웬만한 도시 마트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가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세월이 흘러가면서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이 참 많이 바뀌긴 바뀐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직접 끓여 먹는 라면 맛을 만끽하며 살았던 이 아파트에서의 행복한 기억은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소음 문제가 갈수록 심해졌던 것이다. 사진의 창문 밖으로는 Johnston Road라는 이름의 거리가 있었는데 이 도로로는 Tram이 다녀 Tram이 운행을 시작하는 새벽에는 종을 치는 것 같은 Tram 경적 소음에 잠을 깨곤 했었다.


그래도 어차피 그때쯤에는 일어나 출근 준비도 해야 했으니 조금 더 일찍 일어난다 생각하고 그 소음은 나름대로 견뎌 냈는데 어느 날부터 바로 위층으로 새 입주민이 들어오면서 훨씬 더 심각한 소음 문제가 시작되었다.


바로 위층에 사는 여자가 도대체 뭘 하는지 밤 1~2시까지 수시로 방 안에서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녀 그 소음에 너무 시달렸던 것이었다. 맨발로 돌아다녀도 한밤중에는 소음이 크게 들리는데 한밤중에 왜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실제로 하이힐을 신고 따각따각 매일 걸어 다니니 그 소음이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히 그즈음 홍콩 체류기간 거주할 주택을 마침내 정했고 그곳으로 정식 입주함으로써 임시로 숙박했었던 이 서비스 아파트에서의 생활 및 그 소음에 시달리던 것도 약 1달 여만에 끝나게 되었다.


Fraser Suites는 라면과 참치찌개를 먹고 싶으면 언제라도 직접 그 자리에서 끓여 먹을 수가 있었던 스위트 홈이기도 했던 반면, 또 한편으로는 소음에 적지 않게 시달려야 했던 들어가기 무서운 홈이기도 했었던 것 같다.



4. Queen's Cube

(239, Queen's Road East, Wan Chai)


※ 3번째 거주했던 아파트는 사실 The Harbourside라는 아파트였는데 3년 이상 장기간 거주해 기록할 내용이 많아 다음장에서 별도 글로 올리고, 4번째 거주했던 아파트부터 먼저 올린다.


법인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구룡 지역의 아파트에서 3년여 기간을 살다가 다시 법인 근처로 이사를 왔다. Wan Chai 시장 앞에 있는 Queen's Cube라는 서비스 아파트였는데 방 하나에 거실 하나, 부엌, 욕실 등이 있었고, 세탁기, 오븐 냉장고, 식기세척기 및 주방 도구 일체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약 1년 가까이 이 아파트에 살면서도 식기세척기와 오븐은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혼자 살면서 이런 장비를 굳이 이용해야 할 만큼 집안에서 많은 음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청소 역시 1주일에 2번 정도 해 주었고 그때 침대 시트 등도 갈아줘서 편리했었다.


이 아파트에서도 역시 소음으로 시달리기도 했었다. 아파트 옥상 인근 외벽에 매단 대형 현수막 끝부분의 나무 막대가 한밤중 바람에 흔들리면서 아파트 외벽에 반복해서 부딪쳐 소음이 발생했던 것이다. 다음날 1층 관리 데스크에 그러한 문제를 제기했더니 다른 입주민들로부터는 유사한 불만을 듣지 못했다며 아마 다른 소음일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좀 더 확인은 해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후에도 동일한 소음이 변함없이 반복되었고 결국 또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관리실은 이번에는 주변의 다른 입주민들로부터도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하며 문제의 현수막을 외벽에 완전히 밀착시키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이후 현수막이 외벽과 밀착되면서 그 소음은 말끔히 없어졌고 결국 그 소음 문제는 1주일 정도에 종료되었다.


(Queen's Cube 외관)

https://goo.gl/maps/RoeGZUVSqSnS2B2LA

(내부 모습)

https://www.executivehomeshk.com/properties/wan-chai/queens-cube/103959


이 아파트 내부 구조를 볼 수 있는 사진은 안타깝게도 없고 그나마 집 구조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사진은 아래 사진처럼 나 자신을 찍은 사진 두 장밖에 없다.


