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적도의 나라

■ 그 출장자의 서글픈 기억들 (8편 중남미-15)

by SALT

80~90년대 중남미 출장 다닐 때의 기억들......



키토, 에콰도르

Quito, ECUADOR



15. 적도의 나라


서울의 위도는 북위 37도이며 타이베이는 북위 25도이다. 또 지구 남반구에 있는 호주 시드니는 남위 34도다. 그런데 중남미에 위치한 '에콰도르'라는 국가의 수도 키토(Quito) 위도는 '0'에 가까운 '남위 0.18'도이다. 한마디로 적도의 바로 아래에 이 도시가 위치하고 있다는 말이다.


적도 인근에 수도가 있는 국가는 아프리카의 우간다 등 몇 개 국가들이 있지만, 세계에서 적도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수도는 바로 이 에콰도르의 키토라 한다.


한편 이처럼 적도 바로 아래에 도시가 위치하고 있다 보니 키토에서는 꽤 특이한 자연현상도 경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래의 블로그에 보면 적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는 그러한 기이한 현상들이 소개되어 있다.

(적도에서의 기이한 현상 소개 자료)

https://beyondtheboundaries.tistory.com/137

https://brunch.co.kr/@hwaj0214/20


그리고 좀 의외지만'키토(Quito)'라고 하는 이 도시 이름 자체도 원주민 언어로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여기서 살아왔던 원주민들도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이 지구 적도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키토는 적도 바로 아래 위치한 도시라는 것 외에 또 유명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이 도시가 해발 2,850미터 고산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백두산 정상의 높이가 해발 2,744미터라고 하니 결국 키토는 백두산 정상보다도 100미터 이상이나 더 높은 곳에 터를 잡고 있는 한 국가의 수도인 셈이었다.


또 다른 남미 국가 볼리비아 수도는 라파즈(La Paz)인데, 도시는 해발 3,640미터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 도시가 지구 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수도며, 바로 그다음이 키토라 한다.


볼리비아 지역은 담당했던 적이 없어서 직접 방문해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볼리비아를 담당했던 동료로부터 들은 출장 경험에 의하면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가 이처럼 워낙에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외국인들은 공항에서 내리면 산소 부족 증상으로 졸도를 하는 경우까지 있었고 그래서 라파즈 공항 당국에서는 산소호흡기를 공항 입국장에 항상 비치해 놓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생각해 보면 정말 졸도할 가능성이 꽤 높을 것 같다. 항공기를 타고 가다 어딘가에서 내렸는데 그곳이 백두산의 정상보다도 무려 약 1,000m 정도 더 높은 곳이라는 것을 상상해 보면....


중남미는 축구에 대한 열기가 정말로 높다. 그런데 이처럼 워낙 높은 곳에 이 도시가 위치하고 있다 보니,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축구 강국들도 이곳에서 국제 축구 경기를 해야만 할 때는 산소가 크게 부족한 이 도시의 환경에 전혀 적응하지 못해서 볼리비아팀을 결코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 오죽하면 아래 기사에 있는 것처럼 라파즈를 방문한 브라질 축구 선수들이 휴식 시간 산소 호흡기를 착용해 산소를 보충하는 방식까지 동원했어도 결과는 겨우 볼리비아팀과 비겼다는 기사도 있었다.


(브라질 산소호흡기 쓰고 비겼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08/2017100800068.html




한편 '에콰도르'란 이 국가 이름은 재미있게도 스페인어로 적도란 뜻을 가진 일반명사다. 영어 Equator(이퀘이터)가 스페인어로는 Ecuador(에콰도르)로 한 국가 이름이 그저 단순히 '적도'였던 셈이다. 적도가 이 나라를 바로 통과하기 때문에 생긴 명칭이라고 하는데, 적도가 지나가는 국가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도 꽤 많은데 유독 이 국가만이 자국의 명칭을 적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특이하다.


(적도라는 단어의 스페인어)

https://dict.naver.com/eskodict/espanol/#/entry/esko/651c2fadd0e544cb89683bd7dfb62179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전 세계 국가의 이름 중에는 우리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상당히 특이한 이름들이 적지 않다. 아프리카 국가 코트디부아르(Côte d'Ivoire)는 코끼리의 상아를 의미하는 '상아 해안'이라는 뜻의 불어이고, 중남미 아르헨티나(Argentina)는 '은(銀)'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Argentum, 브라질(Brazil)Brasa란 포르투갈어 나무 이름, 또 호주(Australia)는 라틴어로 단순히 '남쪽'이라는 말인 Australis에서 유래된 국명이라 하니 국명으로는 모두 뭔가 좀 특이한 것 같다.


