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옐로스톤 국립공원 트레킹
오늘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3일째,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역을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날이다.
끊임없이 연기가 피어오르고 뜨거운 물이 치솟는 살아 숨 쉬는 지구를 밟으며 미서부는 지구가 살아 숨 쉬는 땅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처음으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대하여 배우고 이제야 그 지역을 여행하고 있다.
- 매머드 핫 스프링 Mammoth Hot Spring(온천수의 작용으로 형성된 석회질 언덕 층)
- 노리스 가이저 베이슨 Norris Geyser Basin(가장 뜨거운 산성 간헐천)
1. Mammoth Hot Springs Terrace 트레킹
가장 북쪽에 위치한 매머드 핫 스프링 Mammoth Hot Springs. 이곳은 석회질이 많이 포함된 온천수가 계속 흘러내리면서 층층이 쌓아서 만들어진 지형. 1인치 자라는데 100년 걸린다고. 수만 년의 세월이 쌓은 독특한 계곡과 언덕이다.
우리나라에는 석회석이 지하에 매장되어 있어서 석회석이 지하수의 용식작용(석회석이 물에 녹아 침식되는 현상)으로 신비하고 아름다운 석회 동굴을 만든다. 이곳은 지표면 위로 솟는 온천수에 포함된 석회질이 쌓여서 만들어진 석회석 언덕이다.
안내도(Lower와 Upper로 구분하기도)
안내도를 보고 고개를 드니 버섯 모양의 비쭉한 탑이 하나 있다.
그 이름 Riberty Cap. 인터넷을 검색하니
18세기 프랑스혁명파가 착용한 붉은색의 띠 없는 원뿔형 모자 같다는... 자유를 상징한다고.
아~ 이탑은 지하수가 만든 순수한 자연 탑.
형태도 프랑스의 원뿔을 닮아 그렇게 부르나.
Riberty Cap
조금 걸어 들어가니 흘러내리는 형태의 흰색과 갈색이 섞인 불쑥 올라온 바위 언덕이 보인다.
언덕 제일 아래쪽 팔레트 스프링 Palette Spring이다.
오렌지, 회색, 흰색이 어우러진 언덕.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온천수가 흘러내리는 언덕에서 그래도 살아 있는 듯 용케 버티고 있는 나무들. 이런 나무는 주어지는 자연조건에 따라 나무 화석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초기에는 갈색이나 오렌지색을 띠다가 물이 마르고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흰색으로 변한단다. 수증기와 함께 온천수가 흐르고 지금도 계속 석회석 성분이 쌓이고 있는 중이다.
멋진 바위 조각을 벗 삼아 발걸음도 가볍게 사뿐사뿐 오른다.
너무 다른 풍경을 보며 갑자기 참 먼 곳에 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장거리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에 하늘 한번 쳐다보고 혼자 미소 짓는다.
Palette Spring 층층이 계단을 이룬 아름다운 석회석 테라스다.
우리나라 석회석 동굴 속 바위들이 이곳에서는 지상에 멋진 폼으로 서 있다.
이렇듯 물이 흐르며 만드는 천연 석회암 층 사이로 또 다른 층을 만들며 맑은 물이 졸졸 흐른다.
비탈을 흐르는 물이 참 다양한 모양을 만들었다.
다음은 흰색의 넓은 운동장, 메인 테라스다.
사진을 고르고 보니 문득 생각이 난다.
뒷모습을 보니 그날 저녁을 한턱 쏘신 회계사님.ㅋ
오래전에 물이 마르고 흰색으로 변한 듯~
언뜻 보면 아이스 링크이다.
메인 테라스 Main Terrace
데크 옆 바위틈에서 자태를 뽐내는 침엽수 한 그루, 드러난 뿌리 선이 멋있는 모델 감이다.
아직 반쯤은 살아 있는 나무와
이미 만들어진 테라스와
막 만들어지고 있는 테라스를 한눈에 담는다.
흰색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미네르바 테라스 Minerva Terrace이다.
물이 사라지고 오랜 세월 서서히 흰색으로 변한 테라스가 긴 대리석 층계처럼 보인다.
흰색 테라스 옆 계곡에 다시 물이 흐르고
황토색 고운 테라스
이제 만들어지고 있는 형태이다.
형태도 색깔도 다양한 투명한 물의 흐름이
언덕에 예술 작품을 만드는 중이다.
온천수에 포함된 석회질이 쌓여서 만들어진 다양한 지형들
마지막 내려오는 길가에 고목들.
독특한 경관에 그들이 멋을 더한다.
아니, 이 놈 봐라.