사진) 왼쪽에 문이 열린 곳이 화장실 겸 샤위실이고, 내 등 뒤에 방이 있으며 사진 좌측에 부엌이 있었다 (2014. 4월)


반면 집 안에서 외부 경치를 찍은 사진은 아래 사진과 같이 몇 장 더 남아 있었다.


사진) Queen's Cube에서 홍콩섬 정상을 향해 바라보고 찍은 사진 (2013. 7월).


사진) 역시 아파트 뒤 홍콩섬 정상 쪽을 찍은 사진인데 위 사진보다는 좀 더 동편 쪽을 찍은 것이다. 옥외 비상계단에 Queen's Cube라는 아파트 이름이 적힌 쓰레기통이 있다.


사진) Queen's Cube 앞쪽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거리의 모습. 오른쪽에 Wan Chai 시장이 있었고, 사진 중앙쯤의 건물 지하에 내가 매주말 장을 보던 'PARKnSHOP'이라는 마트가 있었다. 이 거리 이름은 Queen's Road East다. (2013. 7월)


사진) 저녁에 한잔하고 들어와서 취중에 찍은 사진 같은데, Queeb's Cube 내부 사진이다. 온통 어둡기만 해서 뭐가 뭔지 통 구분이 안 되겠지만, 늦은 밤에 실내 등은 모두 끄고 전자레인지 문만 열어놓으니 전자레인지 안 작은 전등 빛이 부엌 주변으로 새어 나오는 모습이다 (2013. 10월).


한편 왜 그렇게 됐는지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거의 전부가 홍콩에 거주하는 백인들뿐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면서 동양인과 마주친 적은 그 아파트 직원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백인들은 금요일만 되면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멋지게 차려 입고 아파트 1층 바로 옆에 있는 Fini's라는 식당 겸 Bar 같은 곳에 모여 술과 만남과 여흥을 즐기곤 했었다. 마치 미국 영화에서 흔하게 접하는 파티를 하면서 인생의 한 순간을 즐기려는 서양인들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 같았는데, 왠지 나는 그런 그들과는 잘 어울리지가 않는 것 같아 단 한 번도 그 아파트 입주민들의 그런 금요일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Fini's 모습)

1. https://chopchicks.hk/finis/

2. https://www.tripadvisor.co.kr/Restaurant_Review-g294217-d16938806-Reviews-Fini_s-Hong_Kong.html

(Fini's 거리뷰)

https://goo.gl/maps/vkKGmyabfWw8CHmN9


당시 주재원들은 통상 4~5년간 해외 근무하면 나중에 다시 해외 파견을 나가더라도 일단은 본사로 일시 귀국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었다. 이 아파트로 이사할 당시에 도 이미 홍콩 부임 4년이 거의 되던 시점이라 조만간 귀국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비록 작지만 생활하기 편리한 법인 근처의 이 서비스 아파트로 이사를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연말 인사 발표 내용을 보니 내 보직에는 전혀 아무런 변동도 없었다. 결국 그렇다면 최소 1년 정도는 더 홍콩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 바 1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좁은 서비스 아파트에서 계속 거주하는 대신 방이 2개 있는 역시 법인 근처의 The Gloucester란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Queen's Cube는 나름 매우 편하고 깨끗하고 또 아늑했던 스위트 홈으로서의 기억이 보다 짙게 남아 있는 곳이었다.



5. The Gloucester

(212 Gloucester Road, Causeway Bay)


The Gloucester도 법인까지 걸어서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역시 법인 근처에 있는 아파트였다. 혼자서 사는데 굳이 직장에서 먼 곳의 주택을 구할 필요가 없어, 이번에도 법인에서 가까운 지역에 있는 아파트들 중에서 거주할 곳을 선택했다.


이 아파트는 직전에 거주했던 아파트처럼 서비스 아파트는 아니었지만 관리실에 요청을 하면 관리실에서 일괄 계약한 청소 업체에서 직원들이 와서 일주일에 2~3번 정도 청소를 해줬다. 나 역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이런 청소 서비스를 이용했었다.


