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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처럼 Jul 29. 2022

"밑지는 장사"를 해도 되나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때로는 밑지는 장사를 할 때가 있다. 동네 마트의 수산 식품 판매대를 마감 시간에 가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정상가의 50~70% 할인된 값에 판매한다. 고객으로서는 내가 원하는 생선이나 생선회를 싸게 살 수가 있어 좋고, 반대로 마트 처지에서 보면 유통기한이 지나면 100% 손해 볼 뻔했던 상품을 덜 손해 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서비스이다. 또한, 단골손님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은 물론 찾아온 손님에게 다른 상품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으니 꼭 손해를 봤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에서도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는 사람이었고 늘 언제나 손해가 되는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아는 분 중에 최OO 여사가 있다. 지금 연세가 70대이신데 보기 드물게 언제나 남들에게 항상 손해를 보는 방식으로 살아가신다. 일전에 본인이 알고 계시던 돌봐줄 가족이 없는 노인 한 분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 갑자기 발생하므로 수술 비용은 물론, 집안일까지 돌보아 줘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최 여사님은 수술비는 물론 집안일까지 돌보는 일을 기꺼이 맡아서 해주셨다. 덕분에 이 노인은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가 있었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이런 위기가 찾아옴으로 그때마다 이런 궂은일을 맡아서 해 주셨다. 그래서 지금 이 노인은 최 여사님을 생명의 은인처럼 고맙게 생각하신다. 내가 최 여사님과 몇 번의 이야기로 알게 된 점은 아마도 최 여사님은 어릴 때부터 타고난 천성이 남들을 위해 희생적인 마음가짐을 늘 가졌던 것 같다. 젊은 시절 경제적인 여건이 좋을 때는 집안의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지만, 집안의 가장처럼 형제들을 돌보아 오셨다. 동생들의 학비며 언니들의 어려운 집안 살림살이에까지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지금은 형제들 모두 큰 어려움 없이 경제적인 안정 속에 살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베푸는 삶을 실천한 것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하나도 힘들게 생각되지 않고 무척 행복하다고 하신다. 지금까지 살아오신 방식과 현재 하시는 말씀 같아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고 하신다. 이처럼 최 여사님은 늘 베푸는 삶을 몸소 실천해 오셨다.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은 연세가 70이 넘으셨고 사업의 실패로 예전처럼 남들을 도울만한 상황은 아니라 물질적인 지원은 크게 할 수가 없지만, 마음만은 지금도 넉넉하게 살아가신다.


최근에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의 2남 1녀 중 따님이 어릴 때 엄마의 이러한 베푸는 삶을 보고 자랐는지 자신과 똑같은 마음과 행동을 한다고 말씀하신다. 따님은 호주에서 직원을 몇십 명 둘 정도의 큰 식당으로 성공하여 경제적인 여유를 찾은 입장이라 남동생과 오빠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엄마에게까지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 집안의 든든한 기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사촌 형제들에게까지 이국땅에서 안부 전화도 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면서 엄마를 똑 닮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자신을 보고 자란 딸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교육되었나 보다고 말씀하신다. 요즘같이 자신밖에 모르는 세상에서 바보 같고 어리석은 삶의 방식이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참으로 멋진 삶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최 여사님의 삶의 방식은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며 베푼 것도 아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칭찬받고 가족 모두가 서로 위해주며 사이좋게 살아가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건 무척 행복해 보인다.


우리가 이처럼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내면엔 다른 사람에게 친절과 희생하는 삶은 우리 본연의 특성이 아닐지 생각한다. 우리의 창조주께서는 최 여사님처럼 우리에게 밑지는 장사를 하고 계신다. 언제 받겠다는 계산도 없이 그냥 주기만 하신다. 아름다운 꽃들과 동물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면 그것을 쉽게 헤아려 볼 수가 있다. 아무래도 우리 역시 타고난 천성이 밑지는 장사를 통해서 주는 행복을 느끼게 되어 있나 보다.

누가복음 14:13,14 "잔치를 베풀 때는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과 저는 사람과 눈먼 사람들을 초대하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당신에게 보답할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당신은 행복할 것입니다."
사도행전 20:35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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