'세계의 중심'을 의미하는 중국(中國), ' 뜨는 나라'라는 일본(日本) 같은, 거창한 국가 명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그저 남쪽, 은(銀), 상아 해안과 같은 국가 이름들은 어쩐지 꽤나 어색하다. 한때 명태가 많이 잡혔으니 한국의 국명을 '명태 해안'이라고 한다든가, 일본을 '섬나라' 이런 식으로 명명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은데 우리로서는 그러한 이름을 국가의 이름으로 채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키토는 사실 방문했던 도시로 보기도 좀 애매하다. 왜냐면 단순히 항공기 환승을 위해서 공항에만 잠시 체류했던 곳이 키토로 그곳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너무나도 짧아 불과 네댓 시간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키토에 대한 기억도 꽤 생생하다. 짧은 시간 그곳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키토의 공항에 도착했고 항공기가 무사히 착륙해서 멈추어 섰는데 멈추어 선 장소가 공항 청사 게이트가 아니라 그저 광활한 활주로 한복판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내리라고 해서 내렸더니, 이젠 갑자기 꽤 험악한 분위기에 총까지 든 제복 입은 사람들이 몰려오더니 승객들 모두를 활주로 위 항공기 옆에 대기하게 하고는 끌고 온 꽤 큰 개들로 하여금 승객의 모든 짐을 냄새 맡게끔 했다.


요즘이나 그 시절이나 중남미는 마약이 너무도 흔한 곳으로 아마 우리가 탑승한 항공기를 통해 마약이 운반된다는 어떤 첩보를 받아서 그토록 강력하게 검색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당연히 내 짐 속에 마약이 없겠지만 그처럼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그 큰 개들이 킁킁거리며 내 짐 냄새를 맡을 때는 꽤 긴장이 되기도 했다. 혹 누군가 나도 모르게 내 짐에 마약을 몰래 집어넣어 운반을 시키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까지도 들었던 것이었다. 중남미가 치안에 관해서는 워낙에 험악한 곳이라 정말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내 짐 검색은 완료됐고 다른 승객들의 짐 검사도 모두 이상 없이 완료가 되어서 우리는 각자의 짐을 들고 활주로에서 벗어나서 공항 청사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몇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다른 항공기로 갈아타고 키토를 떠나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것이 키토의 경험 전부다. 체류시간도 너무나도 짧았고, 활주로 위에서 총을 든 무리들과 마주치고 이후 잠시 공항 내외부를 구경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경험한 것이 없다.


그렇지만 이글거리는 적도의 태양 아래 활주로에서 긴장된 상태로 짐 검사받으면서 "아! 직장 생활하면서 수출 업무를 하다 보니 어쩌다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중남미에까지 와서 어린 시절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메리카 대륙 적도의 태양 아래 직접 서보는 경험까지 하게 되는구나"하는 그런 좀 묘한 감상에 젖기도 했었다.


인생을 살면서 적도 바로 아래, 게다가 백두산보다 1,000 미터 정도나 더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 위에 서 보는 그러한 경험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업무상 출장이 아니라 내 돈을 내고 가는 여행이라고 해도 중남미 적도 아래 키토 같은 도시를 다시 가게 될 가능성은 정말 높지 않을 것이다.


한편 깊은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키토 공항은 비교적 작은 편이었고 또 주변이 모두 산이라 항공기가 이착륙하기에도 꽤 위험해 보였는데, 나중에 검색해 보니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키토 공항은 2013년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었다 한다.


아래 링크의 사진들은 이전되기 전 과거의 공항 모습인데, 이 사진을 보니 90년대 적도 아래 키토 공항의 이글거리는 활주로에서 마약 검사를 받던 그때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또 공항으로 착륙하면서 찍은 영상을 보니 30여 년 전 한참 청춘이던 20대 시절 완전하게 뒤바뀐 시차로 몽롱한 정신 상태에서 똑같은 창밖의 경치를 보면서 키토 공항 활주로로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을 너무도 젊은 과거 모습이 다시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무척 짧았지만 인상 깊었던 그리고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적도의 도시 키토'에 대한 기억이다.


(예전 키토 공항 활주로 모습)

https://en.wikipedia.org/wiki/Old_Mariscal_Sucre_International_Airport

(예전 키토 공항 청사 모습)

https://www.alamy.com/stock-photo-old-mariscal-sucre-international-airport-quito-ecuador-34632751.html

(예전 키토 공항에 착륙하는 모습, 03:55, 03:47)

https://youtu.be/KrXpniDMnZc

https://youtu.be/XC7pK8xds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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