참고로 Glouceter는 원래는 영국에 있는 도시 이름이라고 하는데, 사전에서 확인을 해 보니 Gloucester의 발음은 [ɡlɑ́stər]로 가운데 'c'는 완전 묵음이었다.


사진) Victoria만 인근의 Golden Bauhinia 광장에서 본 모습. Haier과 Epson이라는 간판 사이에 있는 아파트가 The Gloucester다. (2014. 2월).


사진) The Gloucester 내부 모습 (2014. 5월)


Glouceter는 응접실, 방 2개, 부엌, 욕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재미있었던 점은 두 개의 방과 욕실 및 응접실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응접실에서 욕실 및 작은 방, 큰 방을 거쳐 다시 응접실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특이한 구조였다.


면적이 넓지는 않았지만 구조가 매우 잘 짜인 아파트였는데 이 아파트 부엌에서는 잊을 수 없는 일을 겪기도 했다. 저녁 늦게 물을 마시다 컵을 바닥에 떨어뜨려 컵의 상단이 일부 깨진 적이 있었다. 깨진 조각을 찾아서 버린 후에 컵은 일단 싱크대 근처에 올려 두고 잠을 잤는데 자다가 목말라 다시 부엌에 와서는 잠결에 컵이 깨졌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서는 수돗물 틀고 손으로 컵을 씻는다고 비볐던 것이다. 결과는 당연히 깨져서 칼날처럼 날카롭게 되어 있던 컵에 손가락이 크게 베어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이 되었다.


한밤중에 어찌할 바를 몰라 정말 당황했었는데 일단 붕대로 감아 지혈하고 응급처치를 했다. 고향 서울에서도 한밤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 당황스럽지만 해외에서 혼자 사는 경우에 이런 경우를 당하게 되니 더 겁이 났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흘러나오던 피는 너무도 다행히 지혈이 됐고 다음날 무사히 출근할 수 있었다.


사진) 큰 방 들어가는 입구와 큰 방 모습. 사진 속 커튼을 열면 Victoria Harbour를 볼 수 있었다 (2014. 5월).


이 아파트에서는 홍콩의 Victoria Houbour를 정면에서 볼 수 있었는데 특히 큰 방은 벽 2개 면이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어 아래 링크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벽 전체의 창문을 통해서 정말 멋진 바다 경치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유리창의 방음 능력이 취약했는지 창 밖 아래 도로를 주행하는 차들 소음이 꽤 크게 들려서 잠을 자기에는 불편하기도 했다. 결국 그 소음이 너무 커서 이 아파트에 혼자 살았으면서도 큰 방은 늘 비워두고서 도로의 반대편에 있던 작은 방에서 잠을 자곤 했었다.


(Gloucester에서 보이는 경치, 내부 구조 및 가격)

https://www.landscope.com/property-detail/wan-chai-the-gloucester/87ec4a


이 아파트의 실 평수는 686 sf, 즉 약 64㎡로 그다지 넓지 않다. 하지만 위 링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부동산 사이트에 게재된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거의 700만 원에 가깝고 매매가는 자그마치 36억 원에 달했다. 평수 20평도 채 안 되는 아파트 가격이 이 정도이니 홍콩의 엄청난 부동산 가격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아파트를 마지막으로 홍콩에서의 5년 반 생활을 접고서 한국으로 귀국을 했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했던 아파트였던 셈인데, 이 글을 적어 가면서 생각해 보니 당시 이 아파트의 아담한 발코니에 앉아서 너무나도 시원하게 탁 트인 Victoria Harbour를 내려다보며 와인 한 잔 하거나, 또는 창밖으로 비 내리는 바다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기억들이 새삼 새록새록 눈앞에 다시 스쳐간다.


5년 반 지속됐던 홍콩 생활의 마지막 부분을 나와 함께 해준 그리고 또 너무도 멋진 경치까지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고맙고 그리운 스위트 홈이었다.




다음 편 "7. 홍콩에서 거주했던 공간들"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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