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통한 불안 직시 시도.
한밤중, 식칼을 흉기처럼 든 남자가 잠을 자고 있던 다른 남자를 찔렀다. 비극적 이게도 찌른 사람은 아들이고 찔린 사람은 아버지이다.
이것이 나를 괴롭히는 '불안'을 설명하는 문장이다. 나는 이 패륜적인 상황을 실제로 행하지는 않을까 염려하였다. 만일 내가 모종의 유혹이나 환청, 망상, 사고의 오류 등에 사로잡혀 저 짓을 저지른다면... 염려는 근심이 되었고, 근심은 걱정이 되었으며, 이내 모든 감정은 거대한 불안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발생한 거대한 불안은 지진을 일으켜 나의 어른 자아-아이 자아 관계를 침범하였다. 아이 심원철이 상상력을 발휘해 써놓은 멋진 시나리오들은 순식간에 끔찍한 글로 고쳐 써졌다. 그것을 본 아이 심원철과 어른 심원철 모두 충격과 공포 상태에 빠졌고, 거대한 불안은 그렇게 쉽게 인간 심원철의 내면세계를 점령하였다. 공황은 상상력의 공장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아이 심원철은 그렇게 상상의 문을 닫고 말았고, 어른 심원철이 남았다.
어른 심원철은 상상력의 공장을 점령한 '거대한 불안'을 이겨내는 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그래서 구워지는 삼겹살 위에서 그는 솔직한 심경을 부모님께 털어놓았다. "불안해하지도 마. 두려워하지도 마. 네가 마음이 허해져서 그래."부모님께 격려를 들었다. 또, 심호흡을 하는 법도 익혔다. 몸을 안정시켜 마음도 안정시킨다. 두 요법의 조합으로 일단 큰 지진은 수복되었다.
내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래. 옛날에 했던 게임을 다시 해보는 것이 좋겠어. 그렇게 천천히 나의 불안을 깎아나갔다. 뜻하지 않은 원군도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불안이 아니었다. 녀석은 여러 차례 작은 규모의 여진을 일으켰다. 작은 규모의 여진을 반복시켜 '지진의 일상화'를 노리는 속셈이다.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핀-포인트로 공격해온 것이다. 더욱 교활해진 녀석은 공포를 자극하고, 밤이라는 특정 시간대를 노려왔다.
어른 심원철은 다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꿈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도살당하는 돼지와 교감을 나누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모두와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 그리고 아버지와 대화를 준비하는 자신을 보여주었다.
...... 이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렇게 계속 쓰는 것도 불안에 맞서는 요법 중 하나이다. 글쓰기를 통해 내면과 대화하고, 상황을 직시하며, 감정을 평화롭게 내보내는 것.
그렇다. 나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을 가는 한 나는 불안에 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