옆으로 누워있는 나무뿌리에서 잎이 나와
화분 속 분재처럼 한 줄로 나란히 잘 자라고 있다.
그 생명력이 대단하다.
2. Norris Geyser Basin 트레킹
이제 옐로스톤 공원의 마지막 코스.
노리스 가이저 베이슨 Norris Geyser Basin.
Basin은 분지를 뜻한다.
넓은 분지의 가장 뜨거운 가스를 뿜는 온천지역.
박물관과 서점을 둘러보며 입구를 지난다.
이곳은 Porcelain Basin과 Back Basin으로 구분한다.
먼저 Porcelain Basin 트레킹.
잠시 걸어 들어가니 쉑쉑 소리 내며 연기(Steam)가 유황을 품고 하늘로 올라간다.
유독 구린내 가득한 노리스 가이저 베이슨.
옐로스톤 공원 안에서 제일 뜨거운 화산지대이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강한 산성 온천수라서 위험하므로 절대 트레일을 벗어나면 안 된다.
한 젊은이가 온도가 궁금하여 손가락을 넣어 보다가 빠졌는데 다음 날 구조대가 도착했으나 산성 물에 용해되어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상상 속의 별나라다.
숨 쉬며 수증기를 내뿜는 가이저
크고 작은 구멍에서 쉐~엑 열기를 내뿜는다.
지구가 만들어진 뒤
뜨거웠던 최초의 지구 모습이 이러했을까.
땅속에서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와 온천수.
내부는 끓고 있고, 항상 폭발을 준비하는 지구.
뜨거운 지역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열성 물질)이 활발하게 살아있는 화려하고 색다른 지구촌이다
다양한 색채가 눈에 들어온다.
철 산화물은 핑크나 붉은색을 띠고,
유황 성분이 많으면 노란색을 띠며,
온천물 속의 미네랄, 물의 온도에 따라 나타나는
미생물의 차이가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 준다는.
천연의 고운 색깔 때문에 사람들이 무척 사랑하는 명소가 되었다.
Norris Geyser Basin의 온천 주변 색깔
Grand Prismetic Spring의 호수 색(미생물 종류에 따라 형형색색)
Porcelain Basin에 이어 Back Basin을 계속 걸으며 1시간쯤 지난 것 같다.
더워서 땀이 흐른다.
테크를 따라 계속 걸어본다.
코를 맴도는 유황냄새
보글보글 끓고 있는 크고 작은 에메랄드 호수.
점점 걸어 갈수록 온통 푸른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키가 작은 나무와 큰 나무가 사이좋게 함께 자란다.
1988년 옐로스톤 공원에 초대형 산불이 일어났다. 산불을 인력과 장비로 잡지 못해 나중에 일찍 내린 첫눈이 산불을 진화했다고 한다. 공원 3분의 1이 완전히 타서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남겼다. 지금은 자연 생태계가 어느 정도 다시 복원이 되어 눈으로 보아도 어린 나무들이 불타서 쓰러진 고목을 발아래 깔고 잘 자라고 있다.
삼림 지역의 자연 발화.
정부의 지나친 공원 보호 정책으로 지나치게 숲이 우거지고 고사목과 낙엽이 쌓여서 산불이 나면 불길을 잡을 수 없어 이제는 반성하며 인공조림이나 산불 진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불이 나서 인공 조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세상일도 쉽게 해결하려고 억지를 부리다가 비틀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여유 있는 맘으로 매사 천천히 가자.
아래 푸른 호숫가의 앙상한 나무는 온천수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잎은 다 말라 떨어지고 앙상한 깃대만 남았다. 다. 어느 날 갑자기 뜨거운 수증기에 한방 맞았나 보다. 간헐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제 옐로스톤 구경 모두 끝내고 캠핑장으로 출발이다.
어머나,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숲 속에서 바이슨(아메리카 들소)이 나타났다.
떼 지어 차도로 내려온다.
갑자기 자동차들이 도로에 줄지어 서고
조수석에 앉은 나는 그들이 창을 들이받을 것 같아 순간 긴장했다.
그러나 떼 지어 우르르 몰려갈 뿐 자동차를 향해 돌진하지는 안았다.
휴, 다행이다.
오늘 일정은 바이슨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다니면 다닐수록 미국은 참 가진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좁은 땅, 좁은 하늘 아래 치열한 경쟁으로 늘 앞만 보고 사는데.
우리 아이들도
하루 한 번 하늘도 쳐다보고
다양한 볼거리가 늘어선 땅도 걸으며
평화롭게 살아남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꼭 그렇게 되길.
옐로스톤 들소(Bison) 자동차를 무시하고 도로를 달리는 아메리카 들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